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법] 이 사람의 범행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
[모두의 법] 이 사람의 범행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
  • 박찬성 변호사‧포항공대 상담센터 자문위원
  • 승인 2019.09.26 08:00
  • 수정 2019-09-25 2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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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무렵의 보도기사였을 것이다. 성폭력 트라우마 관련 상담을 위하여 내원한 고객에게 심리상담사가 또 다른 성폭력 피해를 입혔다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소식. 상담의 속성상 대외적으로 투명하게 공개된 상태에서 진행될 수 있는 것이 아닐진대 상담자가 성폭력범죄의 전력이 있거나 그 범죄의 습벽이 있다면 해당 직종에서 배제될 수 있었어야 마땅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반전! 일반적인 상담사 자격은 국가자격이 아닌 민간자격인데다가, 그 자격부여에 특별히 관련되어 있는 법률 규정이 마련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범죄경력 조회와 그 조회결과에 따른 자격부여 제한에는 한계가 있다.

특정인의 범죄경력에 대한 조회는 아무나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형실효법이 이에 관해서 규정을 두고 있는데 그 내용이 아주 엄격하다. 수사나 재판을 위해서 필요한 경우, 본인이 직접 신청하는 경우 등 법에서 직접 열거하는 몇 가지 경우에 한해서만 조회가 허용된다. 법에서 정한 것 이외의 목적으로 범죄나 수사경력자료를 취득하였거나, 취득한 자료를 법에서 정한 것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헌법재판소도 같은 취지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전과자의 정상적인 사회복귀라는 것은 사회적 내지 국가적 법익으로서 형실효법에 따라서 보호되는 것이기 때문에 각종 기업이나 단체 등에서 내부 규정상 근거를 마련하고서 범죄경력자료를 무분별하게 요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2012헌마648 결정). 법이 명시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한, 상식적인 견지에서는 그 범죄경력조회의 필요성이 당연히 인정되어야 할 것처럼 여겨지는 이유가 설사 있더라도, 이것만으로는 타인의 범죄경력을 함부로 조회할 수는 없고 정보를 취득해서도 안 된다는 뜻이다.

성범죄에 관해서는 신상정보공개 및 고지명령이라는 제도가 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뿐만 아니라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경우라도 청소년성보호법 제49조에서 정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면 공개 및 고지명령 대상이 된다. 이걸로 충분하지 않느냐고?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청소년성보호법 제55조를 보자. 공개된 정보는 아동․청소년 등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그 범죄 우려가 있는 자를 확인할 목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한다. 공개정보를 확인했더라도 고용, 주택 또는 사회복지시설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상에서 신상정보 공개대상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하여 신상정보 공개대상자를 차별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다시 한 번 갸우뚱. 그런데 취업제한이라는 제도가 있지 않나? 우리 법이 그렇게 허술할까? 예외적인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또는 성인대상 성범죄로 형을 선고할 때 법원이 취업제한 명령을 선고하게 된다. 성범죄자는 유치원, 어린이집, 각급 학교, 학생상담시설이나 청소년 활동시설 등을 포함하여,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 인터넷컴퓨터 게임시설 제공업, 의료법이 정하는 의료기관에도 취업이 제한되고, 아동․청소년에게 가정방문 형태로 학습교사도 할 수 없다. 상당히 광범위한 취업제한이 가능하다. 성폭력방지법에서는 성폭력피해상담소나 보호시설의 종사자에 대한 자격기준을 별도로 두고 있는데,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고 그 집행이 전부 또는 일부 종료된 날 또는 집행이 유예되거나 면제된 날부터 10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그 종사자가 될 수 없다.

하지만 현행법이 모든 경우의 수를 완벽하게 걸러내고 있지는 못하다. 이를테면 청소년 상담시설, 국가‧지자체가 운영하거나 또는 국가‧지자체에 신고한 성폭력피해상담소가 아닌,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설 상담소라면? 자격부여 단계에서도 그렇거니와 자격취득 후의 취업단계에서도 성범죄자를 걸러 낼 근거가 마땅치 않다.

의료행위나 상담행위 등은 전문가와 의뢰인 사이의 신뢰관계를 전제로 한다. 그 성격상 일대일 직접대면을 통한 비공개적 방식으로 서비스가 제공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있다. 한쪽은 전문가이지만 다른 한쪽은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지식과 정보의 비대칭성도 두드러진다. 극소수이기는 하겠지만 이러한 상황과 조건을 악용하고자 마음먹으려는 자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고유의 특성을 예외적으로 가지고 있는 몇몇 직무분야에 대해서는 자격부여 단계에서 성범죄 전력을 적법하게 조회하여 이를 자격취득의 결격사유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특별한 법률상의 통제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심지어 의료법에 있어서도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은 결격사유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으며, 2020년 이후 시행될 예정인 의료법에서도 직접 관련된 내용이 없다. (청소년성보호법 상의 취업제한 명령은 재범의 위험성에 관한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서는 내려지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조심해야 할 점은 있다. 공익상의 필요가 있다고 해서 근거 없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 필요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서 마구잡이로 자격의 취득과 취업을 가로막아서도 아니 될 일이다. 전과자의 정상적인 사회복귀가 가벼이 다룰 수 없는 법익인 것도 맞다. 따라서 어느 범위까지 어떠한 방식으로 규제할 것인지에 관한 섬세하고 신중한 입법개선 논의가 필요하다. 현행 자격기본법은 국가자격 아닌 민간자격에 대해서도 규율하는데, 성범죄자의 자격취득을 금하거나 일정 기간 제한하는 형식의, 보다 두터운 진입 규제를 두어야 할 구체적인 분야와 그 내용을 이 법에 열거해 두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찬성 변호사. ⓒ본인 제공
박찬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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