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마라톤대회 6000여 명 성황
11일 상암벌 평화기원 핑크 물결

‘달려라 여성! 피어라 평화!’.

평화를 사랑하는 여성과 가족, 연인, 어린이 ‘건각’이 초여름 서울 상암벌을 진홍빛으로 물들였다. 본지가 11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남문광장과 공원 일대에서 연 제3회 여성마라톤대회가 참가 선수와 가족, 시민, 각계 손님 등 6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끝났다.

이번 대회는 15km(여성)·5km(여성·남녀혼성) 단축 마라톤과 3km 걷기로 나뉘어 열렸으며, 각 구간 선수 5000여명과 선수 가족, 각계 인사 등 1000여명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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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기원’ 마라톤으로 격상

이번 대회는 그동안 여성 중심 행사로 치렀던 제1·2회 ‘아줌마마라톤’의 취지를 한 단계 높여,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평화기원 여성마라톤’으로 연 첫 행사였다. 이에 따라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반전·평화운동을 이끈 여성단체들이 ‘단체팀’으로 대거 참가했다.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한국여성단체연합, 여성정치인경호본부 등 여성단체들은 ‘평화’ 깃발을 내걸고 단체로 참가한 대표적인 팀들. 한나라당 여성위원회, 민주당 여성국, 개혁국민정당 전국여성회의 등 정당과 한국은행 노동조합, 서울시새마을부녀회, 대한간호협회 등도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했다.

피스보이즈 눈에 띄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눈에 띈 건 11명의 남성으로 이뤄진 피스보이즈. 반전평화 메시지는 전하는 ‘임무’를 띈 이들 주자들은 평화를 상징하는 색색깔의 풍선을 등에 달고 코스를 달려 다른 선수들의 눈길을 끌었다.

강지원 변호사, 김병후 정신과 전문의, 가수 유열, 김진선 강원도지사 등 8명이 해당 코스를 완주했다. 내빈으로 참석한 민주당 배기선 의원(부천 원미을)은 즉석에서 피스보이즈로 등록해 풍선을 달고 3km 걷기에 나섰고, 민주당 최영희(비례대표) 의원은 ‘피스걸’을 자임해 박수를 받았다.

이춘미(15km), 김유미(5km 여성) 우승

여성만 뛰는 15km 마라톤엔 200여 명, 여성과 남녀 혼성팀이 뛰는 5km 마라톤엔 20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따로 우승자를 가리지 않는 3km 걷기엔 3000여명이 참가했다.

상금 50만원과 상패를 받는 15km에선 1시간59초로 결승선을 끊은 이춘미(35·주부)씨가 1위를 차지했다. 김부용(37)씨가 2위(상금 30만원), 김정옥(56)씨는가 3위(상금 20만원)로 뒤를 이었다.

5km 여성부 1위는 20분4초를 기록한 주부 김유미(30)씨가 차지했고, 대학생 김유경(20)씨가 21분3초로 아깝게 2위로 들어왔다. 3위는 일산에 사는 손남필(42)씨가 차지했다.

5km 혼성부 1위는 몇분 몇초로 결승점에 들어온 구순정·최경열 부부가 거머쥐었고, 본지 여성신문 동두천지사에서 일하는 김월미(36)씨가 아들 고윤수(11)군과 함께 뛰어 2위를 했다. ‘우리끼리’란 이름을 내건 김명숙·전병석 조가 3위.

남다른 참가로 눈길을 끈 이들은 특별상을 받았다. 새마을부녀회(회장 백옥자)는 50명이 선수로 참가해 최다참가상을 받았고, 올해를 뜻하는 등번호 2003번을 단 왕현정(3)양과 본지 15주년을 뜻하는 등번호 1515번 김진아(45)씨도 따로 상을 받았다.

평화염원 ‘세계로 세계로’

이날 대회는 아침 9시40분께 임정희 본지 사장의 개회사로 시작됐다. 임 사장은 대회사에서 “힘의 질서 앞에 촛불처럼 흔들리고 지금 상황에서 오직 평화만이 우리 여성과 가족, 사회와 세계를 손잡게 할 것”이라며 “오늘 마라톤대회를 통해 우리 모두가 평화의 전령사가 되자”고 선언했다.

급히 소집된 임시국무회의에 참석하느라 행사장에 오지 못한 지은희 여성부 장관은 “오늘 대회는 우리 여성들이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을 온누리에 알리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여러분의 한 걸음이 통일과 평화의 희망을 줄 것으로 믿는다”고 축사를 대신 전해왔다.

9시50분께엔 무대 앞 일반 참가자들이 ‘달려라 여성, 피어라 평화’ 문구가 쓰인 가로 9미터, 세로 5미터짜리 대형 현수막을 머리 위로 펼치는 장관을 연출했다. 지난해 시청앞 월드컵 응원 때처럼 선수 대열 끝줄에서 펴기 시작한 현수막은 손에 손을 거쳐 무대 위 피스보이즈한테 전달되면서 분위기는 ‘후끈’ 달아 올랐다.

이날 대회는 숱한 재야행사·집회에서 이름 난 최광기씨가 사회를 맡아 특유의 우스개로 좌중을 웃겼다. 최씨는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국민체육공단 마라톤 감독이 5km에 나선다고 하자 “마라톤 영웅이 5km가 뭐냐”며 “15km 구간을 다섯바퀴 뛰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정열의 평화 콘서트

아침 10시에 출발한 선수들은 점심을 넘기자 거의 다 결승점에 들어왔다. 간단히 식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12시15분께 시작된 평화콘서트에 넋을 잃었다. 첫 마당은 고대 터키·이집트 등 아랍에서 유행한 전통춤으로 일명 ‘배꼽춤’으로 불리는 밸리댄스. 이슬람 옷차림을 한 무용수들의 현란한 춤사위에 참석자들은 흥분의 도가니.

뒤이어 테너 임웅균씨가 두 번째로 무대에 올라 ‘사랑하는 마음’, ‘희망의 나라로’를 불렀고, 가수 유열·박미경씨가 자신들의 인기곡을 열창했다.

낮 1시20분께 공연은 모두 끝났고, 참가자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총총 자리를 떴다. 주변의 쓰레기를 자기 배낭에 주워 담고서.

특별취재반

제3회 여성마라톤 특별취재반

각 구간 완주 및 취재=15km 감현주 임인숙 기자/ 5km 동성혜 신아령 기자/ 3km 조은미 배영환 김선희 기자 / 피스보이즈 전담 조혜원 기자/사진 민원기 기자

대회사

임정희 <여성신문> 사장

자리잡은 여성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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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처음 마라톤대회를 시작할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성공할 수 있을까, 여자들이 자신만의 축제로 대회를 즐길 수 있을까를 의심했지만, 지난 2년간 우리는 이 축전의 주인으로 멋지게 자리잡는데 성공했습니다.

오늘 제3회 대회는 우리의 의식을 더욱 확장해 한걸음 한걸음 걷고 달리며 가정과 사회, 그리고 이 나라와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자리로 마련했습니다. 지금 세계는 힘의 질서 앞에 촛불처럼 흔들리고 있습니다. 오직 평화만이 사람을 구원할 수 있습니다.

오늘 이 대회를 통해 모두가 평화의 전령사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오신 분들, 연인끼리, 단체에서 혹은 같은 회사의 동료들끼리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이 축전의 즐거움을 마음으로 몸으로 만끽하시고, 푸른 5월의 기쁨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김수자 (사)아키아연대 공동대표

아줌마들의 힘과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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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악마 티셔츠를 입고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치던 작년 5월을 기업해 봅니다. 아줌마들은 감춰뒀던 힘과 끼를 마음껏 발휘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 이제 아줌마들이 가정과 나라와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며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세계는 월드컵의 정신을 외면한 채 험난한 골짜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라크 전쟁이 그렇고 특히 우리나라의 상황은 앞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마련한 평화기원 마라톤대회가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대회는 승리자가 있을 수 없습니다. 대회에 참여하는 모든 분들이 승리자며 평화의 사령들입니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참여한 모든 분들이 오늘 이 행사의 주인입니다. 이 대회를 위해 지원해 주신 모든 분들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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