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파인만의 <발견하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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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여! 어이하여 이런 인간과 나를 같은 세상에 태어나게 하셨나이까. 이런 탄식을 저절로 나오게 만드는 인간이 바로 리처드 파인만이다. 한 마디로 난놈이고, 격식 차려 말하자면 천재다. 그런데 파인만이 누구냐? 물리학자다. 이래선 권위가 서지 않을 듯하여 하나 보탠다. 노벨상을 받았다. 권위 하나 더 보태자.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을 발명한 멤버 중 하나다. 그런데 노벨상을 받은 게 어디 그 뿐인가? 그런데 그는 좀 틀리다. 물리학자 하면 무척 외골수에, 자기만 아는 요상한 숫자를 들이대며 잘난 척을 하거나, 이게 지구말인지 화성언어인지 모를 이상한 공식 나부랭이를 줄줄 읊어대는 자로 생각하기 쉬운데(대표적인 인물, 이몸의 고등학교적 물리 선생님. 나에게 물리와 만리장성 철담을 쌓게 해준 혁혁한 공로자다), 파인만을 보면 그렇지 않다. 별별 물리학 개념과 수학이 나오는데도 별로 머리에 쥐나지 않으며 읽은 것을 보면, 나도 모르겠다. 내가 천재인지 이 인간이 천재인지. 실은 그는 그의 친구가 쓴 책으로 미국에선 아인슈타인만큼 유명해졌다.

그 책이 <파인만씨 농담도 잘 하시네>다. 그 뒤 그에 대해 나온 책만 해도 수억이다. 그럴 수 밖에. 독특하고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에 기막힌 금고털이 등 그의 익살과 기행은 끝이 없다.

여기까지 말하자. 그대가 놀라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조기자, 어찌 이리 잘 아세요? 인문학에만 조예가 깊은 줄 알았더니 과학 분야에도 발을 담그고 있으셨군요?” 으흠. 알긴 개뿔을 알겠냐. 어쩌다 보니 발견했다. 정말 이 인간을 안 것이야말로, 책 제목 대로다. 바로 <발견하는 즐거움(승산 간)>이다.

이 세상에 노벨상더러 ‘목에 걸린 가시 같은 거’라고 대놓고 말하는 이는 이 인간 밖에 없을 거다. “다음 노벨상은 내꺼예요” 이러며 노벨상 수상이 뭐라도 되는 양 전국민을 상패에 눈 먼 국민으로 키우려드는 나라에 사는 국민으로 그 신선함은 방금 낚싯대로 걷어올린 광어가 부럽지 않다. 너무 쓸데없는 이야기로 지면을 이미 써먹은 듯하여 아쉽지만 접어야겠다. 그의 주옥을 넘어 백옥을 넘어 백금반지 같은 이야기들을 몇 가지 맛배기로 줄줄이 나열해드리면서. 참고로 이 책은 그가 곳곳에서 강연한 초록이다.

아참. 꼭 덧붙일 게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부모의 중요성을 100배쯤 더욱 실감한다. 그는 어떻게 그렇게 멋진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었나? 여기에 또 기막힌 사연이 있다. 그의 아버지에게 비밀이 있었다. 그의 기억에 따르면 그는 아버지에게 많은 걸 배웠다. 그 중 하나가 권위를 부정하라는 것. 혹여 부모이거나 미래에 부모를 꿈꾼다면, 육아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생각케 만든다. 인생의 가치관과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등등뿐만 아니라.

“남들이 내가 뭘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든 그건 내 책임이 아니다. 내가 잘할 거라고 남들이 생각하기 때문에 잘할 필요는 없다. (중략) 나는 속으로 이렇게 다짐했지요. ‘나는 지난 날 중요한 일을 한 게 하나도 없고, 앞으로도 중요한 일을 결코 하지 않겠다.’그렇지만 나는 물리학과 수학을 즐겼습니다. 훗날 노벨상을 받게 된 연구를 그렇게 빨리 해낼 수 있었던 것도 내가 그걸 가지고 놀았기 때문입니다.(중략) 나는 내가 한 일이 가치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있고, 전세계 물리학자들이 내 연구를 이용하고 있으니까요. 나는 그걸로 족합니다.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나는 모든 것이 다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림원에서 노벨상을 받기에 충분히 값진 업적이라고 결정한다고 해서 그 결정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는 보지 않아요. 나는 그 전에 이미 상을 받았어요. 무언가를 발견하는 즐거움보다 더 큰 상은 없습니다.”

으흑. 너무 멋져서 눈물이 나려고 한다. 나도 그렇게 살기로 했다.

조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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