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시 컬쳐]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저자 최승범, 생각의힘 펴냄)
군대문화·음담패설 속
남자들도 자유로울 권리 있어
사회 기득권인 남성 바뀌어야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생각의 힘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생각의 힘

[‘히포시(HeForShe)’는 성불평등 문제에 남성들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는 유엔 여성(UN Women)의 글로벌 성평등 캠페인입니다. 앞으로 ‘히포시 컬처(HeForShe Culture)’ 코너를 통해 성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이야기가 담긴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남자도 페미니즘을 배워야 한다. 페미니즘이 여성 뿐 아니라 남성의 삶과도 연관돼 있다. 뿌리 깊은 군대 문화와 폭력, 음담패설이 이어지는 문화 속에서 남성들도 자유롭지 않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것은 여성을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남성의 해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생각의 힘) 저자 최승범은 페미니즘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대학 시절 후배에게 “남자가 왜 페미니즘을 공부해?”라고 물은 그는 “남자니까 잘 모르잖아요, 배워야죠”라는 대답을 듣고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나서야 알았다. 왜 자신이 어린 시절 자신이 공기놀이와 고무줄놀이를 하면 계집애처럼 논다고 어른들에게 혼났는지, 밤늦게 만난 여성 지인에게 “이 밤에 아이는 누가 봐주고 있는지”라고 물었는지 말이다.

저자는 남성들이 여성을 착취하는 이유를 같은 남성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라고 짚었다. 남성에게 훼손된 자존심을 찾기 위해 여성을 착취한다는 것이다. 강자에게는 약하고 강자에게 강한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남성들이 ‘남부끄럽지 않은’ 외모의 연인을 만나려는 이유도 다른 남성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사회가 지금보다 조금 더 평등해지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여성의 소득이 남성과 비슷해지면 모든 비용을 반식 부담할 수 있다. 아빠와 아이의 친밀감은 커질 것이다. 슬플 때 마음껏 눈물을 흘릴 수 있어서 감정을 꾹꾹 누를 필요가 없다. 남성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

남성이 바뀌어야 한다. 소수의 흑인이 다수 백인의 마음을 움직여 이뤄진 민권운동처럼, 사회에서 다수의 기득권으로 움직이고 있는 남성의 태도가 바뀌어야 사회는 변화가 시작된다.

강릉 명륜고에서 국어 교사를 하는 저자는 학생들에게 조심스러우면서도 은근하게 그리고 슬며시 페미니즘을 이야기한다. 교실에 놓은 ‘여성신문’을 구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업시간에는 문학을 통해 성차별을 짚는다. 이육사의 시 ‘절정’과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다룬 문학 교과서에서 단정적인 표현과 명령형 말투는 ‘남성적 어조’, 부드럽고 차분하며 소극적인 태도는 ‘여성적 어조’라는 설명에 의문을 던진다. “선생님이 지나치게 예민하다”며 거부 반응이 돌아오기도 한다. 저자는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여성 혐오 사회 문화 속에서 여성 혐오를 인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말하며 오히려 그들을 이해하려는 자세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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