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고공농성장을 가다 ]
한국도로공사 자회사 설립 강행
여성수납원 32명 폭염 속 사투
음식 줄에 매달아 캐노피에 전달
고온에 비닐과 슬리퍼 녹기도

6일 서울 톨게이트 캐노피(구조물) 위에는 수납원들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가득 걸려 있다. 캐노피 위에는 현재 노조원 32명이 올라가 있다. ⓒ김진수 여성신문 기자
6일 서울 톨게이트 캐노피(구조물) 위에는 수납원들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가득 걸려 있다. 캐노피 위에는 현재 노조원 32명이 올라가 있다. ⓒ김진수 여성신문 기자

폭염이다. 연일 폭폭 찌는 찜통같은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은 모두 조금이라도 시원한 곳을 찾아 실내로 들어가고, 에어콘을 계속 틀어놓으면서 더위를 피하며 산다. 그러나 더위를 피하기는 커녕 톨게이트 지붕위로 올라간 32명의 여성들이 있다. 직사광선과 반사열까지 더해진 톨게이트 캐노피의 고공투쟁.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딸인 이 여성들은 살인적인 폭염 속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가?  이 여성들은 톨게이트 수납원들이다. 8월의 폭염보다 더 뜨거운 이들의 외침이 있다.

"해고는 살인이다! 부당해고 철회하라!" "즉시 법원판결 인정하고 직접고용 실시하라."

6일 오후 1시경 35도를 넘는 뜨거운 오후. 기자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궁내동 서울 톨게이트를 찾았다.  톨게이트 캐노피 주변에는 수십 개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방향 서울톨게이트 상단에도 ‘허울뿐인 정규직화 1500명 집단해고 청와대 책임져라’ 등의 현수막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톨게이트 위 캐노피(구조물)에는 32명의 노동자가 있다.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공공연대노조, 한국노총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조 노조원들이다.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로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직접고용(정규직화)을 요구하기 위해 지난 6월30일부터 지상에서 약 10m 높이의 서울톨게이트 캐노피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6월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용역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지난 8월 6일은 고공농성을 벌인 지 38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처음에 고공농성을 시작한 수납원들은 42명이었으나 폭염으로 인한 건강 악화 등으로 10명은 내려갔다.

캐노피 위로 올라가는 철문은 자물쇠로 닫혀 있다. 올라가는 계단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다. ⓒ김진수 여성신문 기자
캐노피 위로 올라가는 철문은 자물쇠로 닫혀 있다. 올라가는 계단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다. ⓒ김진수 여성신문 기자

 

6일 오후 4시30분께 지상에 있는 노조원들이 캐노피 위에 노조원들이 먹을 음식을 줄에 매달아 전달하고 있다. ⓒ김진수 여성신문 기자
6일 오후 4시30분께 지상에 있는 노조원들이 캐노피 위에 노조원들이 먹을 음식을 줄에 매달아 전달하고 있다. ⓒ김진수 여성신문 기자

지상에 있던 민주노총 톨게이트지부 서산지회 정종순 사무장은 “수납원들은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거나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받는다. 화물차가 적재 검사가 초과하면 재검측도 한다. 하이패스 미납 요금을 받기도 한다. 차 요금을 받는 그 짧은 시간에 길 안내를 해야 할 때도 있다. 항상 상냥하게 해야 한다. 도로공사에서 몰래 모니터링을 한다. 점수를 매긴다”라고 했다.

정 사무장은 2008년 서산 요금소에서 수납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 있다. “입사한 지 한 달된 사람이나 10년 된 사람이나 월급이 같아요.”

전국 350여 개 영업소에서 일하는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은 6500여 명이다. 그 중 70%는 여성이다. 이들 중 5000여명이 자회사 전환에 합의했다. 나머지 인원들이 캐노피 위아래에서 직접고용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노조원들은 2017년 2심에서 근로자지위확인 집단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수납원들은 도로공사의 비정규직으로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면서 일해 왔다. 법원은 수납원들의 근무연한이 10년 이상이 되는 등의 상황을 고려해 도고공사에게 수납원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한국도로공사서비스'라는 자회사를 세우고 수납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결정한다. 6500명의 수납원 중 5000명은 자회사의 정규직이 되는 길을 택했다.  6월 30일로 임기가 만료된 1500명 중 300명만 도로공사의 기간제 노동자 신분으로 일하라고 제안했다. 노조에서는 강하게 반발했다. 법원의 판결이 도로공사의 정규직 채용을 말하는 것인데, 자회사의 정규직은 편법이라고 비난하며 법원의 판결을 제대로 이행하라고 주장하며 고공농성에 나서게 된 것이다. 

여성노동전문가 김순희 씨는 도로공사의 자회사의 정규직 강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수납원들로만 이루어진 용역회사인 자회사에서 수납원들은 경력에 따른 승진도, 관리직으로의 경력개발도 어렵다. 수납원들이 원하는 건 도로공사의 정직원이 되는 것이다. 도로공사와 아무 관계도 없는 자회사에서는 2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고용기간의 불안은 해결되겠지만 이름만 정규직일 뿐 승진이나 경력개발이 불가능하다.  법원의 판결을 지키는 척 하는 편법에 불과하다."  

지상에 있는 노조원들은 캐노피 위 노조원들이 먹을 음식이나 물, 물건 등을 준비한다. 보통 식사는 하루에 두 번 준비한다. 이날 오후 4시30분께 노조원들은 캐노피 위 노조원들이 먹을 스파게티와 미역 냉국을 만들어 캐노피 위로 전달했다. 캐노피 위로 올라가는 계단은 도로공사에서 철조망과 자물쇠로 봉쇄했다. 음식과 물건을 올리기 위해서는 바구니에 담아 긴 줄에 묶어 보내는 방법 밖에 없다.

 

한국도로공사 서울영업소에는 노조원들의 천막이 가득 있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 등 400여명의 노조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3박4일 간격으로 다른 노조원들과 교대 근무하고 있다. ⓒ김진수 여성신문 기자
한국도로공사 서울영업소에는 노조원들의 천막이 가득 있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 등 400여명의 노조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3박4일 간격으로 다른 노조원들과 교대 근무하고 있다. ⓒ김진수 여성신문 기자

캐노피 위는 열악하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천막을 덮은 비닐과 슬리퍼가 녹아내렸다고 했다. 이날 늦은 오후 태풍 프란시스코 북상 소식에 노조원들은 캐노피 위에 올릴 천막을 구입했다. 노조원들은 ”톨게이트가 30년이 된 건물이라 (차가 지나가면) 캐노피의 울림이 심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캐노피 위의 상황은 어떨까. 이날 오후 전화 통화를 한 박선복 한국노총 톨게이트노동조합 위원장은 “낮에는 햇빛 때문에 체온계 50도를 넘어 선다”며 “캐노피 바닥이 방수처리를 위해 고무로 돼 있다. 여기 찌든 때가 우리 몸에 묻어서 더 안 나올 정도가 됐다”고 했다.

앞서 준비한 천막은 위로 올리지 못했다고 했다. 천막 한 개당 70~80kg인데 도로공사 측에서 캐노피 위에 올리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도로공사 측에서 방역해준다고 전에 말했었어요. 저희가 이날 천막을 준비할 예정이니 방역을 하면서 천막을 같이 올려달라고 했는데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저희가 사비로 들여서 한다고 했는데도 안 된다고 했어요.”

박 위원장은 “도로공사 측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노조원들을 기간제 신분으로 일을 하라고 한다. 1500명도 아니고 300명이라고 했다”며 “우리는 법이 인정하는 만큼 대우해달라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성노동전문가  김순희씨는 300명만 기간제 신분으로 일하라는 도로공사의 입장은 결국 노조원을 고립시키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박위원장은 여성수납원들의 뜨거운 열망을 전했다. "모든 문제가 빨리 해결되어서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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