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법제화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 위해
사용자 책임 명확히 해야

 

이른바 ‘직장 갑질’로 명명되던 언행 등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금지하는 규정이 근로기준법에 신설돼 7월 16일 시행됐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따르면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직장 내 괴롭힘을 법으로 금지하게 된 것은 직장 생활에서 존엄성이 침해되거나 적대적·위협적·모욕적 업무환경으로 인해 자살을 선택하는 등 극단적인 모습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직장 내 인간관계의 갈등 상황 모든 것에 개입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 갈등 상황이 한쪽의 인격권과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라면 개입이 불가피하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는 사용자에게 개입 의무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금지 행위인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란 어떤 행위인가이다. 업무상 지시나 주의·명령 등의 모습이 폭행이나 과도한 폭언 등을 수반하는 경우에는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 된다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다.

‘성별에 기반 한 괴롭힘’, 즉 여성에게 청소나 심부름 등을 강요하거나, 임신한 근로자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한다거나 특정 성별에 대한 비하와 혐오 등이 반복적, 지속적으로 행해지는 경우도 직장 괴롭힘에 해당될 수 있다. 업무 과정 등에서 위와 같은 행위가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 등을 이용해 이뤄졌고 그 결과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거나 근무환경이 악화되었으면 직장 내 괴롭힘이 되기 때문이다.

성별에 기반 한 괴롭힘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은 그 고통을 신고할 수 있고, 신고를 받은 사용자는 지체없이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조사기간 동안 필요한 경우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등의 피해자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 조사 결과 발생사실이 확인되면 피해 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한다. 지체없이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의 조치를 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 신고 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 등에 해고나 불이익 처우를 해서는 안된다. 불이익 처우를 할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성별에 기반 한 괴롭힘은 그동안 성희롱 성립요건인 ‘성적 언동 등’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되어왔고, 이로 인해 법규제의 사각지대에 존재했다. 이번 직장 내 괴롭힘의 법제화에 따라 성별에 기반 한 괴롭힘은 구제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로 인해 조직에서 공기처럼 존재하는 성차별적 언행은 더 이상이 공기가 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괴롭힘의 성립 요건인 “정신적 고통”은 성희롱의 “수치심” 만큼 주관성에 기초 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성희롱 법제화 후 20년의 과정에서 익히 봐 왔던 것처럼 괴롭힘을 개인 간의 갈등으로 취급하고, 피해 신고의 의도를 의심하고, 가해자를 동정하는 풍토가 되풀이 될 수도 있다. 더욱이 성별에 기반 한 괴롭힘은 공기와 같은 것이어서 남성들의 일상을 흔드는 사건이 될 수 있다. 이른바 ‘성별 갈등’으로 소비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괴롭힘, 특히 성별에 기반에 괴롭힘의 판단기준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미 성희롱 규제의 역사 속에서 정착된 판단기준인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을 채용하는 것으로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성희롱의 역사가 괴롭힘에도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용자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괴롭힘의 법제화는 피해자의 구제와 인격권이 보장되는 근로환경의 구축 모두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용인되는 사회와 조직에는 미래가 없다. 개개인은 개인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이런 직장 문화는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파하지 않는 슬픈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병든 것을 인정하고 아파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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