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마님을 만나다③
‘새벽감성1집’ 대표 여행작가 김지선
여행서적, 고양이 관련 책
파는 작은 서점이자
출판사 ‘새벽감성’ 사무실
맥주 마시고 윷놀이 하며
‘놀이’하는 북콘서트 특색

김지선 새벽감성 1집 책방 대표.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지선 새벽감성 1집 책방 대표.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화곡역 번잡한 상점가를 지나 조용하고 한적한 주택가 길로 오르다 보면 늘어선 빌라와 주택 가운데 여행작가 김지선씨가 운영하는 독립책방 ‘새벽감성1집’(서울 양천구 신월동 18-13)이 있다. 

『인조이 파리』, 『인조이 동유럽』, 『인조이 런던』 등 여행 안내서를 펴낸 여행작가 김지선씨는 40대에 들어선 2017년 독립출판사 ‘새벽감성’을 열고 다음해인 2018년 독립책방 ‘새벽감성1집’의 주인이 됐다. 독립책방 ‘새벽감성1집’은 독립출판사 ‘새벽감성’의 사무실이기도 하다. 얼핏 지나다 보면 오밀조밀 놓인 소품들이 마치 장난감 가게처럼 보여서 어린아이들이 기웃거리기도 한다는 새벽감성1집은 김 작가가 출판사에서 펴낸 책들과 여행 서적, 고양이에 관한 책, 에세이를 밀도있게 갖추고 있다. 모두 김 작가의 관심사에서 비롯한 책들이다. 

“책이 놀이가 됐음 좋겠어요. 베고 자더라도 가깝게 할 수 있는. 그래서 찢고 낙서할 수 있는 책도 가져다 두었어요. 책을 가지고 놀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김 작가의 생각대로 새벽감성1집의 북토크는 여느 곳과 다르다. 많은 독립서점들이 북토크 때 저자가 말하고 참석자가 묻는 식의 강연 프로그램을 꾸리는 것과 달리 새벽감성1집은 저자와 ‘놀이’를 한다. 어느 때는 함께 가볍게 맥주를 마시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윷놀이를 하고 벌칙으로 과격하고 민망하지만 재미있는 문장을 읽기도 했다. 그야말로 책과 문장을 가지고 노는 것이다. 김 작가는 책을 큐레이션 하는 기준 중에 “예쁜 책”인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예쁜 책을 두려고 해요. 예쁜 책에 손이 가잖아요. 한 번 더 손이 가고 눈길이 가는 책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책을 만들려고도 하고요. 내 마음에 드는 책이 좋은 책이지요.”

여행작가였던 김 작가는 친하던 편집자들이 1인 출판사를 차리는 것을 보며 어렵게만 생각했던 독립출판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음을 알고 직접 독립출판사를 차렸다. 그는 『독립출판 책만들기 책』(새벽감성)을 펴내고 매주 ‘독립출판수업’을 진행 중이다. 벌써 12기까지 이르렀다. 독립책방은 독립출판사를 차리고 책을 입고하기 위해 수많은 서점을 다니던 중 세울 결심을 하게 됐다. 

김지선 새벽감성 1집 책방 대표와 마스코트 곰돌이.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지선 새벽감성 1집 책방 대표와 마스코트 곰돌이.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결심하고 일주일 만에 열어버린 독립책방이라지만 ‘새벽감성1집’은 길고양이 밥을 얻으러 오는 중학생 아이들부터 잠시 낮잠을 청하러 오는 사람, 책을 찾아 오는 사람, 마스코트 ‘곰돌이’ 인형을 보러 오는 사람들까지 신월동 사람들의 아지트가 됐다. 
 
“한편으로는 책방을 공익사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놀라기도 했어요. 공익을 위해 서점인 네가 무엇을 해야 하지 않느냐? 라고 말하는 거지요. 주변에서 견학을 위해 휴일에 당연하게 무상으로 문을 열어달라고 한다거나 무료 강연을 부탁한다거나.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서점 주인들도 많아요. 하지만 저는 그보다 임대료를 내고 사업을 하는 사람이거든요. 누가 옳고 그르다 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김 작가는 10월 첫주부터 3주간 스페인 산티아고로 떠난다. 지난 일 년여간 책방 운영에 바빠 여행을 가지 못 했다며 벌써 세 번을 다녀온 산티아고지만 “쉬고 싶을 때면 찾게 되는 곳”이라고 말한다. 그는 블로그에  『누구나 가슴 속에 산티아고 순례길이 있잖아요』라는 제목의 오디오북을 격주 목요일로 올리고 있다. 

“여행이란 느낀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일상에서 못 보던 꽃 한송이를 봐도 행복한 사람이라면 굳이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행복을 느낄 수 있으니 여행이 무의미할 수도 있어요. 무엇을 봐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 하는 사람이라면 여행은 더욱 의미가 없겠지요. 책도 그런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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