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관계는 어려운 거야』저자
좋은 관계를 위해
‘나를 보는 힘’ 길러야
노력해도 안 되면 포기 괜찮아

ⓒ여성신문 진혜민
『원래 관계는 어려운 거야』 저자 김혜진 ⓒ여성신문 진혜민

“나를 보는 힘이 가장 중요해요.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없다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어요. 우리가 감기에 걸리면 아무렇지 않게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듯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이 아픈 걸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에요.”

갈등관계심리연구소 김혜진 소장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은 관계들과 과도한 스케줄로 인해 몸과 마음이 아프기 시작했다. 상담사‧교육자‧공무원 등 계속 달리기만 했던 그는 몸이 아프면서 잠시 멈춰 휴식할 수 있었다. 그때 아픈 자신의 곁을 끝까지 돌봐줬던 사람들과 깊은 신앙심으로 진정한 ‘관계’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김 소장은 미국 뉴욕대서 미술치료로 석사학위, 컬럼비아대에서 심리·철학·재활로 석사 네 개를 하고 특수교육학으로 동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에 와서 국회 비서관으로 활동하며 아동‧청소년을 위한 법안을 제안하기도 하고 대학을 출강하며 심리학을 가르쳐왔다. 현재는 갈등관계 심리연구소에서 내담자들을 만나며 사회에서 맺어지는 모든 관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김 소장은 글과 삽화를 통해 독자들이 지친 일상 속에서 치유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책 『원래 관계는 어려운 거야』
책 『원래 관계는 어려운 거야』

최근 ‘관계’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1인 가구 시대에 접어들면서 정과 사랑에 대한 ‘목마름’이 원인이다. 우리는 이 외로움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줄 몰라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사람을 직접 만나 소통하는 것이 아닌 SNS를 통해 대화한다. 이와 같은 행동은 ‘사람을 만났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켜 사람들 사이에서 관계가 중요해지지 않게 되고 시대가 점점 각박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혼자인 것도 싫지만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는 더 부담스러워진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시대에 사는 사람들 모두 ‘건강한 관계’에 대한 그리움과 목마름이 있지만 정작 그 방법은 모르는 것이다.”

외국에서 생활을 오래 했다. 남성들이 대부분인 한국 국회에서 젊은 여성 비서관의 경험도 특별할 것 같다.

“한 번은 아동‧청소년을 위한 법안을 연구할 때 나를 ‘김박사’라고 소개했더니 나이 지긋한 남성분이 ‘김박사는 어디 있냐고’고 물어본 적이 있다. 난 당황해서 ‘제가 김박사인데요’ 하니 그제서야 ‘김박사라고 하길래 나이가 있는 남자인 줄 알았다’고 했다. 외국에서는 내 업무와 관련된 질문만 받아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런 질문들이 당황스러웠다. 그러면서 아직도 한국에서는 직업과 성별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있다는 것을 느꼈고, 이 부분은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때와 지금의 관계 경험에서 달라진 게 있다면?

“현재는 ‘진정한 관계 속에서의 아름다움’에 관심이 있다. 예전에 좋은 관계만이 가치가 있고 관계는 좋게 맺어야만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렸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여유로움과 유연함이 생겨 좋지 않았던 관계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한다. 그 관계 속에서조차도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20대 남녀가 젠더 이슈로 고민이 많다.

“젠더는 권력과 힘겨루기가 아니다. 젠더를 힘의 문제로 보며 왜 서로가 동등하려고 하느냐는 데 ‘원래 동등했어야 하는 것’이다. 이성과의 관계 속에서도 젠더 이슈에 대해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우리가 이성을 만날 때도 다른 점이 있다면 당연히 좁혀 가는 것이 맞지만 노력해도 관계가 좋아질 것 같지 않다면 지속될 수 없는 현실을 건강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단단한 마음이 필요한 때이다, 즉, 건강하게 아플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 마음을 건강하게 다스릴 수 없다면 사실상 그 누구와도 건강한 관계가 힘들 수도 있다는 걸 인지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젠더 이슈도 페미니스트의 시각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더 넓게 ‘관계’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편견으로 다가가 얽힌 실타래를 부드럽게 풀어나간다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상처는 덜 받으며 서로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책 내용 중 가장 애정이 가는 파트가 있다면?

“나를 바라보는 힘’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없으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인생은 끊임없이 흔들리는 배 안에 있는 것과 같다. 그 해결책은 ‘내가 어떤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냐’에 있다. 우리가 감기에 걸리면 아무렇지 않게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듯이 마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마음이 아프다면, 아프다는 걸 먼저 인정해야 한다. 그게 바로 나를 바라보는 힘이다. 모든 관계 속에서 나를 건강하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적어도 그 관계가 어떤 관계 인지는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말이다. 상대방의 오류와 잘못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지치고 힘든 것은 나이다. 물론 상대방은 바뀌지 않는다. 그 에너지를 나를 바라보는 데에 쓴다면 우리가 맺을 미래의 관계가 조금은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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