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 ‘정숙’ 강조하는 교가·교훈 성평등하게...인천교육청 추진
‘순결’ ‘정숙’ 강조하는 교가·교훈 성평등하게...인천교육청 추진
  • 조혜승 기자
  • 승인 2019.08.03 15:51
  • 수정 2019-08-04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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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스쿨미투, 대한민국 정부는 응답하라!’ 집회가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 2월 16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스쿨미투, 대한민국 정부는 응답하라!’ 집회 모습.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순결’ ‘정숙’ ‘지조’ ‘절개’ 등 성차별적인 교가나 교훈을 유지했던 인천 지역 일부 학교들이 교가나 교훈을 개선키로 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달 31일 학교 교육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성평등 친화적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관내 초·중·고등학교 542교를 대상으로 ‘교가·교훈 새로 쓰기’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성평등정책과 성별 영향평가를 연구하는 전문가 5명의 컨설턴트를 위촉해 각 학교에 안내하고 학생·학부모·교직원·동문회 등이 의견을 수렴해 성차별적 표현이 담긴 부분을 함께 개선하는 중이다.

또한 시교육청은 성별 영향평가 분야 전문가와 성차별 요소 기준을 마련했으며 다음달 16일까지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준안이 마련되면 전수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여기서 우수사례가 나올 경우 학교 현장에 일반화하기로 했다.

이미 이들 학교에 관련 공문을 보냈으며 이달 말까지 교가, 교훈 내 성차별, 성 역할 강요 요소가 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교내 교훈이나 교가 속 성차별 요소를 전수조사하는 것은 전국 17개 시도 중 인천시 교육청이 처음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달 31일 학교 교육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양성평등, 친화적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관내 초·중·고등학교 542교를 대상으로 ‘교가·교훈 새로 쓰기’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도성훈 인천시교육청 교육감 ⓒ인천시교육청
인천시교육청은 지난달 31일 학교 교육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양성평등, 친화적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관내 초·중·고등학교 542교를 대상으로 ‘교가·교훈 새로 쓰기’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도성훈 인천시교육청 교육감 ⓒ인천시교육청

 

한 매체는 최근 인천 지역 여자중학교 26곳과 여자고등학교 21곳의 홈페이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현재 인천지역 20여곳 학교에서 ‘청순‘, ‘정숙‘, ’절개‘, ‘지혜로운 여자’, ‘착하고 어질게’ 등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조하는 가사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숙은 여자로서 행실이 곧고 마음씨가 맑고 고움이란 뜻으로 특히 오래된 여중, 여교 등 여학교에서 주로 정숙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A여자중학교는 교가 1절에서 ‘정숙한 어진 꽃이 향기 머금고’란 구절을 찾을 수 있다. 부평구 B여자중학교는 교훈이 ‘지혜로운 여성이 되자’이고 남동구 C여고는 ‘슬기롭게, 아름답게’ 등 교훈을 사용하고 있으며 남동구 D여고는 ‘목화꽃 순결함은 참됨의 빛이 되고’ 교가를 부르고 있었다. 이처럼 일부 여중, 여고가 성역할 구분이 없어진 시대와 맞지 않게 여성과 여성의 아름다움만을 강조하는 교훈과 교가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가부장적 사회에서 필요한 성역할을 조장하고 ‘여자다움’을 주입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실제로 교가나 교훈이 왜곡된 성 역할을 강조한다고 불만을 제기해도 변경이 되지 않는 경우도 적잖다.

앞서 1955년 개교한 인천 강화여고는 학생과 교사들의 요구에 따라 교가를 바꿨다. 교가의 후렴 중 하나인 ‘여자다워라’를 2016년 ‘지혜로워라’로 변경했다. 학생들이 여성에게 성역할을 주입시킨다는 불만이 제기됨에 따라 학부모 운영위원회와 교사들이 이들 편에 섰기 때문에 가사가 개선될 수 있었다.

하지만 상당수 오랜 역사를 자랑한 학교가 동문회 등 반발로 교훈이나 교가를 바꾸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강원도 한 여고는 2015년 ‘참된 일꾼, 착한 딸, 어진 어머니’라는 교훈을 개정하려고 했으나 총동문회가 반대해 실행할 수 없었다.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찬성했으나 총동문회가 교가의 역사성이 훼손된다는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별 학교들이 교가나 교훈을 바꾸는 일이 법적 강제성이 없어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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