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의혹에 휩싸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공방이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여야가 9월 2~3일 양일간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검찰이 이례적으로 조 후보자와 가족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고려대, 부산의료원, 코링크PE 사무실 등 20여 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통상 압수수색은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관련 범죄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돼 수사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그런 만큼 조 후보자 본인도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여하튼 국회 인사 청문회가 도입된 이래 조 후보자는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청문회를 치르는 첫 사례가 됐다. 조 후보자는 “진실이 아닌 의혹만으로 법무검찰 개혁에 차질이 있어선 안 될 것”이라면서 “끝까지 청문회 준비를 성실히 하겠다”고 했다. 중도 사퇴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청와대는 조국 후보자가 사법 개혁의 적임자라는 이유로 지명했다. 그런데 청와대의 기대와는 달리 조 후보자를 통해 사법 개혁을 완수한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가 돼버렸다. 첫째, 도덕적 권위가 무너졌다. 개혁을 하려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도덕성과 언행일치, 그리고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조 후보 딸의 논문과 입시, 가족 사모펀드 투자, 조 후보자 가족이 운영하는 웅동 학원 등과 관련된 각종 의혹들은 이미 법률적 차원을 넘었다. 오죽하면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조국 캐슬’,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등의 신조어가 등장했겠는가. 서울대, 고려대 등 대학에선 ‘조국 OUT’ 촛불 집회가 열리고 있다. 국민 60%가 조 후보의 법무부 장관 지명에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개혁은 설 수 없다.

둘째, 국회와의 협력 구축이 불가능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등 사법개혁은 국회에서 야당과의 조율과 협조 없이는 힘들다. 야당과 최악의 관계에 있는 조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오히려 사법 개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더구나,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개혁의 대상이 된 조 후보자가 어떻게 사법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셋째, 비도덕적 가족주의(amoral familism)의 한계다. 이탈리아 학자 애드워드 밴필드는 ‘비도덕적 가족주의’란 자신의 가족을 위해 하는 것은 아무리 비도덕적이라 해도 용인될 수 있다는 ‘가족에 대한 무한 충성 감정’이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이것은 법치 훼손의 주범이고 사회 불신의 근원이다. 가족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으로 가득 찬 사람이 어떻게 공정한 법 집행을 통해 법치를 완수할 수 있겠는가?

넷째, 정치적 중립성의 문제다. 8년 전 이명박 정부 시절 권재진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었을 때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관리해야 할 법무부 장관은 다른 무엇보다 ‘공정하고 중립적인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 후보자는 지난 2012년 자신의 트위터에 “법무부 장관이 수사 대상에 오를 경우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적도 있다. 단지 의혹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조 후보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또한 고소·고발로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것만으로 죄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조 후보자 본인이 평소 쏟아 낸 말과 글, 그리고 다른 장관도 아닌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사퇴하고 수사에 임하는 것이 순리다.

조 후보자는 『성찰하는 진보』라는 책에서 “모든 진보는 자신의 한계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무엇이 본인에게 안이하고 불철저했었는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성찰만이 ‘자기 자신을 아는 길’이기 때문이다.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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