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9차 페미시국광장 열려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최정미씨가 발언 하고 있다.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최정미씨가 발언 하고 있다.ⓒ곽성경 여성신문 기자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광장에 300여명이 넘는 여성들이 모였다. 이들이 손에 든 빨간 피켓에는 ‘성착취 카르텔 박살내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운동(이하 미투시민행동)이 9월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제9차 페미시국광장 ‘성착취 카르텔, 박살내자’를 열었다. 

페미시국광장은 지난해 미투운동을 계기로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350여개 여성,노동, 시민단체가 연대해 벌이는 퍼포먼스가 더해진 형태의 시위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주관으로 열린 이날 페미시국광장의 주제는 ‘대한민국은 거대한 룸살롱인가, 성착취 카르텔 박살내자!’다. "포주인 경찰, 스폰서인 검찰이 주를 이룬 사회 속 여성 착취로 쌓아올린 성매매 공화국 구조부터 박살내야 한다"고 집회 참가자들은 주장했다. 여성들은 성매매 알선, 성접대, 유착관계들과 유흥상업, 성 구매자를 적폐 5적으로 규정하고 이들이 구축한 ‘성착취 카르텔 박살내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미투시민운동 측은 "경찰은 알선업자에게 돈을 받고 단속 정보를 알려주고 직접 성매수를 하는 것도 모자라, 업소를 운영하고 검찰은 성착취 사건을 축소 및 은폐, 언론은 젠더감수성 없는 자극적인 기사와 성접대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클럽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역시 여성을 물건처럼 전시하고 이를 이용해 장사하고 있다며, "이 세계를 부수는 일만이 우리가 살아갈 방법"이라고 촉구했다.

발언에 나선 정선영씨(가명)는 지난 9월 9일 안희정 사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이 나온 후 기쁜 마음이었으나 미투 운동 중 자신의 고통스런 경험을 누구에게도 편하게 얘기할 수 없는 여성들과 함께 하면서 제대로 기뻐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정씨는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고 시행된 지 15년이 흘러 성매매가 범죄라는 인식이 생겼지만, 성매매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큰소리치며 여성들을 끌여들여 여성의 몸을 착취해 기생충처럼 부를 축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법을 집행해야 하는 경찰, 검찰, 공무원들이 사회 정의를 위해서 일하기보다는 유착돼 '봐주기'를 하고 있다”라며 “이런 관행이 성 산업을 유지하고 희석시켜 대한민국이 '성매매 공화국'이 되는 데 일조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알선자와 성 구매자에게 법이 관대한 반면, 성매매 여성들에게만 죄를 묻고 현실에서 성매매 주체는 여성이 아닌 알선자와 성 구매자라고도 했다.

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에서 온 김유순씨는 “경찰은 포주, 검찰은 스폰서, 여성 착취로 쌓아올려 성매매 공화국이 됐다"면ㅅ니  "올해 초 버닝선 사건이 드러났지만 명확히 밝혀지거나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또 “유독 성매매 여성이 위안부, 황국 경제를 활성화하는 기생 자원이라는 다른 이름이 붙여져 국가의 필요에 따라 인권이 유린되고 소비됐음에도 피해자의 영역에서 소외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성착취이자 범죄로, 남성 성욕이 본능이라는 남성 권력을 정당화함은 물론, 여성 몸을 거래하면서 은밀한 결속을 하는 이들이 모두 공범자라는 것. 이어 “성산업 착취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관련자를 엄벌해 성매매 공화국이라는 오명이 사라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정미 전주여성지원센터 활동가는 “명절에는 매형과 처남, 사촌들끼리, 또는 고향 친구들끼리 성매매 업소에 온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며 “남성간, 가족간 연대로 거래되는 것은 여성”이라고 비판했다. 남성 2명 중 1명이 여성의 몸을 착취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은 안전하게 여성들의 성을 착취할 수 있는 구조화된 사회”라며 “남성들은 언제까지 여성 착취를 통해 유착 관계를 형성하고 국가는 비호하고 사법부는 면죄부를 줄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최근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성산업 규모는 연간 37조6000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들이 마시는 커피 산업 규모가 지난 2017년 기준 6조3000억원으로 성 산업과 6배 이상 차이가 났다.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의 발언을 대전여성인권티움 짤(예명) 활동가가 대독했다.

짤은 “업소에서 나온 지 수년이 지난 지금도 밤마다 꾸는 악몽에서 손님이 악마로 변해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고 있다”라며 “‘감성팔이’인 양 누가 내 입을 막아도 손님에게 맞아본 것, 성폭행 당한 후 산에 끌려가는 등 성매매 경험에 대해 꺾지 않고 소리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리쿄대학 오노자와 아카네 교수는 “일본에서도 성매매 문제에 고민하고 있으며 당사자 여성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관심이 많이 없다”라며 “우리는 한국이 성매매 방지법을 제정한 것과 성매매 방지 운동에 대해 배우면서 한국과 일본이 강력하게 연대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경찰․검찰․언론 모양의 빌딩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경찰․검찰․언론 모양의 빌딩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곽성경 여성신문 기자

 

이어 한 활동가가 경고의 메시지를 담아 경찰, 검찰, 언론 등 모형을 망치로 부수는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달라진 우리는 당신이 세계를 부술 것이다’라는 깃발을 휘날리며 종로 일대를 행진했다. 이들은 인천의 인권희망 강강술래 활동가들의 율동에 맞춰 ‘여성의 노래’를 불렀다.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여성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심장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라고 노래하며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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