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를 통해 ‘우리’ 여성문제를 다시 본다
다른 나라를 통해 ‘우리’ 여성문제를 다시 본다
  • 최형미 객원기자(여성학 박사)
  • 승인 2019.08.22 08:00
  • 수정 2019-08-21 2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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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베이징여성대회 25주년 앞
한·중·일 국제회의 열려
국제여성운동은
여성 억압적 문화에 도전할 기회

 

12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열린 ’베이징+25주년 기념 베이징행동강령 주요분야 이행점검 국제여성 포럼‘에 참석한 세계여성들이 포럼을 경청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12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열린 ’베이징+25주년 기념 베이징행동강령 주요분야 이행점검 국제여성 포럼‘에 참석한 세계여성들이 포럼을 경청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초국가여성운동은 두 가지 질문 아래 진행된다. “우리는 무엇을 했나?” “다른 나라는 무엇을 했나?” 첫 번째 질문은 우리의 활동을 점검하게 하고, 그것을 가로막는 문제점을 국가적 차원에서 살펴보게 한다. 국제사회는 각각의 정부에 변화의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두 번째 질문에서는 우리는 다른 나라에서 배우고 새로운 전략을 상상할 수 있다.

여성인권이 돌파하기 어려운 지점은 ‘관습’이나 ‘민족전통’이다. 특히 식민지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은 민족주의를 내세워 여성을 도덕적이고 순결한 어머니로 규정했고, 섹슈얼리티 통제, 성소수자 차별, 조혼, 심지어 여성성기절제 등을 고유한 전통이나 되는 듯 여성차별 논리를 발전시켰다. 이 때 자국 안에서 의식 향상은 어렵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법을 바꾸는 것도 요원하다. 초국가운동은 고집 센 가부장적 민족주의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8월 12~13일 서울여성플라자와 여성미래센터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주최로 한·중·일이 함께 ‘베이징+25주년 기념 베이징행동강령 주요분야 이행점검 국제여성포럼: from 베이징 to 서울’이 열렸다. 이번 국제회의는 베이징세계여성대회에서 다룬 12개 의제 중 폭력, 경제, 평화 안보라는 주제로 한정시켜 여성 이슈를 다뤘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환경 이슈나 제4의 여성운동 도구로 등장한 미디어 문제는 빠졌다. 이번에 제기된 여성 이슈는 앞으로 여성운동이 나아갈 로드맵을 제공하고 있기에 한국 중국 일본의 순으로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한국 발표자는 미투 운동의 힘을 약화시키는 역고소 문제를 언급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강간의 법적 구성요소 재고를 촉구했다. 한국 정부가 국민적 합의를 핑계로 포괄적차별금지법 시행을 지연시키고 있는데, 인권은 타협의 문제가 아님을 또다시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여성노동정책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경력단절 여성’ 지원에 머물러 있는 노동시장의 성차별적 구조를 바꾸지 못하고 있다며 근원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분단과 갈등에 대한 젠더 분석이 미비를 지적하고 여성참여 모델 발굴이 시급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번 기회로 우리나라 여성운동의 전체적 지형을 살펴볼 수 있었으며, 여성운동들 사이의 연결고리와 연대의 방식을 각자 고민하게 했다.

중국의 경우, 가정폭력방지는 고용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 받았다. ‘가정폭력이 직장에 미치는 영향’ 연구 등을 통해 여성폭력 이슈가 여성노동 이슈라는 의식을 확산시키고 있었다. 중국은 시장개방 이후 경쟁 사회 속에서 모성이데올로기를 신성시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성인지적 관점이 없이 펼쳐지는 빈곤정책은 주로 남성에게 고용의 기회를 주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개발도상국에 대한 막대한 원조를 하고 있는 중국이 원조를 통해 성차별적 제도도 동시에 확산되고 있다고 발표자는 비판했다. 발표자는 중국이 최근 여성이슈에 호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세계 여성 지도자 회의를 열고, 개도국 여성 3만명을 교육 프로그램에 초청하고, 아프리카에서 여성 중심 기술전문가 20만명을 교육할 것이라며 등을 언급하며 중국의 친 여성정책을 언급했다. 최근 중국은 유엔 여성(UN Women)에 1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중국의 스케일에 입이 쩍 벌어졌지만, 이런 움직임은 2015년 초 시진핑이 여성운동가들을 탄압하며 세계적 비난을 받은 이후 진행된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여성의 참여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국가행동계획(National action plan)를 채택하고 있지 않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국제관계를 경제 확산과 무관하지 않은 타국 원조로 보고 있으며, 국제법에 간섭받고 싶지 않은 중국의 독단적인 일면을 보여준다. 여성운동이 국가 경제개발에 이용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다.

반한, 반일 감정이 깊어진 상태에서 일본대표의 발표에 관심이 쏠렸다. 경제나 안보에 있어 발표자들은 아베정부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일본의 다른 목소리를 들려줬다. 먼저 최근 일본은 성희롱 예방정책에 성적지향과 성정체에 대한 괴롭힘 규정을 넣어 성소수자 인권을 보호하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다음으로 아베노믹스는 여성, 노인,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본경제의 미래라고 칭송하면서 경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을 채택해 여성을 복지대상에 밀어내어 빈곤으로 몰아가고 있다. 개도국을 돕겠다고 시작한 기술직 인턴 연수제도는 이주노동을 싼값에 착취해 빈곤을 더욱 양상하고 있었다. 발표자들은 올해 일본이 사상 최고의 방위 예산(5조2570엔)을 세워놓고, 동아시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은 중국과 달리 국제 사회의 간섭을 허용하는 국가행동계획(NAP)을 세웠으나 최종 초안작성에서 난민, 소수민족, 전시폭력 책임 등의 조항을 삭제해 역사 수정주의적이고 극우적인 아베 정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국제회의를 총괄한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국제파트센터장은 이번 국제회의가 베이징 행동강령 이행을 점검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고 했지만, 이것은 동북아시아 평화, 각 나라의 여성운동의 미래 전략을 세우며 연대를 강화할 기회이기도 한다. 특히 내년 멕시코(5월 7~8일)와 파리(7월 10~12일)에서 ‘세대간의 평등’을 주제로 열리는 세계여성대회는 더 많은 젊은 층의 참여가 요구된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인권이슈를 다루며 변화를 촉구할 수 있는 여성 인재가 더 많이 길러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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