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성악가 등 9명 여성의
성추행 공론화 이후 첫 공연서
관객들 10분 간 박수갈채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

스페인 출신 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78)가 ‘성추행 논란’ 이후 첫 공연에서 관객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AP‧EFE 통신이 8월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도밍고는 이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열린 베르디의 ‘루이자 밀러’ 오페라 콘체르탄테 무대에 올랐다.

그가 수십 년간 여성 오페라 가수 8명과 무용수 1명 등 모두 9명의 여성에게 성적으로 부적절한 언행을 해왔다고 지난 12일 AP가 보도한 뒤 무대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도밍고는 이 같은 의혹을 부정하고 있다.

도밍고가 무대에 오르자 축제대극장에 모인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쳤고, 연주 후에는 환호와 함께 10분 동안 박수갈채를 보냈다.

AP는 도밍고는 공연이 끝난 후 팬들에게 서명을 해주면서 “훌륭한 관객, 멋진 공연, 나는 관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EFE는 도밍고가 공연이 끝난 후 보낸 짧은 성명에서 “환상적인 가수들과 함께한 대단한 오페라였다. 정말로 잊을 수 없는 저녁이었다. 청중은 매우 따뜻하게 맞아줬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도밍고에 대한 찬반 논쟁으로 세계 오페라계는 분열됐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등 미국의 두 오페라 극장은 가을로 예정됐던 도밍고의 콘서트를 취소했다. 그러나 유럽 공연계는 무죄 추정 원칙을 적용해 예정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도밍고에 대한 지지는 오페라계 후배들 사이에서도 있다. 조지아 출신 소프라노 니노 마차이제(36), 폴란드 출신 테너 표트르 베찰라(53) 등이다.

한편 1957년 바리톤으로 데뷔한 도밍고는 1961년 미국에서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에서 알프레도를 맡은 뒤 약 50년간 테너로 활동하며 ‘오페라계 슈퍼스타’로 통했다. 2009년 바리톤으로 다시 전향한 이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하지만 AP 통신이 도밍고의 과거 성추행 의혹을 보도하면서 명성이 꺾이기 시작했다. 폭로한 여성들은 도밍고가 오폐라계 절대적인 지위를 악용‧성적인 요구를 했다며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경력에 악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도밍고는 성명을 통해 반박에 나섰다. “모든 상호작용과 관계는 항상 환영받았으며 합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래식계에서는 도밍고가 억울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그가 이름값에 걸맞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미국 공연계는 분위기가 한층 엄격해 도밍고가 총감독을 맡은 로스앤젤레스(LA) 오페라는 이번 의혹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LA 오페라는 도밍고가 2003년부터 총감독을 맡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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