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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참가자 북적

○…부인을 떠나보낸 남자들이 화제. 부인 최재숙씨 외 2명을 15km 마라톤에 출전시킨 남편 김천수씨 등 외 2명. 이들은 멀리 춘천에서 여성마라톤을 참가하기 위해 달려왔다고.

“저희 3명이 친군데요. 집사람들이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요. 여기 월드컵 공원 구경도 할겸 겸사겸사 해서 여기까지 왔어요.”부인들이 열심히 뛰는 게 보기 좋다는 세 남자. 끝까지 완주하는 걸 지켜보겠다며 응원의 박수를 아끼지 않아.

○…오로지 여성들만 참가할 수 있는 15km에 남성 선수가 출현해 눈길. 가슴에 ‘1046’라는 번호판을 달고 뛴 백형식(49)씨가 주인공. 그러나 1046번은 3km 걷기 출전번호. “제가 원래 호주제에 상당히 관심이 많아서 여성 마라톤대회 꼭 출전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우리 아이가 인터넷으로 신청한다는 게 그만 3km에 신청을 해버렸어요. 아무리 여성신문사라지만 남성도 같이 자극받고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잖아요. 전 계속 뛸 겁니다.”

○…이날 5km에 참가한 장애인과 자원봉사가 함께 참가해 날씨만큼 훈훈한 인상을 남겼는데. 김성수(51)씨는 휠체어를 탄 불편한 몸으로도 5km를 완주해 다른 이들보다 기쁨이 두배였다고. 그의 손과 발이 돼준 오세용(42)씨는 “혼자 달려 입상한 것보다 몇 배의 감동이 느껴졌다”며 흐르는 땀을 기분 좋게 씻었다.

마음은 풍선밭에 가 있고

○…5km에 참가, 2위를 차지한 김월미씨와 열두살난 아들. 안타깝게 1위를 놓쳤지만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는 소감. 김씨는 평소 여성의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활동가로,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우먼파워’. “입상도 좋지만 아들과 완주한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그의 입은 연신 싱글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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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거의 남성이라 함께 참여하지 못해 아쉽다는 대학원생 와커 데비너(28)씨는 “평소 운동으로 달리기를 하지만 이렇게 대회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라며 “5km라는 거리가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엔 혼자 참여해 조금 머쓱했지만 여성들이 함께 평화를 기원하며 준비한 마라톤이라 격의 없이 함께 즐길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부모들과 함께 걷거나 달리고 온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은지 대회장 옆에 마련된 어린이 놀이터로 발걸음을 돌렸다. 3km에서 부모와 함께 걷고 온 이상원(5) 어린이는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너무 재밌어요”라며 공기를 넣어 마련한 이동식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었다.

포기자 속출?

○…“아이. 시저. 안아줘”라고 말하기엔 아직 언어력 부족으로 “잉… 안 가”소리만 남기고 아스팔트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버린 홍이교(20개월)군은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포기를 선언. 오로지 안아줄 것을 강력히 주장하는 이교군의 강력한 ‘땡깡’에 이교군 아빠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 걷기도 힘든 마당에 12kg 이교군을 안고 걸어. 그런데 이교군은 막판에 갑자기 힘이 솟아. 결승선을 보고서? 천만에. 빵과 우유를 나눠주는 걸 보고서였다.

○…이번 마라톤에 참가한 어린이들의 마음을 홀딱 사로잡은 건 풍선. 부모들까지 나서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을 마구 괴롭히기도. 일부 엄마들은 피스보이즈에게 달아주려고 매달아 놓은 풍선을 떼내려고 혈안.

꼴찌에게 박수를

○…5km, 15km 우승자들을 위한 시상식이 끝나고 초대 가수들의 공연이 시작됐다. 하지만 15km 기록 타이머는 여전히 시간을 더해하는데 꼴지 그룹 20여명을 남겨두고 15km 마지막 코스는 결국 구름다리 위로 변경됐다. 교통 지체 해소를 위해서였다. 사람들이 흥겨운 콘서트에 몰려있는 동안 꼴지들은 뛰어서 또는 걸어서 결승점을 통과했다.

일본인 후지타 에미

○…95년 한국 남편 신호철(32)씨와 결혼해 2년 전부터 한국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 후지타 에미(29)씨. 여성마라톤 15km에 참가, 4위라는 놀라운 실력을 과시했다. 한국에 와서도 마라톤에 여러 번 참여한 후지타씨는 “한국에선 마라톤에 참여하는 사람은 많은데 시민들의 호응은 낮다”며 “일본은 시민들이 박수도 많이 쳐주고 특산물 판매 등과 함께 축제로 열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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