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난 아직 페미니스트냐는 질문을 받는게 무서워”
“미안해, 난 아직 페미니스트냐는 질문을 받는게 무서워”
  • 진주원 기자
  • 승인 2019.07.27 21:12
  • 수정 2019-07-27 21: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2차 강간카르텔 유착수사 규탄시위’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제2차 강간카르텔 유착수사 규탄시위’가 개최돼 참가자들이 작성한 사연이 소개됐다. / 진주원 기자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제2차 강간카르텔 유착수사 규탄시위’ 중  참가자들이 작성한 사연이 소개됐다. / 진주원 기자

지난해 불법촬영 편파판결을 규탄하며 열린 혜화역집회 이후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의 시위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정기적이지도, 조직적이지도 않지만 미리 일정을 예고하고 자발적으로 모금을 해 대규모 시위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27일 오후에는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제2차 강간카르텔 유착수사 규탄시위’가 열려 클럽 버닝썬 사건과 장자연, 김학의 등 권력형 성범죄 사건이 제대로 수사되지 않는 상황과 우리 사회의 강간카르텔 구조를 비판했다. 이날 시위에는 800여명의 여성이 참가했다.

이날 시위에서는 참가자들이 작성한 사연도 소개됐다. 이중 몇 개를 소개한다.

<1>

미안해. 나는 아직 너희에게 페미니스트냐는 질문을 받는게 무서워. 그래서 나는 아직 짙은 화장을 하고 짧고 파인 옷을 입고 치렁거리는 귀걸이를 하고 클럽을 가는 너에게 화를 낼 수도, 막을 수도 없어. 네가 클럽남들과 하는 카톡도 막지 못하고, 네 남자친구와 헤어지라는 말은 입에 담을 수도 없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네가 클럽을 갈 때 제발 무사히 돌아도록, 어떤 남자의 거친 행동이 네 귓가를 스쳐 그 예쁜 귀걸이가 네 귀에 피를 내지 않도록, 네 그 길고 예쁜 머리가 약점이 되지 않도록 비는 게 전부야. 네가 결혼하길 바라는 그 남자친구가 네게 손대지 않기를 바라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야. 네가 클럽남과 연락할 땐 다시 만나지 않도록 말리는 일 외엔 내가 너희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그래서 미안해. 우리 겨우 20살이잖아. 우리 대학오면 이런거 할 수 잇다는 걸 좋은 충고랍시고 해준 어른들이 미워. 너희가 안전하게 춤과 노래를 즐길 수 없게 만든 그들이 너무 미워. 국회에 즐비하게 앉아 야동이나 보고 야한사진이나 검색하면서 시간 때우며 번 돈으로 우리 나이대의, 아니 우리보다 어린 여성들을 돈으로 취하는 그 사람들이 갈 곳이 차디찬 감옥이 아니라 그들의 기름기 흐르는 집으로 간다는 이 사실이 난 너무나 원망스러워.

이 원망이, 이 증오가, 이 짧은 문장들이 그들에게 또 너희에게 닿았으면 좋겠어. 우리 제발 다음 세대한테 이딴 구조 물려주지 말자. 원망받는 어른이 되지 말자. 기다릴게 – 동지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제2차 강간카르텔 유착수사 규탄시위’가 개최돼 참가자들이 작성한 사연이 소개됐다. / 진주원 기자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제2차 강간카르텔 유착수사 규탄시위’ 중  참가자들이 작성한 사연이 소개됐다. / 진주원 기자

<2>

강간이 친목입니까? 남자들끼리는 모이면 약물강간하고 불법촬영합니까? 그러면서 서로서로 “원래 다 그런거”라며 뒤 봐줍니까? 그럴거면 뒤는 왜 봐줍니까? 원래 다 그런거면 서울역 광장에서 한번 해보십시오. 왜 못합니까? 당당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것을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고 벌 달게 받으십시오.

<3>

불법촬영 범죄를 당해서 제정신이 아닌 채로 경찰서에 갔을 때 울지마라 증거가 안된다며 나를 윽박지르던 남경을 똑똑히 기억한다. 세상 그 누구도 여성의 편이 아니었지만 지금 우리가 여성의 편이다.

<4>

영화 ‘걸캅스’ 중 “나는 여자들이, 피해자가 자기 탓 하는게 화나는 거야” 이 대사를 듣고 울었다. 나도 내가 조심했어야 한다는 말을 듣지 말아야 했다. 그래서 다음 여성들이 듣지 않기를, 매일 화내기를 바라며 여기 왔다.

제2차 강간카르텔 유착수사 규탄시위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 도록에서 진행되고 있다. / 진주원 기자
제2차 강간카르텔 유착수사 규탄시위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 도록에서 진행되고 있다. / 진주원 기자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인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