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의 『반일 종족주의』논란
“일본군‘위안부’는 공창제 일부” 등
황당하고 비상식적 주장 담아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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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이 논쟁이 되고 있다. 이 책은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한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 보수 인사들이 집필했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에서 비롯된 반일 감정을 이웃 집단을 향한 원시적 적대 감정으로 규정하고, 반일 종족주의는 한국 위기의 근원이며 타파해야 할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기억과의 투쟁, 그 진실 된 역사에 대한 명쾌한 응답”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이 책에선 일본군‘위안부’는 공창제의 일부이고, 강제 징용은 허구라는 황당하고 비상식적인 주장을 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에 대한 기존 상식을 자료와 근거를 가지고 무너뜨린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갖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와 치명적 한계는 명확하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전면 부정과 왜곡이다. 이 책에서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강제 연행과 성노예로 동원된 사실이 없다고 부정한다. 이 전 교수는 “(위안부가) 강제 연행됐다는 건 사료로 인정하지 않는 개인의 증언 등에서 비롯한 심각한 오해”라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여인들이 공창으로 향할 때 가난과 폭력이 지배하는 가정을 벗어나 도시의 신생활로 향하는 설렘이 없지 않았듯 위안소로 향하는 행렬도 마찬가지였다”는 황당한 망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위안부 역시 전쟁특수를 이용해 한몫의 인생을 개척한 사람이었다. 이들을 세상 물정에 어두운 무능력의 존재로 간주해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궤변적 주장은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일본군 성노예제에 대한 첫 증언 이후 수 많은 증언과 객관적 사료 등을 통해 입증된 역사적 사실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왜 “위안부는 일본 정부가 기획한 성노예였다”는 국제기구와 해외 언론 보도에는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는 것인가. 유엔인권위원회 특별 보고관 레디카 쿠마라스와미 보고서에 기록된 일본군‘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요구 사항을 한번 읽어보고 본질을 직시하라. “성노예를 목적으로 한 여성들의 체계적인 동원은 반인간적인 범죄이자, 국제 인권법에 대한 위배이고, 평화에 대한 범죄행위일 뿐 아니라 노예 범죄, 인신매매와 강제성을 띤 성매매였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2015년 8월 5일 3개 면을 할애해서 군 위안부 특집기사를 게재했다. 스기우라 노부유키 편집 담당자는 1면 칼럼에 “전쟁 중 일본군 병사들의 성(性) 상대가 되길 강요당한 여성이 있었던 사실은 지울 수 없다”며 “위안부로서 자유를 박탈당하고, 여성으로서의 존엄을 짓밟힌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등 일본군의 점령하에 있던 지역에서는 군이 현지 여성을 강제 연행한 것을 나타내는 자료가 확인되고 있다”며 “(한국·대만과 인도네시아 등의 사례에서) 공통되는 것은 여성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위안부가 된 강제성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일 종족주위』 책 전반에 담긴 ‘극우적’ 시각을 비판하는 ‘자성’이 자유한국당에서 조차 나오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책을 읽어보니 ‘이건 아니다’ 싶은데 왜 이 책을 보수 유튜버가 띄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책 내용이) 일본의 식민사관 주장과 맞아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수·우파들 기본 생각과도 어긋나는 내용”이라고 썼다. 장제원 의원은 “책을 읽는 동안 심한 두통을 느꼈다. 저자가 뱉은 침이 제 얼굴에 튄 것 같은 불쾌함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제징용은 허구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우리 역사에 대한 자해행위”라고 했다. 만약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이 책을 문재인 정부 비판에 동원한다면 그것은 패착이다.

단언컨대 이 책을 활용할수록 한국당은 ‘친일 프레임’에 깊이 빠져들 것이다. 맹목적인 반일 감정은 분명 잘못 된 것이다. 그러나 특정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역사적 사실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다양하지도 못한 자료를 교묘하게 발췌해 인용하는 것은 명백한 왜곡이고 허구다. 진실은 결코 흔들리지도 무너지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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