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법] ‘리얼돌’ 유감
[모두의 법] ‘리얼돌’ 유감
  • 박수진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 승인 2019.08.15 08:45
  • 수정 2019-08-20 19:5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원이 ‘리얼돌’ 수입업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논란이 뜨겁다. 판결의 요지는 세 가지 논점으로 압축된다. 첫째, 음란성이 인정되려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해 성적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한 것이어야 하는데, 리얼돌의 경우 표현 수위가 거기에 못 미친다는 것. 둘째는 리얼돌이 성기구로서 성적인 내용을 대외적으로 표현하는 일반적인 음란물과는 달리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 은밀하게 소비된다는 것. 셋째는 우려되는 청소년의 구매 등 접근성 문제는 이미 처벌조항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요컨대, 리얼돌은 음란성이 인정되지 않는 성기구이며 성인의 성기구 이용은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으로 국가형벌이 개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판결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다. ‘음란’에 대한 대법원의 기존 입장은 사회와 시대적 변화에 따라 변하는 상대적이고 유동적인 개념이라서 “국가의 형법권이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개입하기에 적절한 분야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국내에는 여성이나 남성의 특정 신체부위를 모사한 성기구들이 유통 ‧ 판매되고 있다. 게다가 독일, 프랑스 등 서구 유럽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비슷한 아시아문화권인 일본, 중국 등에서도 리얼돌을 규제하는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리얼돌과 현재 시판중인 성기구의 차이점에 주목하여 음란성을 인정하는 독자적인 법리를 내놓기는 사실 쉽지 않다. 이런 사정 때문인지 리얼돌 시판에 대한 세간의 논란은 △청소년이 리얼돌을 구매하는 등 접근성 문제, △특정인의 얼굴로 리얼돌 얼굴을 제작해 초상권을 침해하는 인권침해 문제, △아동‧청소년 모형의 리얼돌 문제 등 ‘파생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즉, 성인 남성이 시판될 리얼돌을 소비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는 미약하다. 댓글도 리얼돌을 단순한 성기구로 인식하고 성적자기결정권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발언이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리얼돌 시판은 현행법 수준에서 논의되고 그칠 사안은 아니다. 사실 성(性)과 관련된 현행법에는 여성의 관점과 입장이 충분히 반영돼 있다고 보기 어렵고, 한국사회의 성의식은 그 법보다 훨씬 더 남성중심적인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리얼돌 시판은 다양한 비판적 해석이 가능한 사회적 사건이다. 여성주의자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가 아이즈(ize)에 기고한 칼럼 ‘리얼돌’은 리얼돌 시판에 관한 설득력 있고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한다. 그는 여기에서 리얼돌을 “여성착취적인 포르노그래피 문화의 신종버전”으로 본다. “포르노그래피에서 본 것들을 재상연하고 반복”하는 장소가 리얼돌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일방적 방식으로 구조화된 성욕은 여성의 신체를 남성의 삽입구나 배설그릇으로 인식하거나 남성의 욕망만을 유일한 욕망의 형태로 여기고 여성에 대한 일방성과 공격성을 정당화하고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로봇 윤리 연구자, 드몽포르 대학교 캐슬린 리처드슨 교수도 섹스돌은 성기구가 아닌 폭력적 ‧ 포르노그래피적 환상을 현실에서 표출하는 대상물이라고 지적한다. 섹스돌의 사용은 그 사회문화속의 여성혐오를 강화하고 시뮬레이션하는 일종의 폭력이라고 본다. 요컨대, 이들은 리얼돌이 단순히 남성의 사적인 성기구가 아니라 여성을 폭력적으로 대상화하는 포르노그래피 훈련소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대단히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성주의자들의 비판은 기존의 포르노그래피적인 남성문화 속에서 리얼돌의 사회적 효과를 예측한다. 이러한 관점은 리얼돌의 사용이 가져올 성문화의 변화를 남성에 의한 여성의 성적대상화라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대입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리얼돌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를 경험하기 전에 앞질러 이런 예측을 내놓는 것이 다소 성급하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의 남성 성의식과 행태를 감안한다면 그리 무리한 진단도 아니다. 가부장제가 존속하는 한 여성의 성적대상화는 그 형태를 달리하여 지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에, 리얼돌 시판을 그런 연장선에 놓게 되는 것 아닌가. 여성주의적 관점이 우리 법에 더 많이 수용되기를, 법이 왜곡된 남성중심적 성의식을 교정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하길 기대해본다.

박수진 변호사
박수진 변호사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인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은주 2019-08-15 11:25:51
이런 논란조차 시대가 지나면 무의미 할걸로 봐요 외로운 사람들의 시대가 벌써 도래했구요 이런 기술들이 발전이 되어서 AI가 탑제된 리얼돌 또는 로봇이 친구나 애인 더 나아가 인간이 서로에게 해줄수없는일 까지 가능하게 해줄 시대가 반드시 올걸로 봅니다 이런 일들은 어쩔수 없이 홀로된 사람에게 애인이나 성파트너 크게는 늙어서 의지할데없는 노인을 부양하는 업무까지 좁은 시야만으로는 발전이 더디기만 할뿐이에요 막기만 하기보다 모든일에 양면성은 있지만 발전시켜서 좋은면을 키워 나가는 일들이 우선적이라 봅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