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페인 미디어 사업가 탓소 베넷
일본서 전시 중단된 ‘소녀상’ 매입
1년 반 전부터 검열 작품 수집
“미술관 전시는 계획 중 하나”

일본에서 전시 중단된 ‘평화의 소녀상’을 매입한 스페인 미디어 기업가 탓소 베넷씨. © 탓소 베넷 페이스북
일본에서 전시 중단된 ‘평화의 소녀상’을 매입한 스페인 미디어 기업가 탓소 베넷씨. © 탓소 베넷 페이스북

 

일본에서 우익 세력의 방해로 전시가 중단됐던 ‘평화의 소녀상’(소녀상)을 매입한 스페인 미디어 사업가 탓소 베넷(62, 본명 호세프 마리아 베넷 페란)씨는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시 중단 사태에 대해 “소녀상에 반대하는 일부 시민들이 예술작품을 검열하도록 압박했다”며 “예술작품은 누구나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베넷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보낸 <여성신문>의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한국 언론과는 첫 인터뷰다.

앞서 지난 8월 3일 일본 최대 규모의 국제 예술제인 아이치현의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서 김운성·김서경 작가가 조각한 소녀상 전시가 중단됐다. 이 전시는 아이치 트리엔날레가 검열받거나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한 예술작품을 모아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라는 제목으로 연 기획전이었다. 그러나 일본군‘위안부’를 부정하는 일본 내 우익들의 거센 항의와 일본 정부의 전시 중단 압박으로 결국 전시가 중단됐다.

전시 중단 소식이 알려지자 스페인 미디어 기업 ‘미디어프로(Mediapro)’ 공동설립자인 베넷씨는 소녀상을 매입했다. 미디어프로는 영화제작과 텔레비전프로그램 제작 및 스포츠 판권 판매를 하는 업체로, ‘어 퍼펙트 데이’(2015), ‘미드나잇 인 파리’(2011), ‘카미노’(2008) 등 다수의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베넷씨는 스페인 예술가 산티아고 시에라(Santiago Sierra)가 2018년 마드리드 ARCO 박람회에서 검열 당한 작품을 구입하면서 미술계에 알려졌다. 그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하거나 검열받은 작품 60여점을 매입했다. 그는 “소녀상 역시 검열받은 작품이기 때문에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베넷씨는 “예술작품은 정치적인 이유 뿐 아니라 사회, 종교, 젠더, 도덕적 이유 등에 의해 정부에 의해 검열 받는다”며 “많은 경우 예술작품이 표현하는 의미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예술작품을 검열하도록 압박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녀상을 포함해 그동안 수집한 검열받은 작품들을 누구나 보고 배울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소녀상이 그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설립하는 ‘자유 미술관’에 전시된다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라며 일축했다.

베넷씨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한 것은 없다”면서 “검열받은 작품 60점을 대중이 볼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질의응답 전문이다.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에 출품됐다가 전시가 중단된 김운성 김서경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 © 김운성·김서경 작가 제공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에 출품됐다가 전시가 중단된 김운성 김서경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 © 김운성·김서경 작가 제공

 

-‘평화의 소녀상’을 구매한 이유는.
“‘평화의 소녀상’이 검열됐기 때문이다. 저는 1년 반 전부터 검열 당한 예술작품을 수집하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싼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작품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국제 미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는 외부 압력 때문에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중단했는데.
“그 행위는 검열이다. 예술작품은 정치적인 이유뿐 아니라 사회, 종교, 젠더, 도덕적 이유 등에 의해 정부에 의해 검열을 받는다. 작품이 지닌 의미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에 의해 작품이 검열되는 경우도 많다. 이번 일은 분노한 시민들이 한 예술작품을 검열하도록 압박해 벌어졌다.”

-‘평화의 소녀상’을 포함해 60여점의 검열 작품을 ‘자유 미술관’에 전시할 예정인가.
“자유 미술관 전시는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현재 소장하고 있는 검열 작품 60점을 대중들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아직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예술 작품이 검열되면, 시민들은 그 작품을 접하고 경의를 표현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그 작품들을 구매해왔다. 언젠가 그 작품들이 많은 사람들의 손에 닿을 수 있도록 말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제 계획은 검열 작품에 대해 알리고 교육하는 것이다. 아직 언제, 어떻게 할 지 구체적으로 정하진 않았지만, 꼭 그렇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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