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당 여성리더십 인터뷰④]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고 김근태 의원의 아내·동지
재선의원으로 여성 정치 참여 앞장서

“여성운동은 대한민국
바꿔나가는 중요한 동력”

인재근 여성가족위 위원장.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인재근 국회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8년은 미투운동이 일어난 기념비적인 해다. 제20대 국회는 그 운동을 제도화해내는 역할을 맡았다. 지난해 말 여성폭력방지기본법 등이 가까스로 통과되긴 했지만, 발의된 많은 법안이 아직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성폭력은 성차별적 사회 구조와 권력의 차이가 근본적인 원인이기 때문에 다양한 차원의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20대 국회 마지막 여성가족위원장을 맡은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재선·서울 도봉구갑)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법안 처리에 핵심적 때문이다. 지난 6월 28일 선출된 인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까지 9개월 남짓이다. 국정감사와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법안 처리는 더욱 어려워진다.

과묵하면서도 인자하지만 인위원장은 평생을 투사로 살았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73학번으로 졸업하면서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을 시작했고 고 김근태 의원을 만나 동지로, 부부로 민주화투사로 평생을 살아왔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등에서 활동하면서 1987년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을 수상했고, 1989년 이화여대 민주동우회 회장을 맡았다. 현재 당내에서는 지난 4월 말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으로서 소감과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19대 국회 당시 여성가족위원회 간사였는데 이번에 위원장이 됐습니다. 돌아와서 보니 중요한 현안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임기 내 여가위의 숙제들이 모두 원만히 처리될 수 있도록 여야 위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여가위원장으로서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법안은 무엇입니까?

“그동안 소속 상임위는 아니었지만 관심을 갖고 관련 법안을 많이 발의해왔습니다. 청소년 근로현장 도우미 사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청소년기본법’ 개정안,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모욕과 허위사실 유포자를 처벌하기 위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법’ 개정안, 몰카범죄 예방을 위해 ‘성폭력 방지법’ 개정안 등이 있습니다. 해당 법안들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또 빈곤한 한부모가족을 위한 양육비 이행과 지원 문제, 온라인을 매개로 한 청소년 성착취 문제, 위기청소년들의 사회 안전망 강화 등을 해결하기 위해 더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습니다.”

노동운동가, 민주화투사로 평생을 살아오셨습니다. 오늘날 여성운동을 어떻게 보십니까?

“민주화운동과 여성운동은 사실 그 맥락이 같습니다. 둘 다 대한민국의 정의를 바로세우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한 거대한 흐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민주화운동이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촛불’이라는 꽃을 피웠다면, 여성운동은 ‘미투운동’으로 개화되어 여성 인권의 역사를 하나, 둘씩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오늘날 여성운동이 대한민국을 움직이고 바꿔나가는 중요한 동력이라고 믿습니다. 함께 연대하겠습니다.”

현재 한국의 성평등 수준을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특히 차별이 심하다고 보는 분야는 무엇입니까?

“유엔개발계획이 전 세계 189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년 성불평등지수’에서 한국은 10위로, 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세계경제포럼의 2017년 성격차지수에서는 144개국 중 118위에 머물렀습니다. 우리나라는 건강과 교육 수준에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지만, 여성의 경제활동 진출과 정치 참여 면에서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수준입니다.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고, 이를 위해 성평등에 대한 올바른 국민적 이해가 우선돼야 합니다.”

미투운동이 한국사회의 전환점이라고 하지만, 정작 정치권은 제대로 반응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그동안 숨겨져 있던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의 실태가 미투운동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사회에 만연한 조직적 위계구조와 2차 가해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크고 깊었는지 확인했습니다. 미투운동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사회에 큰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정치권도 그 흐름을 읽고 있습니다. 물론 현실과 정치의 간극은 어쩔 수 없이 발생합니다. 최근 정치권의 상황이 급변하면서 여성인권은 물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 또한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측면이 있어 개탄스럽게 생각합니다. 거대한 변혁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국회에서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국회의원의 성평등 의식은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제고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국민의 성평등 의식이 높아진 만큼, 국회의원들의 성평등 의식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성평등 제고를 위한 법안도 많이 발의되고 있고 토론회, 세미나 등도 활발하게 열리고 있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논란이 될 만한 발언으로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성평등 의식 수준을 갖기 위해선 주기적인 교육 등 국회와 정당 차원의 많은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입니다. 국회의 성평등 의식 향상을 위해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으로서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성평등 관련 활동을 하는 의원들이 항의나 비난을 받아 의정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합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올바른 사회를 지향하는데 위축될 필요가 없습니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사명이고 감당해야 할 역할입니다. 더욱 공부하고 더 많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의정활동으로 녹여내야 합니다. 성평등사회는 거대한 사회 흐름이자 시대적인 요구입니다.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과 입법과정을 통해 성평등이 당연한 사회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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