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네, 저 생리 하는데요?』 저자 오윤주 씨
월경하는 몸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경험담
월경 터부시하는 사회
여성혐오와도 연관 있어

『네, 저 생리하는데요?』 오윤주 지음/1만3800원 ⓒ다산북스
『네, 저 생리하는데요?』 오윤주 지음/1만3800원 ⓒ다산북스

“엄마, 왜 피 났어” “아무것도 아니야” “이거 피 아니야? 엄마 피 났잖아” “피 아니야. 넌 아직 몰라도 돼”

오래된 기억 속의 엄마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질문을 차단했다. 학교에 다닐 땐 생리대를 숨겨서 화장실에 가야 했다. 생리통으로 몸이 고통스러웠지만 남학생들의 물음에는 “몰라도 돼”라고 말했다. 누구도 생리(월경)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숨기라고 가르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생리를 숨겨야만 했을까.

『네 저 생리하는데요?』(다산북스)는 평범한 여성의 생리 경험담이다. 개인의 경험에서 책은 한 발짝 앞으로 나간다. 생리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낼 수 없게 하는 사회는 여성을 침묵하게 하는 구조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짚어낸다. 여성들은 성폭력, 가정폭력, 낙태죄, 성별 임금 격차, 불법 촬영 등 부당한 일 앞에서 억압 받았다. 생리를 터부시하는 분위기에서 일부 여성들은 생리로 고통스러운 자신의 몸을 부정하기도 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생리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생리로 힘들었던 자신의 몸을 사랑하게 된 이유를 말한다.

저자 오윤주(24)씨가 생리 때문에 힘든 자신의 몸을 혐오했지만 어느 순간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했다. 그 경험을 책을 통해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했다.

'네, 저 생리하는데요?' 오윤주 저자.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네, 저 생리하는데요?' 오윤주 저자.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다낭성 난소 증후군(호르몬 불균형으로 난소에 미성숙한 난포가 생기는 증후군)을 진단받았어요.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지고 PMS(월경전증후군)이 전에는 없었던 강도로 왔어요. 호르몬제를 먹으면서 증상들이 완화되었는데 돌이켜보니 제가 저를 혐오하고 있었어요. 제게 일어난 일을 덮기보다는 자세히 들춰내고 싶었어요. 받아들이고 싶었던 거죠.”

저자가 ‘생리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도 생리 기간에 자신의 몸의 변화를 기록해 더 자세히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생리 기간이 오기 전부터 예민해지는 몸과 감정의 변화와 생리 기간에 늘어나는 식욕과 성욕, 가슴과 허리에 통증이 오는 PMS를 상세하게 기록했다.

“생리는 일상적인 거라 특별한 경험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당연한 것을 제가 다시 글로 직조하면서 제게 일어나는 일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어요. 사실 누구에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잖아요. 공개하면서 억압해왔던 감정들을 끌어안을 수 있었어요.”

생리는 개인의 몸에 변화지만 사회적인 요소들이 묶여 있다. 생리를 하는 여 고통의 원인 중 하나는 여성들을 옥죄는 코르셋(사회의 고정된 여성성)이다. 브래지어부터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스키니진 같은 옷들부터 생리를 푸른 색깔로 표현하는 광고, 생리대 유해 물질 파동으로 인한 위험까지 여성들은 생리 앞에서 잘못된 이미지와 위험에 놓여 있다.

'네, 저 생리하는데요?'의 오윤주 저자가 6일 여성신문 본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네, 저 생리하는데요?'의 오윤주 저자가 6일 여성신문 본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생리대 유해 물질 파동이 정치적인 사건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국가나 사회에서 홍보하는 생리의 이미지나 생리용품을 그냥 수용해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에서는 생리대를 쓰는 여성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해외에서는 탐폰(삽입형 생리대)도 많이 쓰거든요. 학교 교육과정에서도 생리에 대해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사회적으로 생리 이야기를 꺼냈는데 이상하다는 분위기가 있으면 개인은 위축될 수밖에 없어요.”

저자가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알게 된 건 고등학교 시절 공지영 작가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읽고서다. 대학에 입학한 뒤 좀 더 적극적으로 페미니즘을 공부한 저자는 지난 2월부터는 페미니즘 팟캐스트 ‘투쟁하는 암탉’을 운영하고 있다. 친구 7명과 2주에 한 번씩 『82년생 김지영』 『이갈리아의 딸들』 같은 페미니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주변에 말하고 다닌 건 지난해 말부터였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좀 더 용기를 냈어요. 책임감도 있었고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개봉한 ‘피의 연대기’(김보람 감독)를 보고 책을 쓴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생리 경험담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생리라고 하면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문제로만 보잖아요. 사실 생리가 여성들의 경험이지만 남성들도 알아야 하고, 또 연관돼 있는 거잖아요. 생리에 관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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