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연구원 노동자 2000명 조사
42.5% “직장 성희롱·성폭력 피해”
피해자 중 56.8% “비자발적 퇴사”
36.5%는 부서 이동 등 2차 피해

성희롱·성폭력 피해 경험이 고용변경 및 의사에 미치는 영향ⓒ한국노동연구원 (단위:명, %)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중 절반 이상이 퇴사나 이직 등 회사를 떠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를 회사에 알렸다가 도움은커녕 부서 이동 등 2차 피해를 입고, 가해자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 때문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3일 발간한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방지를 통한 노동시장 이탈방지 효과’ 보고서를 보면, 현재 재직 중인 직장에서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근로자는 전체의 42.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8~9월 근로자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 중 여성 비율이 85%, 남성이 15%였고 연령대는 20대 40%, 30대 30%, 40대 20%, 50대 10%로 할당했다.

현재 직장에서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노동자 중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비율은 22.7%, 다른 회사로 이직을 원하는 응답자는 28.3%였다. 이 두 가지를 합쳐 비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56.8%로 절반을 넘었다.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사업체의 인사제도보다는 노동자에게 미치는 부정적 고용변동을 발생하게 만든 대목임이 드러난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겪는 2차 피해도 상당했다. 조사 결과, 현 직장에서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노동자의 36.5%가 자신의 의사에 반한 부서 이동 등 2차 피해를 받았다고 답했다. 성희롱 피해자들이 파면· 해임··해고 같은 신분상실의 조치와 징계·정직·감봉·승진 제한 등 부당한 인사조치, 전보 등 인사조치가 빈번하게 이뤄진 것이다. 성희롱 행위자가 직장 내에서 피해자보다 더 높은 지위를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피해자 중 상당수는 고용상 불이익과 2차 피해에 대한 대응이 강화된다면 회사를 계속 다니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퇴사 의사가 있지만 피해자의 79%가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가해자 등에 대한 엄중처벌이 있을 경우 회사에 계속 다니겠다고 응답했으며 74.7%는 피해자 보호, 불이익 금지 조치가 강화되면 계속 근무할 의사를 표명했다.

피해자가 주로 여성이고 20~30대 경력 초기에 해당된 시기에 발생하기 때문에 경력단절은 이들의 근로생애 전반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게 연구원 측 설명이다.

연구원 측은 “행위자에 대한 엄중 처벌 및 피해자 2차 피해 방지와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며 “실효성 있는 피해자 지원정책과 함께 사업주의 의지나 여건에 성희롱, 성폭력 사건 처리가 많이 의존할 수 있어 법령에서의 사건처리 책임 등 보완할 수 있는 조치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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