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 OUT!’ 콘서트
호신술 ‘크라브마가’ 배워
“지나친 간섭이나 통제도
데이트 폭력” 의견 쏟아져

최하란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가 자기방어훈련 시범을 보이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최하란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가 자기방어훈련 시범을 보이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가해자를 흥분시키는 행동은 하지 마세요. ‘진정하세요’, ‘알겠어요’ 같은 말을 하면서 시간을 버세요. 이때 손으로 막는 동작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하란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의 말에 2인 1조로 짝을 이룬 여성들이 자신의 손을 들어 보이며 일제히 방어 자세를 취했다.

9월 20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 청어람홀에서 열린 ‘데이트 폭력 OUT! 토크 콘서트’에 참가한 30여명의 여성들은 자신을 지키는 법에 대해 배웠다. 이날 프로그램은 한국여성상담센터가 서울시와 함께 데이트 폭력 문제를 알리고 여성들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마련했다.

자기방어법을 소개한 최하란 대표는 호신술의 하나인 크라브마가(Krav Maga) 지도자다. 이스라엘군 ‘실전무술’로 알려진 크라브마가는 선제 공격이 아닌 반격에 중점을 둔 무술이다. 최근 성폭력 등 위기상황에 대비해 호신술을 배워 자신의 안전을 지키려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이날 최 대표는 흔히 쓰는 ‘호신술’이라는 표현 대신 ‘셀프디펜스self-defence’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는 “호신술이라는 단어는 약자일수록 ‘내가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셀프디펜스는 ‘자기 자신을 지킨다’는 의미와 함께 ‘정당방위’라는 뜻도 포함돼 있다”며 “나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행위 자체가 정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고, 상황별 방어동작을 시범을 보였다. 그는 참가자들에게 “가해자에게 쉽게 뒤를 보여주지 말라”며 “길을 걷다가 안 좋은 낌새가 느껴졌을 때 뒤를 돌아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방어 동작뿐 아니라 ‘진정하세요’ ‘알겠어요’ 등 언어적 표현을 동반하거나, 손으로 막으며 ‘하지마세요’라고 경고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데이트 폭력과 젠더 감수성’이라는 주제로 연인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을 놓고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의미를 살펴보는 시간도 가졌다. 이날 참가자들은 ‘물리적 폭력’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하거나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행위도 데이트 폭력이라고 봤다. 20대 여성 참가자 A씨는 데이트 폭력에 대해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을 강제로 관철시키는 것”이라고 봤고, 또 다른 참가자 B씨는 “연인 관계에서 나는 싫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길들여지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참가자 이예은씨는 “‘가스라이팅’처럼 내가 원하지 않았던 것을 잊어버리고 지속적으로 상대에게 맞춰주는 것”이라며 “가끔씩이라도 내가 망설였던 부분인데 길들여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상담센터 이효린 대표는 데이트 폭력을 ‘통제’라고 정의했다. 이 대표는 “통제는 동등한 권력관계에 있지 않을 때 이루어진다”고 했다. 성소수자 관계에서는 정체성을 커밍아웃하는 것 자체가 데이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성원 상담사는 “회사나 직장에 찾아가 (성소수자임을) 아웃팅할 것이라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성 간 연애에서 남녀 권력관계는 주로 남성이 쥐는 경우가 있지만 동성 관계에서의 권력관계는 그보다 복잡한 경우도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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