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김선희 매일유업, 이정애 코카콜라음료
유통은 임일순 홈플러스, 조선혜 지오영, 정보람 쿠팡

(왼쪽부터) 조선혜 지오영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지오영, 뉴시스

국내 500대 기업에서 여성 CEO는 8명으로, 그 중 6명이 식품·유통기업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30일 국내 500대 기업 중 495개사 최고경영자 676명을 대상으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여성 CEO는 8명(1.2%)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표로 선임된 박정림 KB증권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를 제외하면 조선혜 지오영 회장,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 정보람 쿠팡 대표가 유통,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 이정애 코카콜라음료 대표가 식품업에서 특기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500대 기업 CEO의 1.2%에 불과할 정도로 희소한 여성CEO. 이들이 식품·유통 분야에 몰려있는 이유가 뭘까. 업계에선 이 분야 주력 고객이 여성이고 여성 CEO가 여성 입장에서 여성 소비자를 위한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을 첫 손 꼽는다. 특히 유통 분야는 최근 대형마트의 성장이 한계에 이르고 온라인 구매 등 e커머스가 확산되면서 여성 경영자의 차별화된 시각이 작용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식품 분야 역시 주 고객이 여성이고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가장 예민하게 경험하는 여성들의 소비 특성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여성 CEO의 등장에 주목한다. 하지만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오너 일가라는 점에서 “현 시점에서 하나의 현상일 뿐”(박주근 CEO스코어 대표)이라는 지적도 있다.

(왼쪽부터)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 정보람 쿠팡 핀테크 부문 대표, 이정애 한국코카콜라음료 대표.ⓒ뉴시스, 쿠팡 페이스북, LG그룹

유통 분야 CEO 가운데 주목할만한 인물은 조선혜 지오영 회장이다. 숙명여대 약대를 졸업 한 그는 37세였던 1991년 의약품 유통사 지오영을 창업해 500대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지오영은 자체 유통망을 통해 전국의 약국과 병원에 2만 여종의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 2013년 단일법인 1조 매출을 기록했고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5800억원을 기록할 만큼 의약품 유통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과 손잡고 신설 투자사인 ‘조선혜지와이홀딩스 주식회사’를 설립해 경영권을 공고히 구축했다. 조 회장은 투자 파트너인 블랙스톤과 앵커에쿼티가 보유한 지분 46%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1조원대 투자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대형마트 업계 최초 여성 CEO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는 코스트코코리아 등 유통에서 잔뼈가 굵은 재무 전문가다. 20년을 외국계 유통기업에서 일한 후 홈플러스로 옮겼으며 경영지원부문장과 재무부문장 등을 지낸 뒤 지난 2017년 대표로 취임했다. 임 대표는 전국 140개 모든 점포에 온라인 물류 기능을 강화해 지난해 6000억 원을 기록한 온라인 사업 매출액을 2021년 2조3000억원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지난해 6월 선보인 창고형 할인점과 대형마트를 결합한 전국 140개에 이르는 ‘스페셜’ 매장을 2021년까지 전국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하는 등 각오를 다지고 있다.

정보람 쿠팡 핀테크 사업 부문 대표는 e커머스 시대의 젊은 피다. 올해 41세인 그는 2014년 쿠팡에 입사해 지난 4월 대표가 됐다. 자체 페이시스템인 ‘로켓페이’를 구축했고, ‘쿠팡캐시’ 등 핀테크 사업을 이끌고 있다. 외국인 임원을 제외하면 핀테크 관련 조직에서 가장 직급이 높았던 임원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2010년 호텔신라 사장에 취임 후 1년 만인 2011년 신라면세점에서 사상 처음 매출 5조원 시대를 여는 등 공격적 경영으로 주목받았다. 글로벌 면세 전문지 무디리포트가 발표한 2018년 세계 면세점 매출 순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은 매출 6조9950억원을 거둬 세계 3위 면세점에 올랐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이 예상돼 2022년까지 ‘글로벌 Top(톱) 3’ 목표 달성에 한발 다가섰다.

식품에서는 매일유업 김선희 대표와 이정애 코카콜라 대표가 큰 활약을 보이고 있다. 김선희 대표는 오너 일가이지만 BNP 파리바그룹, 크레디아그리콜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금융업계를 거친 재무 전문가로 전문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2010년 매일유업과 자회사 상하를 합병하면서 경영능력을 입증했으며 2014년 대표로 선임됐다. 성인영양식, 가정간편식 등 새로운 카테고리 진입을 추진 중이다.

이정애 한국코카콜라음료 대표는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코카콜라음료사업부장에 보임된 LG그룹 최초 여성 부사장이다. 지난 1986년 LG그룹에 입사해 LG생활건강 생활용품사업부의 마케팅 담당 상무를 거쳐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 대표 브랜드인 ‘후’ ‘빌리프’ 등에서 차별화된 전략으로 지난해 매출 1조4000억 원을 달성하는 등 돋보이는 경영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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