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첫 분기 적자
2분기 300억원 영업 손실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와
경쟁 심해지며 실적 부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뉴시스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가 1000억원 수준의 자사주를 매입한다. 동시에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의 자산 유동화 MOU를 체결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13일 공시했다. 이마트가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지난 2011년 ㈜신세계에서 ㈜이마트로 기업 분할을 통해 별도 상장한 이후 처음이다. 취득 예정 주식 수는 90만 주로 이마트 발생주식총수의 3.23%이며 금액은 지난 12일 기준 약 1000억원(949억5000만원) 수준이다. 취득 예정 기간은 오는 14일부터 11월 13일까지 장내 매수로 이뤄진다.

이와 함께 이마트는 소유한 할인점 자가점포 10여개 내외를 매각 후 재 임차해 운영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의 자산 유동화를 진행한다. 세일 앤 리스백은 자산을 유동화하기 위해 유통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금융 기법이다. 이마트는 13일 오후 KB증권과 자산 유동화 관련한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자산유동화 대상인 부동산 규모는 약 1조원에 달한다. 일부 점포를 유동화할 경우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차입을 갚아 이자지출과 부채비율을 낮춰 재무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이마트는 당초 예상보다 올 상반기 수익이 크게 악화하자 지난달부터 주요 금융회사 등과 유동화 방안을 협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마트는 국내 점포가 158개로 국내서 가장 많다.

이마트가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만년 흑자기업이던 이마트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299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최근 주가가 회사 가치보다 과도하게 하락해 주가 안정화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자사주 매입은 e커머스의 공세로 대형마트가 역성장하고 수익성이 급감하면서 지난해 초 30만원대였던 이마트 주가가 올해 20만원선으로 주저앉았다. 현재 11만원대에 머물러 있는데 SSG.COM 등 e커머스 사업이 정착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려 시장의 부정적 인식을 반전할만한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정 부회장 입장에선 신세계그룹의 매출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마트가 무너질 경우 타격이 커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은 이미 이마트의 사상 첫 영업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견했다. 영업 실적 부진의 주요 요인은 쿠팡,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 등과 연초부터 ‘국민가격’, ‘초저가’ 등 가격 경쟁을 벌이다보니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된 탓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이커머스 업체들과 새벽 배송 경쟁이 심해지면서 강점인 식품사업의 시장점유율까지 위협을 받아 실적이 내리막으로 돌아서 적자 폭이 증가한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은 회사의 미래 실적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앞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기존점 리뉴얼, 수익성 중심의 전문점 운영 등 미래 현금흐름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통해 주주이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4일까지 대주주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장내 매수를 통해 이마트 주식 14만 주를 매입했다. 금액은 약 241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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