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원 월례조회서 극우 유튜버 영상 상영 지시
여성, 문 대통령 원색적으로 비하하는 내용 포함
한국콜마 “물의 죄송… 여성 비하 없었다” 해명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뉴시스

국내 대표 화장품 OEM 업체인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여성을 극단적으로 비하한 영상 시청을 직원들에게 강요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9일 JTBC보도와 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지난 6~7일 세종시 본사와 서울 내곡동 신사옥에서 직원 700여명을 대상으로 열린 월례조회에서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한 대응책을 설명하면서 극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한 유튜버의 영상을 틀었다. 월례조회는 직원이면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행사로 일부 직원들은 영상 플레이를 강제로 시청해야만 했으며 윤 회장이 “동영상 내용에 대해 각자 생각해보라”는 말을 하는 등 간접적으로 콘텐츠 내용에 동의하는 발언이 이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상 윤 회장이 직원들을 상대로 정치관과 여성관을 강요한 셈이다.

윤 회장이 튼 영상은 최근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 경제전쟁을 다룬 내용이었다. 극우 성향 유튜버 ‘리섭TV’는 구독자가 현재 18만3000여명으로 알려진 채널이다. 유튜버 리섭이 ‘화이트리스트를 ㅈㄴ (존나) 쉽게 설명하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이 영상의 섬네일에는 ‘한국 여자들 7000원에 몸을 팔게 될 지도’라고 적혀 있다.

ⓒ리섭TV 화면 캡처.

유튜버 리섭은 문재인 정부의 일본 대응을 비판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여태까지 일본, 아베한테 한 짓을 말하겠다”라며 “아베는 문재인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대단한 지도자임에 틀림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베네수엘라가 망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선거를 앞두고 시행한 반미정책 때문”이라며 “그 당시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지금 일본에 당당히 맞선다며 좋아하는 우리나라 국민처럼 미국에 당당히 맞선다면서 환호했다”라고 했다.

그는 또 “미국의 경제 보복으로 베네수엘라는 경제 파탄이 났는데 베네수엘라의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다. 우리나라도 곧 그 꼴이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상을 본 일부 직원들은 사내 익명 게시판을 통해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단체 등에서 불매운동 조짐이 일어나는 등 이같은 논란이 확산되자 한국콜마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유튜브 콘텐츠 시청을 임직원에게 강요했다는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한국콜마는 “8월 월례조회에서 현재 한일관계 악화, 미중 무역 전쟁 등 대외 경제 여건이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내용을 역설했다”라며 “위기 대응을 위해 대외적 환경과 현상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최근 인터넷상에 유포되고 있는 특정 유튜브 영상의 일부분을 인용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영상을 보여준 취지는 일부 편향된 내용처럼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현혹돼서는 안 되고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고 현상황을 바라보고 기술력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사례가 언급됐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없었다"라며 "베네수엘라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곧 그 꼴이 날 것'이란 막말이 나오지만 이 부분은 틀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윤 회장이 일본으로 유출됐던 우리 문화유산인 수월관음도를 25억원에 구매해 국립박물관에 기증했으며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배우고 전파하기 위해 서울여해재단을 설립해 이순신 학교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관련 내용이 보도된 직후 현재 한국콜마의 홈페이지는 마비된 상태다. 주가가 이날 오전 9시 5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3.49%(1750원) 하락한 4만8450 원에 거래되는 등 윤 회장의 행동으로 회사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

윤 회장은 색조, 기초 화장품을 연구 개발하며 의약품을 위탁, 생산하는 업체로 한국콜마를 세운 창업주로 '샐러리맨 신화'로 통한다.  그는 농협과 대웅제약을 거쳐 1990년 일본 콜마와 합작해 한국콜마를 세웠다. 창업 당시 직원 4명에서 출발한 한국콜마는 국내 최초로 ODM방식을 도입해 시가 총액이 현재 1조1486억원, 시총 순위는 149위를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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