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범이라” “불법 음란물 6개만 올려서”… 검찰의 ‘이상한’ 불기소 이유
“초범이라” “불법 음란물 6개만 올려서”… 검찰의 ‘이상한’ 불기소 이유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9.08.31 16:23
  • 수정 2019-09-03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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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126개 불법 음란물 사이트 고발
수사 사건 45.7% 불기소 처분
불법 음란물 사이트 운영해도
집행유예·1년6개월형 판결
불기소 이유서·판결문 86건 분석
“초범이라” “헤비 업로더 아냐”
“반성문 제출해” 솜방망이 처분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은 8월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광장에서 ‘국산 야동 유통 사이트 처벌하라’를 주제로 7차 페미시국광장을 열었다. 이날 집회 주최 단체인 한사성은 지난해 6월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음란물 사이트 고발 결과를 공개하고 “검찰의 불법 촬영물 근절 의지 없음”을 규탄했다. ©여성신문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은 8월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광장에서 ‘국산 야동 유통 사이트 처벌하라’를 주제로 7차 페미시국광장을 열었다. 이날 집회 주최 단체인 한사성은 지난해 6월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음란물 사이트 고발 결과를 공개하고 “검찰의 불법 촬영물 근절 의지 없음”을 규탄했다. ©여성신문

 

불법 음란물을 온라인에 올리고 유포한 혐의로 180여명이 수사를 받았으나 검찰이 이 중 절반 가량을 불기소 처분하고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이들을 고발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는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그 이유로 ‘초범이라서’ ‘반성해서’ ‘사진 6장만 게시해서’ 등의 이유를 들었다”며 “검찰의 불기소 이유인지, 가해자를 감싸는 변호인의 의견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은 8월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광장에서 ‘국산 야동 유통 사이트 처벌하라’를 주제로 7차 페미시국광장을 열었다. 이날 집회 주최 단체인 한사성은 지난해 6월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음란물 사이트 고발 결과를 공개하고 “검찰의 불법 촬영물 근절 의지 없음”을 규탄했다.

한사성은 지난해 7월 126개의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대상으로 운영자와 유포자(업로더)를 고발했다. 그 결과 8월 28일 현재 수사를 받은 운영자와 유포자가 합산된 186건 중 85건(45.7%)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기소된 89건도 45.7%는 ‘구약식’, 즉 약식재판으로 진행돼 벌금형에 그쳤다. 정식 재판에 회부된 사건은 50건 뿐이다. 그러나 유포자에 대한 실형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검찰이 불기소 이유서, 판결문 등에 불법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라고 밝힌 사람은 2명이라고 밝혔다. 분석 결과, 이 가운데 한 명은 각각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다른 한 명은 징역 1년6개월에 6억4000여원의 범죄수익 추징이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도박공간개설 및 전자금융거래법위반 등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상당한 수익을 취한 경우에도 징역 1년6개월형을 받았다.

한사성이 이 가운데 불기소 이유서 44건, 판결문 42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검찰은 게시 횟수·기간을 기준으로 가해 행위의 경중을 판단했다. 한사성 박찬미 활동가는 “불기소 이유와 양형 이유에 ‘전시 횟수, 사진의 수에 비추어 비교적 사안이 중하지 아니하다’, ‘게시한 사진이 2장이고 게시 기간이 비교적 짧은 점’, ‘게시한 사진이 6개로 비교적 적은 편이고’, ‘소위 파워 업로더 또는 헤비 업로드는 아닌 점’, ‘초범인 점’ 등 전시 횟수와 기간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며 “이는 가해자 중심적인 해석이며 사이버성폭력에 대한 지극히 평면적이고 안일한 분석”이라고 비판했다.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은 8월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광장에서 ‘국산 야동 유통 사이트 처벌하라’를 주제로 7차 페미시국광장을 열었다. 이날 집회 주최 단체인 한사성은 지난해 6월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음란물 사이트 고발 결과를 공개하고 “검찰의 불법 촬영물 근절 의지 없음”을 규탄했다. ©여성신문
한사성 박찬미 활동가는 불기소 이유서 44건, 판결문 42건을 분석한 결과, 검찰은 게시 횟수·기간을 기준으로 가해 행위의 경중을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여성신문

 

박 활동가는 “가해자의 행위는 비단 1회성 유포 행위에서 그 가해가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이버 공간 특성상 단 1초라도 게시되는 순간 원본 저장·캡쳐·녹화 등 복제할 수 있으며 끊임없이 재유포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검찰은 피해자의 얼굴 등 신상을 추정·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얼굴 등이 식별되지 않은 점”도 불기소 사유로 들었다.

가해자의 “직업과 나이”를 고려해 “피고인이 사회 내에서 성행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한 번 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은 “반성문을 수 차례 제출하며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전가영 변호사(한사성 법률지원단, 사단법인 선)는 “불기소 이유서와 판결문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 ‘가해자가 초범’이라는 말”이라며 “가해자 대부분 전과가 없는 것은 맞지만 반복·상습적으로 (불법촬영물을) 수차례 게시했던 자에게 전과가 없다고 초범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전 변호사는 “아무리 초범이라도 죄질이 나쁘고 죄책이 중한 자는 많게는 실형에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수 있지만, 검찰이 재판에 회부조차 하지 않은 것은 굉장히 안일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자유발언에 나선 이효진(23)씨는 “지난 몇 년간 불법촬영물 사이트에 제가 사는 지역명을 넣어 ‘XX동녀’, 제가 다니는 대학교명으로 ‘XX대학교 XX과녀’ 등으로 강박적으로 검색하며 (영상 속에) 내 얼굴이 아님에 안심하면서 동시에 다른 피해자의 얼굴을 인식하며 절망감을 느꼈다”며 “그러나 이런 목소리에 검찰은 검찰은 불법촬영물 유통 사이트 대부분이 해외에 주소를 두고 있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우리는 더 이상 이 문제를 마냥 기다릴 수 없다. 그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또 다른 누군가는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 당장 검찰은 불법촬영물을 유통하는 사이트들을 기소하고 경찰은 성범죄자 수사를 성인지적 관점에서 착실히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미투시민행동이 주최하는 8차 페미시국광장은 9월6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은 8월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광장에서 ‘국산 야동 유통 사이트 처벌하라’를 주제로 7차 페미시국광장을 열었다. 이날 집회 주최 단체인 한사성은 지난해 6월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음란물 사이트 고발 결과를 공개하고 “검찰의 불법 촬영물 근절 의지 없음”을 규탄했다. ©여성신문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은 8월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광장에서 ‘국산 야동 유통 사이트 처벌하라’를 주제로 7차 페미시국광장을 열었다. 이날 집회 주최 단체인 한사성은 지난해 6월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음란물 사이트 고발 결과를 공개하고 “검찰의 불법 촬영물 근절 의지 없음”을 규탄했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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