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성평등을 말하다] ⑤ 롯데컬처웍스

롯데그룹이 지난해 공개한 남성육아휴직을 콘셉트로 한 홍보 광고 속 한 장면. ©롯데
롯데그룹이 지난해 공개한 남성육아휴직을 콘셉트로 한 홍보 광고 속 한 장면. ©롯데

 

잠자는 배우자를 대신해 아이의 양치질을 돕고, 기저귀 가방을 메고 유모차를 밀며 길을 나선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모두 아빠들이다. 롯데그룹의 남성육아휴직 광고 속 아빠들에게 육아는 돕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러나 육아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하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 회원국 중 노동 시간이 두 번째로 긴 한국 노동자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동원되어야 한다는 말처럼 사회적인 지지 없이는 불가능하고 특히 직장에서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롯데그룹은 직원들의 모성과 부성을 보호하기 위해 나섰고, 그 결과 우리나라 남성 육아휴직자 열 명 중 한 명(2018년 6월 말 기준, 고용노동부)은 롯데의 아빠들이다.

2016년 롯데의 여성리더십포럼인 와우포럼에서 발표돼 큰 반향을 일으킨 남성의무육아휴직은 빠르게 정착되어 시행 2년 동안 3000여명의 남성 직원이 사용했다. 시행 첫해였던 2017년에 1100여명으로 국내 남성육아휴직자의 10%를 롯데의 남성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올해는 1900명으로 2배가량 늘어 국내 남성육아휴직자의 12% 정도를 롯데의 남성 직원들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남성의무육아휴직은 배우자가 출산한 남성 직원에게 1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동시에 첫 달 통상임금을 보존해주는 정책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 및 직장 내 성평등 확립에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극장과 영화 투자 및 배급 사업을 하고 있는 롯데컬처웍스의 남성육아휴직 사용률은 100%에 달한다. 롯데컬처웍스는 남성육아휴직 사용과 관련해 인사팀에서 직접 대상자를 확인하고 일정을 조율함으로써 휴직에 대한 부담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성육아휴직에 대한 사용 기준이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직원들 또한 자연스러운 복리후생 제도의 하나로 인지하고 있다고. 배우자 산후조리와 육아 초기에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구성원들의 만족도도 매우 크다. 또한 실제로 남성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복귀한 직원들의 사례를 통해 모든 직원들이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직원들의 출산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인생에 단 한 번밖에 가질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으며 아이를 돌보는 역할과 관계없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부모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남자의 육아휴직에 아직도 낯선 시선이 많다는 점이 매우 아쉽습니다. 남성육아휴직이 직원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복지제도로 자리 잡아, 출산율 상승 등 사회 전반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롯데컬처웍스 온라인사업팀 국OO 대리)

남성육아휴직 외에도 롯데컬처웍스는 2016년부터 직원들의 임신과 출산, 육아에 이르기까지 생애 주기에 따른 부담 완화를 위한 가족친화적 휴직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 제도로 여성은 출산 전후 휴가 외 최대 2년까지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여성의 경력 단절에 있어 임신과 출산이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는데 이러한 휴직제도는 모성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여성의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하는 가장 절실한 장치인 셈이다.

여성 직원들이 육아휴직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겪지 않도록 복직자 대상 교육 프로그램 ‘맘스힐링’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심리상담을 비롯해 워킹맘 선배의 경험담을 통해 커리어 유지에 대한 동기부여를 제공한다. ©롯데컬처웍스
여성 직원들이 육아휴직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겪지 않도록 복직자 대상 교육 프로그램 ‘맘스힐링’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심리상담을 비롯해 워킹맘 선배의 경험담을 통해 커리어 유지에 대한 동기부여를 제공한다. ©롯데컬처웍스

 

롯데컬처웍스는 육아휴직을 한 직원의 첫 1개월 통상임금을 보전해줄 뿐만 아니라, 기존 육아휴직 중인 직원들에게도 추가 연장 여부의 선택권이 제공되어 영유아 자녀를 둔 채 복직을 앞둔 워킹맘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있다. 또한 예비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여성 인재 대상으로는 최대 1년까지 휴직할 수 있는 ‘자녀입학돌봄휴직’도 운영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난임 휴직제도’를 도입, 난임 직원을 배려하고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2016년부터 지금까지 높은 육아휴직 이용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다양한 가족친화적 휴직제도를 바탕으로 2018년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선정위원회’가 주관하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에 3년 연속 대상을 수상했다.

여성 구성원이 많은 롯데컬처웍스처럼 롯데그룹은 전체적으로 여성 비율이 높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여성이 일과 가정의 안정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어야 생산성이 증대되며 그것이 곧 기업의 성장과도 연결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롯데가 기업문화ᅠ혁신의 중심에 여성을 두는 이유다. 2013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태생적인 차이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공정한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원칙을 담은 ‘다양성 헌장’을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성친화적인 정책은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남성육아휴직 광고는 대외적인 기업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었고, 무엇보다 여성 신입사원의 입사가 증가했다.ᅠ롯데의 신입사원 중 여성의 비율은 40%를 넘어서고 있다. 전체 임직원 중 여성의 비율도 30%를 넘는다.ᅠ여성 임원수도 36명에 달해 첫 여성 임원을 배출한 2012년과 비교해 7년 만에 12배나 늘었다. 여성 임원의 비율은 기업의 성평등 지수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다. 여성이 많은 조직일수록 수평적이고 유연한 문화를 갖고 있어 좀 더 투명한 의사 결정이 가능하고 생산성까지 높인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이 미국 기업을 분석한 결과, 2011년 여성임원이 3명 이상 기업은 5년 뒤인 2016년 자기자본이익률(이하 ROE)과 주당순이익(이하 EPS)이 각각 10%포인트, 37%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여성임원이 한 명도 없었던 기업은 ROE가 1%포인트, EPS가 8%포인트 감소했다. 국내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국내 유가증권시장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여성 등기임원이 있는 기업의 2018년 ROE 평균은 3.7%였다. 반면 여성 등기임원이 한 명도 없는 기업의 ROE 평균은 1.6%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재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에서 근무하는 여성 임원 비율은 3.6%에 불과하다. 500대 기업 3곳 중 2곳에는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었다. 여성가족부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 500대 기업의 전체 임원 수는 1만4460명 가운데 여성은 518명이다.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기업도 310곳이나 된다.ᅠ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유리천장 지수에서 최하위를 기록 했다. 여성임원의 비율이 높아지지 않는 이상 꼴찌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롯데 역시 2011년 당시 그룹 내 여성임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2015년 기업문화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유능한 여성 인재를 찾고 적극 발탁해 여성 임원 수를 늘렸다. 현재 여성임원 수는 36명. 2012년 처음으로 3명의 여성임원을 배출한 이래 7년 만에 12배 수준으로 증가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와우포럼 또한 역할을 했다. 와우포럼은 롯데그룹의 여성 리더십 포럼으로, 여성 간부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2012년 처음 시작됐다.ᅠ트렌드에 대한 기조 강연, 여성 CEO 특강, 여성 인재의 발전성에 관한 내용으로 진행된다. 자신의 분야에서 여성 리더로서의 길을 개척할 수 있었던 도전정신과 노하우 등에 대해서도 공유한다. 참가한 여성 간부사원들은 자신이 롯데그룹에서 임원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한편, 회사에서 여성 간부들에 대한 포럼을 가지는 것 자체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실제로 참가자 중 2019년 롯데컬처웍스의 첫 여성임원으로 승진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자체 개발한 ‘여성인재육성지표’ 평가를 거쳐 여성 인재 육성 우수 계열사를 선정할 정도로 높은 의지가 좋은 결과로 이어진 사례다.

UN은 제 70회 정상회의에서 모든 회원국들이 달성해야 할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목표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의제를 주창했다. 빈곤 퇴치와 기아 해소, 기후 행동과 함께 성평등을 우선 목표로 삼았는데 이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UN의 모든 회원국이 합의한 의제다. 성평등은 더 이상 거스르거나 반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유연한 변화를 통해 발전을 꾀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또한ᅠ보수적이고 남성중심적인 문화로는 성장 동력에 한계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롯데컬처웍스는 조직 내 다양성이 기업 문화 형성과 업무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여성친화적인 제도를 정착시켰다. 상명하복이 강한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혁신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동시에 생존을 위한 새로운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여성, 출산 후에도 단절되지 않는 일터, 육아를 돕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일로 여기는 남성이 만들어갈 제품과 환경은 이전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과거 고속 성장을 통해 몸집을 불려왔지만 기존의 성장 공식이 한계에 부딪친 한국의 기업에게 성평등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

이지혜‘텐아시아’, ‘맥스무비’ 등 매체에서 기자로 일하며 대중문화에 대한 글을 썼다. ‘뜨거운 사이다’, ‘무비스토커’ 등의 방송과 지면을 통해 여성과 영화에 대해 말하고 쓰고 있다.
필자 이지혜 ‘텐아시아’, ‘맥스무비’ 등 매체에서 기자로 일하며 대중문화에 대한 글을 썼다. ‘뜨거운 사이다’, ‘무비스토커’ 등의 방송과 지면을 통해 여성과 영화에 대해 말하고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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