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마님을 만나다] “현재의 내가 과거를 해석하는 것이 역사”
[책방마님을 만나다] “현재의 내가 과거를 해석하는 것이 역사”
  • 김서현 기자
  • 승인 2019.08.04 09:17
  • 수정 2019-08-05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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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마님을 만나다①]
‘영추문 옆 역사책방’ 백영란 대표
역사서 중심 큐레이팅한 독립서점
엘지유플러스 첫 사업임원 출신

[책방 주인의 취향과 개성이 묻어나는 독립서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독립서점 ‘최인아 책방’의 최인아 대표의 수식어에서 착안한 ‘책방마님을 만나다’는 앞으로 자기만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독립서점들을 소개하며 책방을 일구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

 

역사 전문 서점 ‘영추문 옆 역사책방’의 백영란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역사 전문 서점 ‘영추문 옆 역사책방’의 백영란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금 현재도 역사에요. 소소한 삶 모두가 역사의 일부지요. 그래서 역사 책방은 현재 살아가는 우리의 역사까지 모두 다루고 있습니다.”

경복궁 옆 통의동 역사 전문 독립서점 ‘영추문 옆 역사책방’(이하 역사책방)은 2017년 9월 문열었다.  백영란 대표는 ‘역사’라는 주제에 집중한 서점에서 다양한 강연과 활동으로 매니아 고객들을 확보했다. 

역사책방에는 빼곡하게 국사, 중국사, 일본사, 유럽사, 세계사 등 각 나라의 역사서와 건축사, 미술사 등의 각 분야 역사서에 더해 엄선된 최신간 서적까지 갖추고 있다. 한쪽에는 커피와 차를 구입할 수 있는 작은 카페가, 다른 한쪽에는 구입한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 

그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과 NHN(네이버)를 거쳐 2010년부터 엘지유플러스에 부장급으로 입사해 2년 만에 상무로 승진했던 이력이 있다. 석사까지 국사학을, 박사 때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회사에서 전자결제 사업을 담당하며 엘지유플러스의 간편결제 시스템인 ‘페이나우’를 만들었다. “기회를 얻었던 것이 감사하고 행복했다. 항상 직장생활에는 끝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직장에서 나온 뒤 서점을 열게 된 것은 “필이 꽂혔다.” ‘최인아 책방’의 정치현 대표가 아직 책방을 열기 전 “책방을 열고 싶다”고 하는 이야기에 같이 ‘필’이 꽂혔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직장인이 마음 속에 그런 것 하나 정도는 있어야 버틴다.” 하필 역사책방인 이유는 그의 젊은 시절 전공과 무관하지 않다. 백 대표는 국사학과 석사 시절 한국 재벌에 대한 논문을 썼다. 다만 더는 학문에 재미를 못 느껴 거기서 멈추고 미국으로 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밟고 돌아와 IT업계로 갔다. 

역사책방은 매주 다양한 행사·강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25일에는 사학자 김진섭을 초대해 ‘왕비, 궁궐을 넘다’를 주제로 강연이 열렸다. 오는 8월 13일에는 정선태 국민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와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양학부 교수가 ‘사쿠라지다’는 강의명으로 강연을 열 예정이다. “매장으로서의 책방은 온라인에 밀려 객관적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공간이 넓어질 수록 도리어 책을 직접 만지고 느끼고 그리워하는 경험의 공간으로써 책방에 대한 수요가 있고 또 면대면으로 만나 지식을 나누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는 것 같다. 그래서 강연은 강연자와 청중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좀 더 캐주얼하게.”

역사 전문 서점 ‘영추문 옆 역사책방’의 백영란 대표
역사 전문 서점 ‘영추문 옆 역사책방’의 백영란 대표

 

최근 그는 생각을 많이하게 된 일이 있었다. 책방에 방탄소년단에 관한 책을 가져다 둔 적이 있었는데 그 책을 지나가던 외국인이 사갔다고 한다. “외국인이 가장 들어오기 힘든 곳이 책방 아닌가? 그곳에 들어와 한글로 된 방탄소년단의 책을 사 가는 것을 보고 방탄소년단이 미래적 비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했다.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항상 민족과 국가를 넘어 인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우리도 변두리에서만, 주체가 아닐 이유가 있을까?” 

한 기업의 임원까지 올랐던 백 대표가 느낀 기업과 여성의 관계란 어떨까. 그는 “기업의 조직문화는 아주 남성적”이라고 말했다. “회사란 일종의 전투조직에 가깝다. 그래서 군대와 같은 문화가 여전하다. 여성들은 그에 능숙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은 관행처럼 여겨지던 것들이 더는 관행이 아니게 됐다. 회사의 조직문화도 변하는 사회에 따라 변할 거라 생각한다” 여성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 “욕심을 냈으면 한다. 그리고 단적인 예지만 나이가 많건 적건, 식사를 할 때 수저를 놓을 수 있는. 먼저 나서서 일을 해내는 사람임을 보이길 바란다. 그럼 인정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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