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본질 훼손하는 언론… ‘빚투’, ‘약투’ 이어 ‘조국 미투’까지
‘미투’ 본질 훼손하는 언론… ‘빚투’, ‘약투’ 이어 ‘조국 미투’까지
  • 김서현 기자
  • 승인 2019.09.02 16:59
  • 수정 2019-09-03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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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에서 “나도 당했다”
차용한 신조어 범람
2일 한 일간지에 올라온 기사. 제목에 ‘조국 미투’라는 말이 버젓이 등장했다. 해당 기사의 제목은 오전 10시 무렵 교체됐다.
2일 한 일간지에 올라온 기사. 제목에 ‘조국 미투’라는 말이 버젓이 등장했다. 해당 기사의 제목은 오전 10시 무렵 교체됐다.

 

‘조국 미투’ 등장··· 여권 차기주자들 일제히 “나도 당했다”

한 일간지는 2일 오전 여권 유력 정치인들이 연이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원 사격에 나서며 “이른바 ‘조국 미투(#Metoo)’란 말이 정치권에서 나온다”고 이 같은 제목의 기사를 냈다. 정치인 명예에 흠집내기를 ‘조국 미투’로 명명한 것이다. 

해당 기사는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김부겸 국회의원 등이 조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허위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을 비판하는 발언들을 나열한다. 이어 “성범죄 피해사실 고발 캠페인이었던 미투 운동과 표현방식이 비슷하다고 해서 ‘조국 미투’란 말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정치인들의 발언이 미투 운동과 어떤 사회적 의미와 맥락이 비슷한지 기사 내용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해당 기사는 오전 10시 경 <여권 차기주자들 일제히 “나도 당했다”···‘조국 빙의’>로 제목이 교체됐다. 그러나 본문 에는 여전히 ‘조국 미투’라는 표현이 남아있다. 

성폭력 피해에 대한 사회적 방관에 침묵을 강요받았던 여성들이 피해 사실을 고발하기 위해 시작한 ‘미투(#Metoo)’ 운동을 일부 언론사들이 “나도 당했다”는 뜻만을 차용해 무분별하게 신조어를 만들어 내는 데에 쓰고 있어 미투 운동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힙합그룹 팬텀의 멤버 산체스와 동생 마이크로닷 형제의 부모가 사기를 저지르고 해외 도피한 사건에 처음 ‘빚투’라는 말이 등장했다. 연예계 스타들의 부모가 진 빚과 관련한 폭로가 이어지자 미투 운동에서 차용해 ‘빚투’라는 신조어를 언론사가 만들어냈다. 2018년 11월부터 2019년 9월 2일 현재까지 제목에 빚투로 검색되는 기사는 총 3588건에 달한다. 

빚투에 이어 ‘약투’도 등장했다. 지난 1월 처음 기사에 등장한 약투는 운동 선수들이 스테로이드, 인슐린, 남성호르몬 등의 약물을 투입했다고 자기 고백하는 것을 뜻한다. 약투는 스스로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도 당했다”는 뜻과는 관계 없다. 연이어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이 겪은 사실을 고백한다는 점을 들어 언론사가 만들어낸 말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해 언론 모니터 보고서에 “‘미투’는 우월적인 지위나 권력 관계를 악용해 은폐한 성폭력 범죄를 피해자의 목소리로 고발하고 사회적 연대를 이루는 운동으로서 논란의 연예인들과 관계가 없다”며 “(빚투와 같은 신조어는) ‘미투’의 의미를 희석시키고 더 나아가 오염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투 운동이 붐이었을 때 펜스룰을 먼저 언급한 것 역시 기자들이었다. 기존 여성들이 사회적·공적 역할을 못 하는 구조적 문제들을 조롱하고 희화화하는 형태로 펜스룰이 쓰였고 이 또한 미투 운동의 의미를 손상시켰다”며 “빚투, 약투 등 또한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언론은 현실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방향을 만들어 나가기도 하는 만큼 언론과 기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언론계 전반의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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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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