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53명을 구조한 ‘시워치 3호’ 선장
이탈리아 정부에 체포 당하고
극우의 살해·강간 위협 받아도
용기로 인도주의 신념 관철

카롤라 라케테 선장. ©Paul Lovis Wagner / Sea-Watch.org
카롤라 라케테 선장. ©Paul Lovis Wagner / Sea-Watch.org

 

지난 7월 22일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도착한 난민들의 수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유럽연합(EU) 장관들이 모였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국제 난민구호 인권단체들은 실망했고 그들 중 ‘국경없는 의사회’는 EU의 난민구조 반대 정책에도 불구하고 다시 ‘바다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18년 11만3482명의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면서 2262명이 사망했으며, 국제이주기구(IOM)는 올해 만도 426명이 지중해를 건너다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여기에 더해 7월 25일엔 리비아를 떠났던 난민보트가 뒤집히면서 150여명의 난민들이 사망하는 최대 참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근처 작은 어선들과 늦게 도착한 국경없는 의사회가 구조한 84명의 난민들은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의해 리비아 난민수용소로 다시 수감되었다. 살아난 한 난민은 아이들과 아내가 사고로 빠져죽는 모습을 다 지켜봐야 했다.

‘세월호’를 겪었던 우리로선 침몰하는 배를 보고도 인명구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거나 구조를 방해하는 행동이 어떤 ‘만행’인지 법리를 따지지 않고도 알고있다. 국제해양법을 보자면 법도 의롭게 인도주의 원칙을 표방하고 있다. 바다에서 조난당한 사람들을 구하는 것은 의무이고 그들을 구조한 구조선은 구조한 사람들의 배경에 관계없이 그들을 싣고 가장 가까운 항구에 입항할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는 단지 난민 유입을 막기위해 인도주의 사회단체 구조선의 구조활동을 방해하고 지중해에서 난민들의 죽음을 방치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북아프리카 난민들을 잡아 리비아 난민수용소에 수감시키도록 리비아 해양경비대를 후원하고 있어서 인권단체들의 격분을 사고 있다.

리비아의 난민수용소는 인권의 사각지대로 악명 높다. 수용된 난민들을 고문하고 성폭력과 노예노동에 시달리게 하면서 먹을 만한 물과 음식도 제대로 주지 않는 ‘지옥’과 다름없다는 인권단체들의 보고를 EU가 묵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2일 리비아 난민수용소에서 참혹한 고통을 당했던 난민들이 탈출해 지중해를 건너다 조난 당하자, 구조 요청을 받은 구조선 ‘시워치 3‘의 선장 카롤라 라케테는 배를 몰고 가 53명의 난민들을 구조했다. 시워치 3호는 독일 구호단체 시워치(Sea-Watch)의 구조선이다. 북극의 얼음을 가르는 탐사선을 몰면서 북극 해양연구 경력을 갖고 있는 31세의 독일인 카롤라 라케테 선장은 2016년 부터 ‘시워치’에 합류해서 난민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구조선 ‘시워치 3‘ ©Chris Grodotzki / Sea-Watch.org
구조선 ‘시워치 3‘ ©Chris Grodotzki / Sea-Watch.org

 

일반의 2명과 몇몇 간호원등의 응급처치론 턱도 없이 위태한 난민들을 싣고 근항 입항 허가를 요청했지만 몰타와 프랑스는 침묵으로 거부했고 이탈라아는 단호히 거절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자, 최근항인 이탈리아 남단의 람페두사 섬 영해 밖을 14일간 돌면서 선장은 계속 입항을 타진했지만 임산부 2명 등 10명 남짓 난민들만 하선했고 남은 난민들을 실은 배의 입항이 저지당하자 선장은 결국 불법 입항을 단행하고 체포됐다. 수백 명의 경찰에 둘러싸여 체포되는 라케테 선장에 미디어가 주목하면서 세계는 비로소 EU의 악법에 불복종하면서 용기있게 인명을 구하고 있는 사회단체 운동가들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다.

강경한 반 난민 정책을 표방하는 이탈리아의 극우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부장관은 난민구조선의 이태리 입항을 금지하고 결행시엔 배를 몰수해서 파괴하고 5만 유로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 6월 29일 입항 직후 체포당한 31세의 독일인 라케테 선장은 마지막까지 배에 남은 난민들의 탈진된 심신상태와 위험변수를 고려해 불법 입항을 결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법정에 서지도 않은 라케테 선장을 미리 범죄자로 규정하면서 맹 비난하는 살비니 부총리의 트위터 메세지에 고무된 극우들은 체포되는 선장을 향해 강간·살해 위협을 떠벌렸고, 극우와 대척점에 선 인도주의 지지자들은 선장의 용기와 결단에 환호했다. 라케테 선장의 체포 장면은 양극 진영이 첨예하게 갈등하는, 유럽의 어려운 정치 국면을 결정적으로 표출시켰다.

이탈리아 관할 판사가 라케테 선장의 입항이 ‘폭력적’이었다는 경찰의 체포사유를 기각하면서 라케테 선장은 구금에서 풀려났다. 하지만 ‘외국인 여자’를 기필코 처벌해서 이탈리아의 명예를 찾겠다고 벼르는 살비니 정권의 보복에 맞서 선장의 변호사는 살비니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전략을 세우고 있다. 불법 영토침입죄, 불법난민을 도운죄, 입항 시 이태리 경비선과의 충돌등의 사유로 길게 끌어갈 수 있는 소송등을 예상하면서 라케테 선장은 ‘불법’ 사안에 대해서 반문한다. 이탈리아의 살비니와 입항 요청을 보고받고도 침묵으로 거부한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등 이들이 국제해양법을 자신들이 다시 쓴 것도 아닌데 법을 어겼다면 이들 아니겠냐고! 자신은 국제해양법을 지켰고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되어도 마찬가지로 행동하리라 단호하게 말한다.

국제법과 국내법이 충돌할 때 인도주의적 국제법을 따르면서 이탈리아 장관에게 불복종한 라케테 선장은 최고 10년형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지만 양식있는 판사들에 의해서 소송들이 기각되길 희망하기도 한다. 위기의 난민들, 구조선의 영웅 라케테 선장, 비인도주의적 유럽의 정치권 등 이 세 축의 관계는 우리사회에도 당도할 어려운 현안이 응축된 사건이기 때문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난민 문제의 주 원인인 ‘세계적 불평등’은 기후위기로 인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어떠한 범국가적 난민통제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난민을 발생시키는 경제적, 사회, 정치적 요인에 더해 기후적 요인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모든 노력을 동원해 모두가 서로 윈윈(win-win)하는 ‘난민 포용정책’을 창안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구절벽을 걱정하는 우리사회에선 유입되는 난민들과 상생하는 인도주의 정책을 마련하기에 더 친화적일 수 있다. 실제로 난민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여유있는 개발된 지역에서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난민의 85%는 난민 발생지역 이웃에서 수용하고 있는데 부담의 재분배가 요청되는 형편이다.

해양과학을 공부하고 여성은 100명 중 한 명이라는 선장직을 선택한 라케테 선장은 유럽인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악법에 불복종하면서 인류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제시한 ‘진정한 선장’이다. 다행히 체포된 지 일주일 만에 선장을 돕기 위한 후원금 140만 유로(한화 약 18억원)가 모였다. 라케테 선장은 성금을 난민구조에 쓰겠다고 밝히면서 자신처럼 난민을 구조한 ‘죄’로 이탈리아 법정에서 처벌 위험에 처한 다른 선장들과 배의 구조 스태프들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지난해 제주도에 예멘 난민 500여명이 도착하면서 우리도 난민에 대해 거론하기 시작했다. 난민활동가들을 돕고 난민들과의 상생을 위한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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