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식 독립기념관 관장
‘항일 여성 독립운동 회고와 전망’
12일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제 예정

14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학생들이 여성독립운동가 292명의 초상화를 들고 서대문 형무소를 향해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추모대행진’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4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학생들이 여성독립운동가 292명의 초상화를 들고 서대문 형무소를 향해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추모대행진’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준식 독립기념관 관장은 “우리는 여성 독립운동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더 정확하게는 무지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면서 “남성 중심으로 역사를 보도록 배워왔기 때문”이라면서 학교 역사교육의 편향성에 대해 비판했다.

이 관장은 오는 12일 (사)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가 개최하는 ‘항일 여성 독립운동에 대한 회고와 전망’ 국제 심포지엄에서 기조 발제를 이같은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이 관장은 “여성은 남성 못지않게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직접 독립운동의 일선에서 활동하면서 이름을 남긴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다면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이름도 남기지 못한 채 독립운동에 기여한 경우도 있다”면서 “숫자로 따지면 후자가 훨씬 더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장이 여성 독립운동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초·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는 등장하는 수많은 독립운동가 가운데 여성은 거의 눈에 뜨이지 않는다. 여성 독립운동가라고는 기껏해야 유관순의 이름만 유난히 강조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2013년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을 통과해 현재 고등학교에서 쓰이는 한국사 교과서를 보면 모두 일제강점기의 여성운동을 별도의 항목으로 설정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내용은 ‘근우회 등의 여성운동 단체가 꾸려져 여성의 지위 향상과 여성해방을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는 식의 천편일률적 서술에 그치고 있다”고 했다.

이 관장은 이같은 서술에 대해 “일제강점기 여성들은 독립운동가라는 호칭을 얻은 일부를 제외하면 민족해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남녀평등을 위해 단체를 만들고 이러저러한 활동을 벌인 것으로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여성은 독립운동과는 무관한 존재가 되고 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근우회와 같은 시기에 똑같이 민족협동전선의 일환으로 출범한 신간회에 대해 독립운동으로 규정하고 더 자세히 서술하고 있는 것과 명백히 대비된다”는 것이다.

또 “8종의 교과서에서 유관순 이외의 여성 독립운동가 이름은 눈을 씻고 찾아도 찾기 힘들 정도였다”라면서 “3‧1운동 과정에서 유관순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했고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의 첫 여성 의원이 된 김마리아의 이름도 여성 독립운동가로서는 최고 등급인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은 남자현의 이름도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영화 2015년 개봉한 영화 ‘암살’이 현재 여성 독립운동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했다. “정부의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 서훈에 경종을 울리고 학계의 여성 독립운동사 연구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과 마찬가지였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성 독립운동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한 전제는 남성 중심으로 독립운동의 역사를 보는 것을 깨는 것”이라면서 “독립운동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나라를 잃은 슬픔에 비분강개했고 그러한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는 굳은 의지를 갖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항일여성독립운동에 대한 회고와 전망 국제심포지엄은 12일 오후2시 서울 정동 세실극장에서 열린다. 이준식 독립기념관장이 기조발제를, 이지원 대림대학교 교수, 김형목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책임연구원, 강수옥 중국 연변대학교 교수 등이 발표를 한다.

‘항일 여성 독립운동에 대한 회고와 전망’ 국제심포지엄
‘항일 여성 독립운동에 대한 회고와 전망’ 국제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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