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일해도 사원’…인권위, 여성 근로자 차별한 KEC에 시정 권고
‘20년 일해도 사원’…인권위, 여성 근로자 차별한 KEC에 시정 권고
  • 김진수 기자
  • 승인 2019.09.21 12:29
  • 수정 2019-09-23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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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KEC 여성노동자 차별 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KEC 여성노동자 차별 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 근로자가 남성보다 낮은 등급으로 채용하고 승진과 임금에서 차별한 반도체 제조업체 KEC에 대해 시정할 것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19일 KEC에 “오랜 기간 누적된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 계획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KEC지회는 지난해 2월 인권위에 KEC가 채용 시 여성 근로자는 남성보다 낮은 등급을 부여하고 채용에 승진에 제한을 두는 차별을 했다고 진정을 냈다.

KEC지회는 같이 생산직군에 입사한 여성 근로자는 현재 전원 사원이지만 남성은 전원 관리자로 승격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인권위에 따르면 KEC 근로자는 기술직군 영업직군 업무직군 생산직군으로 나누고 있다. 현재 생산직군 근로자 353명 중 여성 151명이 여성이고 남성은 202명이다. 인사규정에 따라 근로자들의 등급을 ‘J1, J2, J3, S4, S5, 연봉대상자(M, L1, L2)’로 나눈다. 그런데 여성은 모두 J등급인 반면 남성은 182명(90.1%)이 S등급 이상이었다. J등급은 20명(9.9%)에 그쳤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독립유공자 장손의 자녀에 대한 취업지원 시 장손을 장남의 장남으로 보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라고 판단했다. ⓒ뉴시스<br>
국가인권위원회. ⓒ뉴시스·여성신문

20년 이상 재직 중 J1등급으로 입사한 생산직군 근로자 108명 중 남성 56명은 모두 S등급 이상으로 승격했지만 여성 52명은 모두 J등급에 머물고 있다. 매년 1월1일 등급을 상향조정하는 승격에도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2010년 이후 신규채용 된 전체 근로자 중 제조 직렬에서 근무하는 남성 근로자 25명은 J2등급으로 입사해 그 중 21명이 J3 등급 이상으로 승격했는데 평균 3.95년이 소요됐다.

반면 여성 근로자 48명은 J1등급에서 시작해 8명만 승격했는데 평균 7.12년이 걸렸다. 승격이 안 되니 임금에서도 차별을 보였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단체협약에 따라 산정된 2018년도 임금 기준에 따르면, J등급의 등급별 1호봉 기본급은 J1등급 705,430원, J2등급 765,430원, J3등급 825,430원이고, S4등급의 1호봉 기본급은 882,500원”이라며 “ 기본급의 차이는 각종 수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생산직군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인별 등급”이라고 했다.

KEC 측은 “생산직의 제조 업무 중 현미경 검사 등 세밀한 주의를 요하는 업무에는 과거부터 여성 근로자를 많이 채용했는데 숙련도가 필요하지 않은 단순반복 작업이므로 생산직 중에서 가장 낮은 등급을 부여했고, 관리자는 전체 공정의 이해와 함께 설비에 대한 기본지식이나 경험이 있어야 하고 무거운 장비를 다뤄야 하므로 ‘체력이나 기계를 다루는 능력’을 겸비한 남성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승격에 유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조사 결과 생산직 제조직렬의 경우 남녀 근로자가 남·녀 구분 없이 3조 3교대로 운영되고 있고, 출하 및 품질관리 직렬 근로자들도 제조직렬에서 순환 근무를 한 것을 볼 때, 생산직 남녀 근로자들의 작업조건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없고 그 책임이나 노력의 정도 또한 실질적 차이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생산직 근로자들에게 설비에 대한 기본 지식이나 경험이 필수적이라고 하더라도 교육훈련이나 직무부여 등을 통해 여성 근로자들도 그 능력을 갖추게 할 수 있음에도 수십 년간 설비에 대한 기본 지식이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남성 근로자에게만 부여하고 여성 근로자에게는 이와 관련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전혀 제공하지 아니하였던 점은 KEC가 여성 근로자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KEC지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인권위가 KEC의 오래된 성차별을 이제라도 인정하고 시정권고를 결정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이어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은 그 자체로 불법이므로 형사처벌을 요구하는 한편 그간 성차별에 따른 임금차별로 입은 노동자의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임금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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