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윤석열 호’ 성평등 관점에서 검찰 개혁해야
닻 올린 ‘윤석열 호’ 성평등 관점에서 검찰 개혁해야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9.07.25 10:36
  • 수정 2019-07-25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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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여성 검사 10명 중 8명
“조직 문화 성평등하지 않다”
여성 검사장 1명·고검장 0명
의사결정직에 여성 진출 늘리고
“미투 성공 위해 검찰 개혁” 촉구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뉴시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뉴시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의 취임으로 검찰 개혁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 권한을 축소하는 제도 손질과 함께 폐쇄적·권위적인 검찰의 낡은 조직 문화를 성평등 관점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요구가 뜨겁다. 서열을 중시하고 복종에 순응하는 남성 중심 문화가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조직 문화까지 수술대 위에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성범죄 사건에 대한 검사들의 부실수사 의혹이 잇따르면서 “미투가 성공하려면 검찰 개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렇게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윤 총장은 지난 8일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성 검사들이 차별받지 않는 인사를 할 의향이 있느냐”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윤 총장의 발언은 성평등한 인사 배치는 마땅히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윤 총장은 “남성 위주의 문화를 바꾸는 것도 바꿀 것이냐”는 질문에는 “지난번 인사에도 서울중앙지검의 주요 부서에 여검사들을 부별로 다 배치했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윤 총장의 말대로 그가 지검장으로 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월 상반기 정기 인사에서 1948년 서울중앙지검 개청 이래 첫 여성 차장검사로 이노공(50·26기) 차장을 발탁했다. 특히 3차장 산하 부서(특수부 1~4부·공정거래조사부·조세범죄조사부·방위사업수사부)에 처음으로 여성 검사가 각각 1명씩 배치했다. 관행처럼 남성 검사들로만 구성됐던 중앙지검 특수부에 여성 검사들이 모두 배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주로 맡는 특수부는 검찰 최고 요직으로 꼽히지만 유독 여성 검사에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특수·공안 등 인지부서보다는 공판·형사 부서에 배치되는 여성 검사가 더 많았다.

최근에서야 검찰 요직에 여성 검사가 배치되고 있으나 여전히 검찰이 직접 단서를 찾아 수사하는 인지부서가 몰려 있는 중앙지검 2~4차장 산하 부서 여성 검사 비율은 18.6%(30명)에 그친다. 특수·공안 부서에 여성 검사는 한 명씩만 배치하는 관행도 여전하다. 여성 검사가 특수부에 들어가는 것이 바늘 구멍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검찰 내부에선 특수부에서 여성 검사보다 남성 검사를 선호하는 이유로 업무가 많아 야근·휴일 근무가 많아 여성 검사가 꺼린다는 점을 든다. 그러나 검찰 출신 변호사 A씨는 “군대처럼 상사의 지시에 복종하는 상명하복 문화가 아직 강하고 여성 검사와 일해 본 경험이 적어 남성 검사를 대하기 편하다는 인식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1949년 검찰 창설 이후 33년만인 1982년 첫 여성 검사(조배숙·임숙경)가 탄생한 이래 여성 검사 숫자는 2000년에는 29명(2.4%), 2018년 650명(30.1%)으로 20배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고위직과 보직에 있어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과 ‘유리벽’이 존재한다. 검사장은 조희진 전 검사장에 이어 ‘여성 2호 검사장’에 오른 이영주(52·사법연수원22기)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한 명에 불과하고 고검장급까지 오른 여성 검사는 아예 없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뉴시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뉴시스

 

지난해 서지현 검사의 ‘미투’로 드러난 검찰 내 성폭력 문제가 검찰 특유의 ‘검사동일체 원칙’이 여전히 작동하는 조직 문화가 배경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난해 7월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가 발표한 ‘법무·검찰 성희롱·성범죄 실태 전수조사’ 결과, 응답자의 61.6%가 조직 내에서 성희롱·성범죄 피해를 겪었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 검사의 70%가 피해 경험이 있으며, 임용 3년 이하 피해 검사는 42.6%로 집계됐다. ‘조직 문화가 성평등하지 않다’고 답한 여성은 82.3%에 달했다. 그 중에 85%가 근무평정, 업무배치, 부서배치에서 여성이 불리하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5월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도 ‘법무·검찰의 성평등 증진’을 위해 “법무·검찰의 모든 직역에서 공무원 임용 초기부터 기획, 인사 등 비중 있는 보직에 전체 성별 비율에 따른 배치하라”고 권고했다.

검찰 내 성평등 확산을 위해서는 우선 의사결정직에 여성의 진출이 늘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의사결정권자에 따라 조직 문화와 방향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윤 총장이 취임 직후 검사장 이상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이면서 여성 3·4호 검사장 탄생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검찰총장 바로 아래 직급인 고검장급 9자리 중 5곳이 공석이다. 최초 여성 고검장이 탄생한다면 현재 유일한 여성 검사장인 이영주 기획부장이 1호 여성 고검장 타이틀을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 여성 3·4호 검사장 후보로는 이노공 중앙지검 4차장을 비롯해 노정연(52·25기) 서부지검 차장, 황은영(53·26기) 춘천지검 차장, 박소영(48·27기) 부산지검 서부지청 차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수사 공정성 시비로부터 시작된 검찰 개혁의 요구는 이제 검찰의 조직문화에 대한 개혁에까지로 그 범위를 확대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서지현 검사는 “성범죄가 만연하고, 성범죄에 대해서 관대하고, 성범죄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피해자를 조직적으로 괴롭힌다”며 “이런 검찰이 지속되는 한 ‘미투’는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투의 성공은 검찰 개혁에 달려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검찰도 대검 인권부 산하에 양성평등정책담당관(담당관 유현정 부장검사)을 신설하며 더디지만 변화하고 있다. 기수 대로 검찰 수장에 오르는 관행을 깨뜨린 윤 총장이 검찰 개혁 과정에서 “성평등하지 않은” 조직 문화를 부숴야 한다는 요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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