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논란·성희롱·동물학대까지
플랫폼 책임 지울 규제 없다
전문가 “법 적용과 해석,
원천 학문 연구 필요”

1인 인터넷 개인방송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사건사고를 규제할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새로운 기술과 문화 현상에 대한 논란은 반복적으로 일어나지만 법 적용과 해석에 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7월 29일 온라인 개인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에서 방송하는 BJ핵찌가 닉네임 ‘예비핵찌예비회장’이라는 시청자로부터 현금 1억3200만원 어치의 유료 아이템 별풍선 120만개를 받았다. ‘억대 별풍선’ 지급이 이뤄지자 하루 결제한도 100만원의 100배가 넘는 금액을 어떻게 결제했는지에 대한 논란과 함께, 해당 진행자와 시청자의 관계에 대한 의혹까지 번졌다.

해당 시청자는 대리결제 쇼핑몰을 통해 손쉽게 결제한도 규제를 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BJ핵찌는 '별풍선깡, 돈세탁? 해명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결제 방법을 비롯한 관련 논란에 관해 밝혔다. 

ⓒBJ핵찌 업로드 해명 영상 캡쳐
ⓒBJ핵찌 업로드 해명 영상 캡쳐

7월28일에는 유튜버 A씨가 개인방송 중 자신의 반려견을 침대 위로 내동댕이치고 목덜미를 잡아 여러 차례 얼굴을 때리는 등 학대했다. 결국 신고받은 경찰이 출동했고 A씨는 “내 강아지 때린 게 어때서 그러냐. 내 양육 방식이다. 내 재산이고 내 마음이다”라며 출동한 경찰에게 큰소리를 냈다.

방송 직후 '동물 학대 처벌 강화 그리고 유해 유튜버 단속 강화 청원'이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 청원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이 글은 이틀만인 7월 31일 오후 1시 10만명 이상의 국민에게 동의를 얻었다.

지난 6월에는 BJ감스트, 남순, 외질혜가 한 여성 BJ를 성희롱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남순은 7월 23일자로 한 달 만에 방송을 재개했다. 영상을 통해 “복귀해서 죄송하다. 제가 감당할 부분이다”라고 알렸다.

이 외에도 지난 29일 ‘조폭 방송’ 진행자가 실제 조직 폭력배 소속인 사실이 밝혀졌으며, 지난 5월에 한 여성 유튜버가 한 중학교에서 상의를 벗어 던지고 춤을 추다 건조물침입 혐의로 입건됐다. 2017년에는 성기 노출한 유튜버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장애인에게 폭언을 한 사건 등 개인 방송계 사건·사고가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법 제도는 깜깜 무소식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내 온라인 영상서비스 시장 규모가 2016년에 2069억원, 2018년에 5136억원으로 커지고 있으며 2020년에는 7801억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터넷방송의 영향력이 커지고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는데 이를 막을 법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행법상 인터넷방송은 방송법이 아닌 전기통신사업법의 적용을 받는다. 그나마 있는 법은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으로 사업 운영에 관한 내용만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배포한 ‘인터넷개인방송 유료후원아이템 결제 관련 가이드라인’은 자율규제일 뿐이다.

강장묵 남서울대 빅데이터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인터넷방송 제재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결국 인간의 탐욕 문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법이나 인문학 등 원천  학문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번 새로운 기술 현상만 보고 1년, 2년 단기적인 논의만 이뤄진다. 우리나라는 새로운 기술만 나오면 계속 법 적용과 해석에 대한 논란이 반복된다. 지금 별풍선이라면 10여년 전에는 싸이월드 도토리가 문제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인터넷 최첨단 강국이지만 철학, 윤리적 원리에 대해서는 굉장히 후진국이다. IT 기술의 테스트베드로서 최적인만큼 정부가 기술에 따른 인문·사회적인 원천 학문에 대한 연구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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