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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이 생물공학이라서 입사할 땐 생명이나 생물이나 한끝 차인데 뽑아주면 잘 할 것 같다 그랬더니 뽑아주더라구요.”삼성생명 김민정(33) 과장의 첫인상. 명랑 쾌활 그 자체다. 인사팀에서 사원들의 복리후생, 회사와의 커뮤니케이션 역할을 담당해서일까. 후배들은 그녀를 대장 혹은 언니, 형이라 부른다.

입사 9년 차로 얼마 전 과장으로 승급했다는데. 그녀와 함께 입사한 스무 명 가까이 되는 여자 동기들 가운데 현재는 3명만 남아있다. IMF와 2001년 희망 퇴직 시 모두 회사를 떠났던 것. “98년 때 보다 위로금이 2배였는데, 이게 도대체 몇 년 동안 월급생활을 해야지 만져볼 수 있는 돈이냐, IMF 버티고 나서 애 둘씩 키우면서 회사생활에 지칠 데로 지친 동기들이 남김없이 정말 다 나갔어요.”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아직 김민정 과장에겐 애가 없다.

즐겁게, 현재에 충실하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녀가 가진 쾌활함과 ‘즐김’이 회사 생활을 이어 온 동력임을 느끼기란 어렵지 않았다. “저는 특별하게 CEO가 되어야지 이런 목표를 가져 본적은 없어요. 단지 다닐 수 있는 동안 승진이 되어서 내 일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이 커진다면 그건 아마 신날 거다 그런 생각은 해요.”

인사담당자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사귀었다. 매달 2, 3회 진행되는 강의와 세미나에 참여하는 것 외에 작년 5월 국제 인사 전문가 자격증(SPHR)을 획득했다고 하니 현재의 일을 즐겁게 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전략이 있는 셈이다.

여자 후배들에겐 술자리에 잘 빠지면서 부서 돌아가는 얘기를 자기만 몰랐다며 ‘내가 여자라서’를 이야기하지 말라는 지적을 하는데. “어떤 상황이 닥치면 내가 여자라서 저런 소리를 하지 이런 친구들이 의외로 많더라구요. 선배님 요즘 힘들어요, 부장이 남자 동기를 더 예뻐하는 것 같다든지, 일은 내가 훨씬 잘 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쟤가 인사고가가 더 좋다든지, 고가평가철 한번 지나고 나면 선배님 한번 얘기 좀 해요, 요구들이 우르르 쏟아지는데,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아닌 경우가 많거든요.”

남녀를 가리지 않고 후배들에게 ‘이 답답한 놈아’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김 과장이 후배들을 단련시키는 방식이다. 특히 IMF와 희망퇴직으로 퇴사하는 동기들을 보며 여자 후배들에게 강해질 것을 당부한다.

김민정 과장이 커리어 관리, 능력 개발을 하는 맥락은 모두 회사 생활을 즐겁게 하기 위한 방편이다. 다니는 동안 내가 즐거울 수 있으면 그 때까지 열심히 일 하는 것. 날라 오는 월급 명세서도 즐겁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할 때다. 지금의 직장에서 인간관계가 좋아도 더 즐거운 일터가 보이면 그 쪽으로 갈 수도 있다. 김민정 과장이 지치지 않고, 신나게 일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생각 때문이다.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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