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만화경] 팔순, 꿈꾸기에 늦지 않았다
[커피 만화경] 팔순, 꿈꾸기에 늦지 않았다
  • 박우현
  • 승인 2019.08.01 15:05
  • 수정 2019-08-01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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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업'의 한 장면.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영화 '업'의 한 장면.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딸아이의 생활을 엿보면 그들의 장래 희망이나 미래의 꿈은 직업과 관련돼 있다. 아이 스스로 찾은 직업이기 보다는 다분히 부모의 욕망이 투영된 직업. 물론 그런 걸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의 꿈마저 ‘하고 싶은 것’이 아닌 ‘되고 싶은 것’이라는 것이 왠지 서글프다. 되고 난 후, 무엇을 할까에 대한 고민이 생략된 꿈은 공허하다. 사실 앞으로 무엇이 될까 보다는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형성된 삶의 태도가 결국 행복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업’(2009)는 꿈에 대한 이야기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하자”고 말한다. 세월의 고뇌가 표정에 새겨진 70대 노인 칼. 그의 얼굴은 마치 무뚝뚝함의 표상 같다. 그러나 그의 유년시절의 꿈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위대한 탐험가 먼츠처럼 위대한 모험을 하는 것이었다. 꿈 때문에 인생의 동반자인 앨리도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칼에게도 꿈은 역시 꿈으로 끝나버렸다. 그는 평생을 놀이공원에서 풍선을 팔며 살아왔다. 이제는 부인 앨리가 떠난 세상에 홀로 남아 그야말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 게다가 부부의 추억이 담긴 집마저 도시 재개발로 곧 헐리게 될 운명이다.

그러던 어느 날, 칼은 재개발 시행사 관계자와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다가 폭행 사건에 휘말려 노인보호소로 이동 조치를 당한다. 칼은 이젠 때가 됐다는 듯이 무언가를 결심한다. 부인 앨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결심이다. 그 약속은 다름 아닌 어린 시절 앨리와 함께 꿈꿨던 남미 어딘가에 있다는 파라다이스 폭포로의 탐험이다. 수많은 풍선으로 집을 통째로 들어 올려 하늘로 향하는 칼. 거짓말 같은 광경이 펼쳐진다. 칼은 수동식 커피밀(커피분쇄기)로 만든 방향타를 조종하면서 그간 꿈꿔왔던 파라다이스 폭포를 향해 출발한다.

이 영화는 팔순 노인 칼을 통해 어떠한 역경과 고난이 있더라도 꿈이 있다면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남이 뭐라고 하든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칼 할아버지를 보고 있자면, 오늘날 시류에 편승해서 한몫을 잡아보려 하거나 남을 밟고 보다 높은 곳에 올라서고자 하는 삶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느끼게 된다. 영화 속에서 칼 할아버지가 하늘을 날아갈 때 방향타로 삼는 핸드밀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수동식 핸드밀로 미루어 보건대 칼 할아버지는 커피를 직접 갈아 내려 마시는 사람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커피향은 원두를 가는 순간이 가장 강한데 이 향을 맡으며 커피를 갈고 물이 끓으면 커피를 천천히 내리면 된다. 아마 칼 할아버지는 매일 커피를 갈아 마시면서 헤어진 부인과의 추억을 회상하기도 하고 골치 아픈 재개발 문제를 고민하기도 했을 것이다. 커피는 그래서 삶의 친구다. 이처럼 지지하고 응원을 보내니까.

자, 그럼 이제부터라도 가슴 깊은 곳에 잠겨있는 로망에 귀를 기울여보는 게 어떨까? 재개발로 수십억을 벌 수 있었던 칼 할아버지는 자신의 진정한 꿈을 위해 미련 없이 떠났다. 그리고 팔순에 가까운 나이지만 기어코 자신의 꿈을 이루었다. 우리 모두에게는 아직도 시간이 있다. 사십대, 오십대라고? 에이, 이제 시작이지. 모두들 칼 할아버지처럼 풍선을 띄우고 핸드밀을 돌려보자. 비록 하늘은 못날지 몰라도 커피를 통해서 위로와 희망은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돈이 아니라 낭만이다. 정말로 올라가고 싶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을 우직하게 밀고 나가면 된다.

* 별걸 다 하는 출판사 ‘우주소년’ 대표. 저서로는 『커피는 원래 쓰다』가 있으며 최근에는 세계문학커피를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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