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이윤택 측 상고 기각

여성·예술단체 등으로 구성된 이윤택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19일 1심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윤택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9월 19일 1심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연극 연출가 이윤택(67)씨의 극단원 상습 성폭력 혐의를 유죄로 최종 확정한 대법원 판결에 피해자와 연대해온 여성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141개 단체·104명의 공동변호인단으로 구성된 ‘이윤택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논평을 내고 “성폭력・성적착취는 처벌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대위는 “십수 년간 자행된 성폭력 중 공소시효가 남아 있던 것은 62건의 사건 중 25건, 25명 달하는 고소인 중 10명이 겪은 성폭력뿐이었다”면서 “연극계 무소불위의 권위자로 살아온 가해자는 18년간 자행해 온 성폭력과 성적착취를 연극의 일종, 예술의 일환으로 주장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법정에서 성폭력 가해 행위에 대해 “연극에 대한 열정이자 독특한 연기지도 방법”으로 “연극인의 성·몸에 대한 감각은 달라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다”고 성폭력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이러한 현실이 ‘오랜 관행’이라면, 그 연극은 계속될 수 없다”면서 “오랜 침묵을 깨고 용기 있게 말하고, 고발하고, 증언하고, 맞서 싸워온 피해자들은, 예술이라는 미명으로 정당화된 성적 착취를 폭로함으로써 새로운 연극과 예술을 불러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7월 24일 열린 상고심 선고에서 유사강간치상, 상습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이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는 연희단거리패 창단자이자 실질적인 운영자로 배우 선정과 퇴출에 영향을 주는 권력을 이용해 2010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6년 동안 여성 극단원 10명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본격적인 조사로 파악된 피해자만 1999년부터 25명에 달했다. 하지만 공소시효로 인해 실제 법적 처벌이 가능한 사건은 2010년 4월 이후에 한정됐다. 이후 2016년 12월 여성 배우의 신체 부위에 손을 대고 연기 연습을 시켜 우울증 등 상해를 가한 혐의와 함께 2014년 밀양 연극촌에서 극단원에게 유사성행위를 시킨 혐의로도 추가 기소됐다.

다음은 공대위 논평 전문이다.

[논평] 이윤택 전 연극연출가 상습성폭력 7년형 상고심 확정을 환영한다.

“성폭력・성적착취는 처벌된다. 연극은 나아간다”

오늘 대법원은 이윤택 전 연극연출가가 행해온 상습강제추행, 유사강간치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에 대해 징역 7년, 80시간 치료프로그램 이수, 취업제한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8년 2월 14일 첫 #Metoo 글을 통해 사회적으로 고발한 지 526일 만이다.

연극계 무소불위의 권위자로 살아온 가해자는 18년간 자행해 온 성폭력과 성적착취를 연극의 일종, 예술의 일환으로 주장해왔다. 가해자는 본인의 행위가 “관습적으로 이어져 온 나쁜 형태의 일”이고 “죄의식을 가지면서도 억제할 수 없었던 더러운 욕망”이었다며 ‘도덕’적 차원에서 반성하면 될 일로 한정했다. 반면 법정에서는 본인의 행위가 성폭력이 아니라 “연극에 대한 열정이자 독특한 연기지도 방법”으로, “연극인의 성/몸에 대한 감각은 달라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으며 “오랜 관행인데 젊은 친구들이 성폭력으로 명명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예술과 연극을 ‘특수화’하고 ‘특수한 권위자’의 위치에서 성폭력을 정당화해왔다.

‘예술’에 대한 이러한 권력적, 일방적, 자의적 해석이야말로 연극을 가로막고 연극인들을 가두어왔다. 예술감독의 힘은 무소불위가 되어 이윤택 전 감독의 상습폭행으로 누군가의 고막이 파열되고, 여성단원의 머리채는 가위로 듬성듬성 잘리고, 극단을 떠난 단원은 다른 오디션에서 막말을 들으며 내쫓겼다고 한다. 십수 년간 자행된 성폭력 중 공소시효가 남아 있던 것은 2010년~2016년, 62건의 사건 중 25건, 25명 달하는 고소인 중 10명이 겪은 성폭력뿐이었다. 이러한 현실이 ‘오랜 관행’이라면, 그 연극은 계속될 수 없다.

오랜 침묵을 깨고 용기 있게 말하고, 고발하고, 증언하고, 맞서 싸워온 피해자들은, 예술이라는 미명으로 정당화된 성적 착취를 폭로함으로써 새로운 연극과 예술을 불러오고 있다. 미투운동은 문화예술, 교육, 정치, 스포츠, 행정, 종교 등 사회 곳곳의 ‘미명’들을 부수고, 본연의 의미를 되찾아내고 있다. 피해자들은 연극계, 스포츠계, 종교계, 정치계, 노동계의 생산자이자 주역들로서 새로운 질서와 문화를 만들어가며 서로 연대하고 치유하고 회복해가고 있다. 미투운동 이후 문화예술계에서는 수많은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성폭력 없는 현장을 위한 조사, 포럼, 프로그램을 꾸리고, 관객들은 그에 화답하고 있으며, 성폭력을 단절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을 견인하고 있다.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힘을 내온 모든 피해자들, 열과 성을 다해온 변호인단, 힘과 분노를 담은 탄원서 한장 한장을 써주신 98명의 연극인과 관객, 그 연극은 틀렸음을 논증해주신 전문가들, 상습적 성폭력의 특성에 머리를 맞댄 법률전문가들, 미투운동의 힘과 지혜를 모아온 전국의 여성운동단체, 활동가와 여성, 시민들은 오늘을 당연하게 환영한다. 삶은 계속될 것이고, 예술은 더 나아갈 것이다.

2019년 7월 24일

이윤택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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