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떠나는 정치인, 새로 임명되는 정치인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떠나는 정치인, 새로 임명되는 정치인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교수
  • 승인 2019.09.22 13:00
  • 수정 2019-09-22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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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외교 주도한
발스트룀 장관 은퇴 선언
두터운 여성 인재풀 덕에
스웨덴 동수내각 이뤄
정계 은퇴를 선언한 마르고트 발스트룀 전 스웨덴 외교부 장관. ©스웨덴 정부 홈페이지
정계 은퇴를 선언한 마르고트 발스트룀 전 스웨덴 외교부 장관. ©스웨덴 정부 홈페이지

 

15세에 사민당 청년조직에 몸 담고 정치를 배우기 시작해 25세에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34세에 종교청소년부 장관, 39세 문화부 장관을 거쳐 41세에 사회부 장관을 역임한 경험으로 차기 수상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던 여성 정치인이 있었다. 그러더니 홀연히 스웨덴 정치를 버리고 활동무대를 유럽연합으로 옮겨 환경집행위원과 헌법제도문화전략 집행위원직까지 포함 총 10년을 유럽에서 국제활동을 했다. 그녀의 경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유럽연합 활동 이후 유엔 사무총장 직속인 분쟁지역성폭력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되어 세계 여성지도자들과 인맥을 쌓았다. 그동안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힐러리 클린턴, 각국 지도자들과 교분을 쌓으며 국제적 역량을 넓혀 나갔다. 이렇게 활동한 그녀의 경력은 2014년 사민당 중심의 적녹연정이 이루어졌을 때 외교부 장관으로 발탁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녀가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되어 그동안 국내, 유럽 및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활동한 경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여성 및 소수자의 권익을 우선시 하는 페미니스트 외교정책을 발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처음에는 생전 들어보지 못한 페미니스트 외교가 무엇인지 의아해 하는 사람도 많았다. 전 세계에서 남성과 똑같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여성을 위한 대변인 역할을 자임하면서 종교와 인습 등으로 차별 받고 있는 여성들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여성인권을 탄압하는 국가라고 발언해 국교 단절의 위기까지 치닫기도 했지만 페미니스트 외교정책은 이제 스웨덴의 가장 중요한 이미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초 교착상태에 빠졌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회담 성사를 위해 교량역할을 자처하고 나섰고 결국 스톡홀름에 양국 협상대표들을 초청해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한국 언론에 노출되기도 했다.

마르고트 발스트룀. 그녀는 이제 화려한 경력을 뒤로하고 정치를 떠난다고 발표했다. 임기가 3년이나 남아 있지만 그녀는 화려할 때 떠나는 정치인의 길을 선택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 국가와 세계를 위해 봉사했으니 더 늦기 전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로 했다는 인터뷰가 기사와 TV뉴스로 전해진다. 떠나는 그녀의 결정에 여야 정치인이나 국민 모두 아쉬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가장 정적이었던 보수당, 스웨덴민주당 그리고 기독민주당의 당수들 까지도 지금까지 스웨덴 국익을 위해 동분서주한 노력에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선물과 꽃을 그녀에게 전하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최근 새로운 외교부 장관이 소개되었다. 새로 지명된 외교부 장관, 그리고 공석인 유럽연합통상부 장관, 노동부 장관 들도 모두 여성으로 채워졌다. 이들을 소개하기 위해 총리가 직접 정부 브리핑실로 나와 기자들 앞에 섰다. 한 사람 한 사람씩 소개하는 총리 뒤에 새로운 젊은 여성 정치인들이 서 있다. 미래의 마르고트 발스트룀 들이다.

스웨덴은 이렇듯 국회의원, 장관, 유럽연합, 유엔 등을 차례로 거쳐 성장하는 여성 정치인 인재 풀은 넘친다. 그도 그럴 것이 스웨덴 여성 정치인의 국회의 46%를 차지한다. 내각 24명 중 여성이 12명으로 50%를 차지한다. 그것도 외교부, 재무부, 사회부, 노동부, 교육부 등 최고 권력 부처의 장관으로 활동하고 있어 여성이 정치에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높은 지 짐작할 수 있다. 20~30대 장관들도 있지만 청년정치부터 잔뼈가 굵어 누구도 그들의 정치적 능력에 이의를 다는 사람들은 없다. 각 부처차관, 정부기관장 등도 여성은 남성과 같은 비율을 차지한다.

장관들은 이렇게 두텁게 인재층이 갖춰져 있을 때 인선하는 것이다. 각 정당들 마다 어릴 때부터 국내 및 국제적 경험을 고루 섭렵한 인재풀은 넘친다. 정치인들이 국내 정치논쟁에만 함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정치인들과 함께 네트워크를 이루며 글로벌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세계를 선도해 나간다.

떠나는 정치인, 새로 임명되는 스웨덴의 정치인을 보면서 우리의 미래 국가지도자, 정당지도자, 국회의원들은 과연 어떻게 길러야 하고, 세계의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능력 있는 정치인을 어떻게 키워낼 수 있을까 고민해 본다. 언제 우리는 여야를 막론하고 떠나는 정치인에게 꽃다발과 그동안 국가를 위해 고생하고 희생했다는 말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아니 그런 날이 정녕 오기는 오는가? 정말 작금의 한국의 정치는 이제 청산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미래지도자를 새롭게 길러낼 판을 새로 짜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가 발목을 잡아 영영 우리는 후진국의 나락으로 추락하고 말지도 모를 일이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교수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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