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져버릴 꽃은 싫어, 나는 나무야”… ‘AOA’ 선언에 여성들이 환호했다
“져버릴 꽃은 싫어, 나는 나무야”… ‘AOA’ 선언에 여성들이 환호했다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9.09.13 17:50
  • 수정 2019-09-16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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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Mnet 경연 프로그램 ‘퀸덤’
‘너나 해’ 커버 무대 뜨거운 반응
‘짧은 치마’ 대신 ‘바지 수트’ 입고
남성 댄서는 하이힐·노출 의상 ‘전복’
리더 지민, 곡·의상·댄서 등 무대 연출

유나·설현 등 멤버들 지속적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 드러내고
걸그룹 향한 성적 대상화 비판도
© Mnet ‘퀸덤’ 영상
리더 지민은 ‘너나 해’ 도입에서 스스로를 가리켜 ‘꽃’이 아닌 ‘나무’라고 선언한다. © Mnet ‘퀸덤’ 영상

“나는 져버릴 꽃이 되긴 싫어. I’m the tree.”

노래 ‘너나 해’ 무대를 시작하자 AOA 리더이자 래퍼인 지민은 스스로를 가리켜 ‘꽃’이 아닌 ‘나무’라고 선언한다. ‘여성=꽃’으로 여성을 성적 대상화, 타자화하는 시선을 향한 강력한 경고다. 그리고 이어지는 무대에서 AOA 다섯 멤버(지민·유나·혜정·설현·찬미)는 이 말을 증명해낸다.

AOA는 지난 12일 오후 9시20분 방영된 Mnet ‘퀸덤’에서 마마무의 ‘너나 해’ 커버 무대를 선보였다. 퀸덤은 여성 그룹 여섯 팀이 매주 새로운 무대를 선보이는 경연 프로그램으로 AOA를 비롯해 박봄, 마마무, 러블리즈, 오마이걸, (여자)아이들이 참여한다. 여섯 팀은 3회의 사전 경연 무대를 거쳐 10월 24일 오후 11시 컴백 싱글을 동시 공개한다. 음원 순위와 10월 31일 파이널 생방송 투표를 더해 최종 1위를 가리게 된다. 최종 우승팀에는 Mnet 컴백쇼가 주어진다.

두 번째 사전 경연이 펼쳐진 이날 AOA가 선보인 ‘너나 해’는 무대 직후 여성 그룹을 향한 성적 대상화와 전통적 성 고정관념을 전복시킨 무대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특히 여성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영상이 게재된 네이버TV의 해당 영상 페이지에 달린 댓글 2337개(오후 3시 기준) 중 88%는 여성이 작성했다. 댓글 내용도 호평 일색이다. 일반적으로 ‘남덕’(남성 팬을 일컫는 말)이 많은 여성 그룹에게는 흔치 않은 반응이다. 이번 무대를 보고 ‘입덕’(팬이 된 것) 했다는 ‘여덕’(여성 팬)도 상당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AOA의 이번 퍼포먼스에 대한 시청 후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방송에서 “‘AOA가 이런 무대를?’(이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게끔 멋짐을 보여드리겠다”고 한 설현의 다짐은 실현된 듯하다.

© Mnet ‘퀸덤’ 영상
무대 후반부 등장한 남성 댄스들은 노출 의상을 입고 하이힐을 신어 AOA 멤버들의 착장과 대조를 이뤘다. © Mnet ‘퀸덤’ 영상

AOA의 ‘너나 해’ 무대는 이들의 기존 무대와는 사뭇 달랐다. 지민이 직접 쓴 랩 가사는 AOA가 이번 무대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방향을 알렸고, 이어 몸 윤곽을 드러내지 않는 바지 정장을 입은 멤버들은 미소나 ‘애교’ 없이 강렬한 눈빛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특히 무대 후반 핫 팬츠에 신체를 노출한 의상을 입고 관능적인 춤을 추는 남성 댄서들의 등장은 AOA가 의도한 퍼포먼스의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남성 댄서들은 보깅(Voguing, 잡지 모델들의 포즈에서 영감 받은 춤) 댄서들로 알려졌다.

AOA는 그동안 ‘짧은 치마’, ‘단발머리’, ‘사뿐사뿐, ‘심쿵해’ 등 연이어 히트곡을 내며 인기 여성 그룹으로 자리해왔다. 몸 윤곽을 드러내는 노출 의상, 관능적인 몸짓의 퍼포먼스는 AOA의 대표 콘셉트였다. 7인조로 시작해 멤버들의 탈퇴를 겪으며 5인조로 거듭난 AOA는 이번 무대를 통해 지민의 랩핑처럼 “이것이 AOA(This is AOA)”라고 말하고 있다.

여성 시청자들은 남성 중심의 기획을 주로 보여주던 AOA가 직접 기획하고 연출한 무대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이번 무대 연출은 리더 지민이 주도했다. 곡 선택부터 무대 의상, 댄서 활용, 도입의 랩핑까지 지민이 낸 의견이 무대에 그대로 반영됐다. 프로듀서로서 지민의 역량을 대중에게 선보인 기회였다.

© Mnet ‘퀸덤’ 영상
설현은 무대 엔딩 화면에서 당당한 미소를 보여줬다. © Mnet ‘퀸덤’ 영상

앞서 말했듯 AOA는 그동안 아이돌 산업에서 철저히 성상품화되던 ‘걸그룹’ 중 하나다. 자신에게 요구되던 콘셉트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그들과 시대의 흐름과 함께 조금씩 변화했다. 설현은 가수 겸 배우 수지가 성폭력 피해를 고발한 유튜버 양예원 지지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아직은 공부하는 단계지만 여성에 관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생겼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신체 일부분만 집요하게 확대한 ‘움짤’(움직이는 이미지) 등을 언급하며 “친구들이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똑같이 겪고 있었다”며 여성 그룹을 향한 성적 대상화와 성희롱에 대해 비판했다. 유나는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있다고 ‘인증’했고, tVN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해 “‘페미니즘 편’을 재미있게 봤다”고 밝히며 화제가 됐다. 여성 연예인이 『82년생 김지영』을 본다는 이유만으로 일부 남성들로부터 ‘페미냐’고 사상 검열을 받아야 하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용기’있는 행보다.

그동안 자신에게 요구되던 성적 퍼포먼스와 콘셉트를 내려놓고 스스로 기획한 무대로 환호를 받은 AOA의 다음 행보에 여성들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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