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법원으로부터 딸 양육권을 박탈당한 미국 여성 베타니 비에라(32)와 그녀의 딸 자이나(4). ⓒCNN
사우디아라비아 법원으로부터 딸 양육권을 박탈당한 미국 여성 베타니 비에라(32)와 그녀의 딸 자이나(4). ⓒCNN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남편과 이혼한 미국인 여성이 ‘너무 서구적’이라는 이유로 딸에 대한 양육권이 박탈될 처지에 놓였다.

18일(현지시간) 보도된 CNN 방송에 따르면 베서니 비에라(32)라는 미국인 여성이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법원의 판결로 4살 난 딸의 양육권을 잃게 됐다.

비에라는 강의를 위해 2011년 사우디의 한 대학으로 가 현지 남성을 만나 결혼한 뒤 딸 자이나를 낳았지만 이혼했다.

전남편의 변호사는 비에라의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을 토대로 그녀가 ‘반이슬람적’ 생활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는 그녀가 미국의 ‘버닝 맨’ 축제에 참가했을 때의 사진을 증거물로 제시했다. “세상에서 가장 기괴한 이 축제는 참가자들이 마약과 술에 취해 밤새 잠도 안 자면서 춤을 춘다”며 그래서 엄마 자격이 없다는 주장도 했다.

반면 비에라는 전 남편이 욕설을 퍼붓고 마약까지 했다고 반박했다.

그녀의 전남편은 이런 내용을 모두 부인했다.

사우디 법원은 그녀가 좋은 부모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전남편 측인 친할머니에게 양육권이 있다고 결정했다.

법원은 “엄마가 이슬람 문화에 익숙지 않으며 외국인인 데다 서구 전통과 문화를 계속해서 수용하고 있다”며 “딸이 서구 전통과 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엄마에게서) 떼어놔야만 한다”고 판결했다.

비에라는 판결에 불복해 18일까지 항소할 수 있다.

현재 비에라는 딸과 함께 있다. 그러나 전남편의 자녀 방문 일정을 놓쳐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라 언제 딸과 헤어질지 모른다.

비에라의 부모는 “딸은 자이나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손녀를 다시는 못 보게 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고 했다.

최근 몇 년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여권 신장 정책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사우디 여성들은 남성 후견인 제도에 고통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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