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논단]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안이 자회사 고용인가?
[여성논단]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안이 자회사 고용인가?
  • 김양지영 여성학자
  • 승인 2019.08.22 08:00
  • 수정 2019-08-22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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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게이트 요금수납 여성노동자 1500명
‘직접고용’ 요구하며 고공 농성 중
한국도로공사 서울영업소에는 노조원들의 천막이 가득 있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 등 400여명의 노조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3박4일 간격으로 다른 노조원들과 교대 근무하고 있다. ⓒ김진수 여성신문 기자
한국도로공사 서울영업소에는 노조원들의 천막이 가득 있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 등 400여명의 노조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3박4일 간격으로 다른 노조원들과 교대 근무하고 있다. ⓒ김진수 여성신문 기자

 

“요금소 좁은 네모난 상자 안이 하루 8시간을 보내는 그녀들의 직장이다. 그녀들은 응당 치러야할 고속도로 통행료를 지불하며 반말을 하고 친절을 요청하는 고객들을 상대로 일을 한다. 고객이 얼굴에 침을 뱉는 일도 당해봤다는 그녀, 화장실에 가야하는데 교대를 안 해줘서 운적이 있다는 그녀, 미세먼지주의보에도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는 그녀, 1년을 일해도 1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을 받는 그녀. 하이패스 도입 후 인원의 절반이 감축되었고 무인시스템 도입으로 그녀의 고용불안은 계속되지만, 그래도 그녀는 세상에 귀하지 않은 노동은 없다며 자신의 노동에 충실하다.”(김양지영(2016), “일하는 여자들의 얼굴을 마주하면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기록되지 않은 노동, 숨겨진 여성의 일 이야기』 ”, 『한국여성학』)

지금 40여일이 넘게 서울 톨게이트와 청와대 앞에서는 여성노동자들이 노숙 농성 중이다. 1500명의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가 그들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올해 6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의 일환으로 자회사를 설립해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을 자회사로 전환하는 작업을 했다. 전국 350여개 영업소 6500명 중 1500명은 자회사 전환을 거부했다. 그렇게 그들은 해고 노동자가 되었다.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원래는 도로공사의 정규직 직원이었다가 도로공사가 요금수납 업무를 외주화하면서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이 됐다. 이들은 2013년 도로공사를 상대로 누가 사업주인지를 밝혀달라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냈다. 1심(2015년)·2심(2017년) 법원은 도로공사가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019년 대법원 최종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도로공사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지금의 상황은 어쩜 그렇게 내가 알고 있는 여성직종의 전형일까? 2000년대 초중반 호텔업계 아웃소싱 바람이 불 때 호텔에서 가장 먼저 여성직종인 룸메이드가 아웃소싱(간접고용, 용역) 되었다. 100%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원래는 호텔 정규직 직원이었지만 비정규직이 되었다. 그래도 사업주가 호텔인 직접고용 계약직이었다. 그러다 호텔 임원이 퇴직하면서 차린 자회사로 아웃소싱 되었다. 시간이 지나니 자회사에서도 비정규직이 되었다. 일하는 장소와 업무 지시를 내리는 곳도 같고 하는 일도 같은데 룸메이드의 고용조건은 열악해지기만 했다.

2004년 개통한 KTX 여승무원 사례도 그렇다. KTX는 땅 위의 비행기인양 홍보하며 승무원들을 뽑았다. 모두 여성으로. 그들은 자신들이 KTX 정규직인 줄 알았다. 몇 달이 지나고서야 자신들이 KTX가 아니라 KTX 관광레저란 자회사 소속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KTX 여승무원은 시작부터 아웃소싱 업체에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이었다 KTX 관광레저는 이상하게도 퇴직한 임원들이 돌아가면서 사장을 했다. KTX 승무원들은 긴 싸움을 했다.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해 1심, 2심에서 KTX가 직접고용해야한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박근혜 정권의 사법농단의 결과로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다행히 사법농단이 밝혀지면서 이들은 정규직화되었다.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도 대부분이 여성인 대표적인 여성직종 중 하나다. 호텔이 룸메이드를 아웃소싱할 때, 한국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을 아웃소싱할 때 공통으로 한 이야기가 있다. 단순 비숙련 업무.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의 자회사 전환 논리 또한 한국사회 여성노동에 대한 인식과 맞물릴 것이다. 요금수납원은 단순하고 비숙련한 업무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흐름속에서 다른 공공기관들이 많이 하는 무기계약직 전환이 아닌 자회사를 통한 아웃소싱을 선택한 이유가 잘 설명되지 않는다.

도로공사는 자회사가 공공기관을 지정받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굳이 왜 그렇게 복잡하게 자회사를 만들고 그 자회사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받도록 하는 전략을 사용할까. 그 전략이 과연 현실 가능한 전략일지 의구심이 들 뿐이다. 톨게이트 여성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고용안정’이다. 많은 여성직종과 여성일자리가 낮은 근로조건 속에 있다. 공공부문에 있는 대표적인 여성직종인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의 고용안정은 많은 여성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더더욱 이들의 일은 더 나은 일자리로 거듭나야 한다.

김양지영 여성학자
김양지영 여성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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