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 중 신고는 4.1% 그쳐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미투시민행동)은 고은 시인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한 것과 관련 27일 ‘고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본인 자신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문학·미술·사진 종사자 절반 이상이 주변 예술인의 성추행 피해를 목격하거나 전해들은 적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재단법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1일 발표한 ‘예술분야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문학·미술·사진 분야 활동 예술인 1254명 중 57.4%가 이 같은 경험을 했다고 응답했다.

동료 예술인이 폭행·협박을 동반한 강제 성추행 피해를 목격했다는 응답은 조사 대상자의 36.4%였다. 두 유형의 성추행 피해가 가장 많이 이뤄진 장소는 ‘예술행사 및 회식자리’였다. 가해자 1순위는 선배 예술가, 2순위는 교수·강사였다. ‘강간미수’(19.1%)나 ‘강간’(11.9%) 피해를 목격했다는 응답도 뒤를 이었다.

조사 대상자가 가장 많이 겪은 직접적인 성폭력 피해는 ‘언어적 성희롱’(42.6%)이었다. ‘시각적 성희롱’(25.6%), ‘폭행·협박 미수반 성추행’(20.1%), ‘스토킹’(11.5%), ‘폭행·협박 동반 성추행’(7.4%)이 뒤를 이었다. ‘강간미수’(4.0%), ‘강간’(2.0%)을 당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성폭력·성추행 피해장소의 예술행사 및 회식장소가 많았다. 가해자 대부분은 선배 예술가였다.

성폭력 피해자나 목격자 중 신고를 했다는 응답은 4.1%에 그쳤다. ‘신고를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39.7%)는 이유가 가장 많았고 ‘가해자와 계속 마주칠 수밖에 없어서’(27.2%)는 응답도 상당했다. ‘앞으로 나의 예술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아서’(23.0%)가 뒤를 이었다.

성폭력 피해자 중 10.4%는 신체적 피해가 있었지만 23.2%만이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자 중 61.2%는 정신적 피해가 있었으나 이 중 10.9%만이 상담이나 약물복용 등의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폭력 피해자 중 39.5%는 피해 당시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로는 ‘그 사람의 행동이 성폭력인지 몰라서’(40.9%)가 가장 많았다. ‘어떤 행동을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28.4%), ‘말을 안 들으면 큰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23.1%)라는 답이 뒤를 이었다.

예술인의 절반이 넘는 60.3%는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특히 받은 적이 있는 예술인 중 해당 교육이 예술활동과 관련된 곳에서 받은 비율은 25.8%로, 전체 예술인의 약 10.3%만이 예술활동과 관련된 곳에서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설문은 2017년 10~11월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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