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대부분이 놀이시간인 어느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아이들에게 물었다. “놀면서 배운 게 있어?” 답은, “재미!”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기.” “나무 타는 힘도 배우고 용기도 배워.”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도 물었다. “재밌게 사는 방법을 알았어.” “내 말만 하면 안 되고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도 듣고 같이 사는 거.” 

스무 살이 다 된 청년들에게도 그 어린이집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물었다. “즐거움을 경험한 거. 어릴 때가 즐거움으로 남아있으면 좋은 거지.”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방법을 배운 것이 가장 크고, 산과 마당을 뛰어다니며 내 몸을 다루는 법을 배운 것, 자연이 변화하는 방식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어른들은 우리 편이라는 것.”

실컷 놀게 하다 보니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공부를 따라갈 수 있을까 하고 부모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학교에 간 아이들의 대답은, “매일매일 놀기만 하다가 책상 앞에 앉으려니 몸이 간질간질했어.” “학교에서 처음 배우는 것이 오히려 호기심이 생기고 좋았던 것 같아.” “한글을 읽고 쓸 줄 몰라서 조금은 불편했어.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반대로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은 도와가면서 더 좋은 친구 관계를 만들 수 있었어.” 어려운 점이 있어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탁월한 사회성이 돋보인다.

아이들은 스스로 선택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성숙해지고 자존감이 높아졌다. 에릭슨의 발달단계 이론에서 말하는 자율성과 주도성을 훌륭하게 습득했다. 교사는 같이 놀아주기도 하지만 조금 떨어져서 늘 돌봐주고 도와주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어른들은 우리 편”이라는 걸 그때 배웠고 그 마음을 지금도 유지한다는 것이 감동적이다. 아이들이 얼마나 든든했을까. 어린 시절의 행복한 경험은 사람에 대한 신뢰와 삶의 즐거움을 성격의 기조로 만든다. 그런 신뢰를 받는 교사들은 또 얼마나 뿌듯했을까. 

이 아름다운 이야기들은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일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밖으로 놀러 나가는 “나들이”를 수십 년 전에 제일 먼저 시작한 곳이다. 우리 동네 산에도 많은 어린이집이 나들이를 가는데, 공동육아 아이들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원복이나 가방이 없고, 줄을 서지 않고, 맨 앞에 교사가 아닌 아이가 가며, 시키는 것만 하지 않고 훨훨 뛰어다니거나 나무에 기어오른다. 여럿이 협동해서 커다란 나뭇가지를 끌어다 어른 키도 넘는 원뿔 모양 집을 짓기도 한다. 자연에서 노는 데 천재다. 이 대단한 설치작품은 기술적으로도 훌륭해서 숲속에 몇 달간이고 서 있다. 아이들의 이 자발적 프로젝트에서 체육활동, 물리실험, 성평등과 사회성 교육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장을 나는 감탄으로 지켜보았다.

위의 아이들 인터뷰는 놀이중심 교육의 효과가 과연 기대한 대로 나오는지 연구해본 어린이집 교사들의 보고서에서 발췌한 것이다. 발달심리학에서는 많이 뛰어노는 것이 다른 어떤 조기교육보다도 머리가 좋아지는 지름길이요, 더불어 노는 것이 EQ를 키우는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심리학의 수많은 연구결과보다 학원 광고물을 더 믿는 부모는 아이의 하루를 학원에서 학원으로 꽉 채운다. 사전학습, 선행학습이 다 무엇인가. 실컷 논 아이들은 발달이론을 멋지게 증명할뿐더러, 재미있게 살 줄 아는 행복한 사람으로 큰다. 어린아이에서 청소년까지 아이들은 놀이를 빼앗기면 안 된다. 사실은 어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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