2년 동안 상습 추행…생활보장비 횡령까지

4월 30일 경북여성긴급전화 1366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경북 구미시의 한 초등학교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다녀 온 뒤 성폭행 당한 학생이 있다는 소문이 났다. 확인해 본 결과 어느 정도 사실로 밝혀졌는데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것이었다.

경북여성긴급전화는 구미성폭력상담소로 이를 넘겼고, 상담소가 알아본 결과 가해자 신모(61)씨가 초등학교 6년 생인 문모(11)양을 2년 동안 성폭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상담소는 신씨를 어린이 성폭행 혐의로 경북지방경찰청에 고소했고, 신씨는 지난달 6일 긴급 체포됐다.

충격적인 것은 가해자가 신씨 한 명이 아니라 공범이 더 있다는 사실. 공범 가운데는 78세 노인도 있었다. 문양은 왜 이토록 오랜 세월 성폭행을 당했을까.

문양의 아버지(51)와 어머니 최모(정신지체장애 2급)씨는 가해자 신씨가 운영하는 고물상에서 88년부터 15년 동안 일을 하며 지내왔다.(이번 일이 밝혀진 뒤 거처를 옮김) 문씨는 고물상 마당에 있는 컨테이너박스에서 살았고, 어머니 최씨와 문양, 문양의 동생은 가해자 신씨와 같이 자도록 강요당했다는 것.

뿐만 아니라 가해자 신씨는 생활보호대상자 1급인 문양의 부모 앞으로 나오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액을 2000년 1월부터 가로챘다. 게다가 문씨의 임금을 피해자의 가족을 먹여주고 재워준다는 이유로 88년부터 한 번도 주지 않았다.

구미성폭력상담소 모경순 소장은 “신씨가 태어나 함께 살아온 어린이를 지금까지 성폭행한 것은 인간으로서 행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라며 “더구나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못한 피해자의 어머니 최씨도 여러 차례 성폭행 당했다고 남편 문씨가 증언했다”고 말했다.

모 소장은 또 “신씨가 대질신문과 현장검증 중에도 문양에게 욕설을 퍼부으면서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다”며 “문양은 지금 심리적 불안감, 신경질적인 반응 등의 정신적인 후유증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구미성폭력상담소는 다른 단체들과 연대해 가해자를 엄중하게 처벌하라는 성명서와 탄원서를 발표했다. 힘있는 자들이 힘없는 한 가족에게 휘두른 이 폭력을 법원이 어떻게 처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심권은주 경북주재기자ejskwon@hanmail.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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