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과학기술 친화적 환경에서 AI 인재 나온다
[세상읽기] 과학기술 친화적 환경에서 AI 인재 나온다
  • 안혜연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 승인 2019.08.29 08:00
  • 수정 2019-08-28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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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키우려면 실습·체험 늘리고
다양한 직업 경로 알려야
정보통신과 융합한 신산업 분야
인력 수급에 박차 가하는 선진국

 

일본의 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는 『난문쾌답』에서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3가지뿐이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은 가장 무의미한 행위다”라고 했다. 다소 파격적으로 들리는 이 말은 인간 의지를 무시한 것이라기 보단 시스템이나 환경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우리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무언가에 도전하려면, 어제와는 다르게 오늘 이 시간을 운용하거나, 나를 둘러싼 환경을 바꾸거나,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기회를 찾아야지, 다이어리 결심 목록을 작성한다고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환경을 바꿔야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올빼미형 생활습관인 사람도 아침에 출근하는 직장에 입사하면 일찍 일어나게 마련이다. 여성과학기술인을 지원하는 정책 사업을 펼치다 보면, 흔히 해외 선진국 사례를 참고할 때가 많은데, 부러운 것은 그들 개인의 자질이나 역량이 아니라 그들이 만든 시스템이다. 특히 초중등 시기에 과학기술에 흥미를 갖게 해주는 과학기술 교육이 그렇다. 미국의 초중등 로봇 체험 프로그램인 벡스 로보틱스(VEX Robotics)의 ‘걸 파워(Girl Powered) 프로그램’, 네덜란드의 이공계 직업 탐색 멘토링 프로그램인 ‘멘토링 서클스(Mentoring Circles)’, 독일의 여성 과소 분야 직업 체험 프로그램인 ‘걸스데이(Girl’s Day)’ 등이 그것이다. 이 외에도 코딩이나 소프트웨어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정보통신과 융합한 신산업 분야 인력 수요가 늘 것이란 전망이다. 이 말은 달리 말해, 지금 인력을 키워내지 않으면 앞으로 인력 수급에 차질이 있다는 말이다. 선진국은 몇 년 전부터 이 분야 인력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당장에 필요한 인력 수급 대책과 병행해 장기적 차원에서 가급적 어릴 때부터 과학기술 친화적 환경을 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우선, 많이 접하게 해야 한다. 요즘에야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되면서 코딩 학원이 뜨고 있지만, 예체능 학원 대신 과학학원을 보낼 부모가 있을지 모르겠다. 학교 교육 뿐만 아니라 과학관, 박물관과 연계한 교육콘텐츠나 문화 활동 등을 통해 일단 접할 기회가 늘어야 한다. 그 다음은 재미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과학은 딱딱하고 어려운 학문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어릴 때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실습·체험 중심의 교육 콘텐츠로 흥미를 끄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은 재밌고 유용한 것이고,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도 괜찮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좋겠다.

둘째, 다양한 커리어 패스(career path, 직업 경로)를 보여줘야 한다. 드론, 로봇 인공지능, VR, AR 등 우리의 삶을 이롭게 한 기술 변화의 이면에는 우수한 국내외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의 노력이 있다. 그러나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로 살고 있는 학생들은 정작 그 기술을 만들어낸 주인공들을 모르고, 역사 속 인물에만 머물러 있다. 현재 활동하는 국내외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찾아내 대중, 특히 학부모와 교사, 우리 학생들에게 알려야 한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는 현재 활동하는 여성 과학자나 엔지니어의 스토리를 찾아내 알리고, 중·고등학교를 진로 특강을 할 계획이다. 과학자들도 적극적으로 학교나 지자체 기관 등을 찾아가 강연과 멘토링을 통해 과학기술 성과와 경험을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한 2015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보면, OECD 35개국 중 한국 학생들은 읽기 3~8위, 수학 1~4위, 과학 5~8위로, 수준이 높다. 필자는 이 아이들이 앞으로 미래 신산업 분야에 진출해 발군의 실력 발휘를 해줬으면 싶다. 정보보안, 블록체인, 헬스케어, 빅데이터 등 이들이 활약할 분야는 무궁무궁무진하다. 지금은 유튜브 콘텐츠 크리에이터에 열광하는 초등학생들이 유튜브보다 더 멋진 플랫폼을 만드는 날을 기대해 본다.

*외부 필자의 글은 편집국의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안혜연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신임 소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안혜연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신임 소장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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