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전면금지 엘살바도르
성폭행으로 임신 뒤 사산한 여성
살인죄로 1심서 징역 30년 선고
최종 무죄로 판결 뒤집혀

무죄판결을 받은 에벨린 에르난데스 ⓒAP/뉴시스.여성신문
무죄판결을 받은 에벨린 에르난데스 ⓒAP/뉴시스.여성신문

10대 때 성폭행을 당해 사산한 후 살인 혐의로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은 엘살바도르의 여성이 다시 열린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태아를 고의로 살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2017년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았던 에벨린 에르난데스(21)는 19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코후테페케 법원의 최종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판결을 내린 호세 비르힐리오 후라도 마르티네스 판사는 선고에 앞서 “(에르난데스가 고의로 사산했다는) 확신이 없다. 에벨린에게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고 밝혔다. 

판결 후 법정에서 나온 에르난데스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정의가 실현됐다”며 기뻐했다. 

가난한 농촌 가정 출신인 에르난데스는 간호대 1학년 재학 중이던 2015년 성폭행을 당한 후 이듬해 4월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갔다가 아기를 사산했다. 출산 당시 에르난데스의 나이는 18살이었다. 

에르난데스는 과다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그의 어머니가 화장실에서 기절한 딸을 발견해 곧바로 병원 응급실로 데리고 갔다. 

에르난데스는 병원 도착 사흘 후 태아를 고의로 살해했다는 혐의로 여자교도소로 옮겨졌다. 

수사와 재판 중 에르난데스는 자신이 임신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성폭행 후유증으로 나타난 간헐적 출혈을 월경으로 오해했고 심한 복통이 있다고만 생각했다고 밝혔다. 

태아는 태변 흡입에 따른 폐렴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7년 법원은 부검결과에도 불구하고 에르난데스에게 살인혐의를 적용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엘살바도르는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 산모의 생명이 위험에 처한 경우를 포함해 어떤 경우에도 낙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또 집에서 아이를 낳다 사산하거나 임신 중 의료 응급상황으로 유산하는 경우에도 살인이나 과실치사 혐의로 최고 40년형의 처벌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대법원은 에르난데스가 고의로 태아를 해치려 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심을 파기했고 에르난데스는 33개월만에 풀려났다. 

대법원의 원심 파기에 따라 다시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살인 혐의를 고수하며 1심보다 더 엄한 40년형을 구형했으나 법원을 최종적으로 무죄를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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