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여성주의 문화축제 한창
놀이, 언어, 연애에서 주인되기

요즘 대학가는 여성이 주인공인 축제가 한창이다. 성정치문화제, 여성문화제, 페미니즘 문화제 등으로 대학별로 명칭은 다르지만, 여성이 주최하고, 주인공이 되는 행사는 이제 대학 축제의 대표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여성들의 대학축제는 투쟁, 구호, 획일, 시위와 집회 등으로 대표되는 과거 대학축제에서 벗어났다. 대신 일상의 여성 삶을 때론 적나라하게 때론 즐겁게 드러내며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다’는 이른바 ‘커밍아웃’의 정치학이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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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대 사회대 ‘Hate me?’ 페미니즘 문화제를 앞두고 ‘못난이’들이 자신을 콤플렉스 덩어리로 생각해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는 상황을 묘사한 게릴라 퍼포먼스가 진행중이다. <사진·유명민>

이화여대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

“당신들은 왜 이성애자가 됐다고 생각하십니까?”

“언제부터 이성애자가 되기로 결심을 했습니까?”

질문이 다소 황당하다고 느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동성애자들이 자주 받게 되는 질문 중에 ‘동성애’라는 단어를 ‘이성애’로 살짝 바꾼 것뿐이다. 지난 5월 13일부터 15일까지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앞에는 이런 질문들로 가득한 자보에 시선을 빼앗긴 학생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이화여대 레즈비언 인권운동 모임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이하 변날)’가 주최한 제 1회 레즈비언 문화제가 열렸기 때문이다. 처음 열리는 레즈비언 문화제 인지라 개최를 앞두고 이대 학내에는 반대 모임도 생겨났다. 그러나 문화제를 통해 레즈비언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한층 커졌다.

올해 레즈비언 문화제는 ‘넌 어쩌다 이성애자가 되었니?’라는 테마로 퍼포먼스와 강연회, ‘과연 레즈비언과 페미니스트의 행복한 만남은 가능한가’라는 제목의 토론회까지 진행돼 이론이 아닌 실생활에서 레즈비어니즘의 접근과 소통을 모색했다. 변날의 휘린은 “동성애자를 정신이상자나 변태로 보는 시선이 있는데 레즈비언 문화제를 통해 레즈비언을 여느 다름없는 이화인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고 말했다.

서울대 ‘못난이’들의 ‘Hate me?’

서울대 사회대 여성모임 연대(이하 사연)는 27일‘Hate me?’라는 페미니즘 문화제를 개최한다. 신데렐라 콤플렉스, 학벌 콤플렉스, 외모 콤플렉스 등 콤플렉스에 갇혀 스스로를 낮추거나 혹은 다른 사람을 낮추는 모습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행사를 준비하는 활동단 이름도 ‘못난이’다. 사회가 정해준 기준을 거부하고도 당당할 수 있는 멋진 이들의 반어적 표현이다. ‘못난이’들에겐 페미니즘 문화제를 홍보하라는 특명이 내려져 자주색 랩 스커트를 입고서 이곳저곳 실록의 캠퍼스를 누비며 게릴라 퍼포먼스를 벌인다.

‘못난이’들 중에는 남학생도 제법 눈에 띈다. 시간이 지날수록 페미니즘 문화제는 여성주의자들의 전유물이 아닌 양성평등을 지향하는 여남의 즐거운 축제로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플래시 사진극, 퍼포먼스, 노래극, 마임, 뮤지컬 등으로 각각의 콤플렉스를 뒤집어 보는 행사와 장터, 댄스파티가 어우러져 진정 페미니스트들이 즐거울 수 있는 하루를 만들겠다”는 사연의 명재는 “학생회 권력체가 아니기 때문에 재정이나 조직 면에서 힘들긴 하지만 문화제를 통해 학내 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어 보람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경희대 ‘OH HAPPY GENDER’

놀이, 언어, 연애에서 주인 되기를 선언한 경희대 총여학생회는 14, 15일 대동제 기간 ‘OH HAPPY GENDER’라는 여성제를 진행했다. 14일 노천극장에서 70년대 라디오 방송 진행 형식을 빌려 마련된 문화제의 밤에는 여성예술집단 오름의 호주제 폐지 노래극과 가수 지현, 안혜경, 이상은의 공연, 모두가 함께 하는 집단 퍼포먼스와 노래 등 다양한 행사가 구성됐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호주제 폐지. 경희대 총여 김황경산 사무국장은 “학생들에게 부모성 함께 쓰기 서약도 받고 부모성과 이름이 들어간 예쁜 액세서리와 버튼을 나눠줘 인기가 있었다”며 “축제를 통해 호주제 폐지를 향한 실천운동이 일상으로 파고들었다”고 전했다.

한국외대 ‘여우 페스티벌’, 동아대 ‘하늘 땅 뒤집기’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총여학생회는 지난 13일부터 3일간 여성의 권리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남학생들과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한 ‘여우페스티벌’을 진행했다. 인라인으로 홍보 퍼레이드를 하고 부대행사로 타로 카드점을 봐주고 마술쇼를 선사했으며 여학생들만의 MT를 기획했다. 여성문제를 진지하게 접근하는 축제는 대중성을 잃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아대 총여학생회는 20일부터 3일간 반가부장에 문화주간을 선포하고 ‘하늘 땅 뒤집기’라는 내용의 문화제를 진행했다.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가부장제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해 여자는 팔씨름왕, 남자는 요리왕을 선발하는 성역할 바꾸기 대회, 만화로 꾸민 호주제 폐지 거리전, 여성예술집단 오름의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전여대협 ‘反성폭력문화제 - 넘다!’

오는 30일 전국여대생대표자협의회(이하 전여대협)는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리는 ‘反성폭력 문화제-넘다!’를 개최한다. 1부와 2부에서 그 동안 학내에서 성폭력 방지를 위해 마초들과 싸우고 성폭력 규제 학칙 제정을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여학생들의 택견으로, 또한 성폭력 피해의 경험과 고통을 퍼포먼스와 오카리나 연주, 살풀이 등으로 풀어낸다. 마지막 3부에서는 관객들이 성폭력 두더지를 때려잡는 퍼포먼스를 통해 무대로 올라와 모두가 함께 반성폭력 선언을 하고 신나는 댄스 공연으로 마무리한다.

전여대협 정책국장 난리는 “학내 의식이 성숙해지긴 했지만 아직 성폭력을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반성폭력 문화제를 통해 공동체 속에 존재하는 성폭력을 이야기하고 성폭력 피해자가 더욱 능동적인 ‘성폭력 생존자’로 서나가야 한다”며 기획의도를 밝혔다.

현주 기자soo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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