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집단 분쟁조정 돌입
7월에만 민원 1500건 쏟아져
회사 “건조기 성능엔 문제 없어…
10년간 무상 AS 제공” 제시
소비자 “당초 광고와 달라…
먼지·악취 심각해 리콜해야”

한 소비자가 지난 19일 한국소비자보호원으로부터 받은 문자 내역. ⓒ네이버 밴드 ‘엘지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 <br>
한 소비자가 지난 19일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받은 문자 내역. ⓒ네이버 밴드 ‘엘지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

 

LG전자는 최근 ‘LG 트롬 건조기’ 내 자동 세척 콘덴서(열교환기)에 대한 결함 논란에 ‘10년 무상수리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발표했지만 1500명에 달하는 소비자들은 정확한 원인 규명과 필요 시 리콜·환불까지 요구하며 집단 소송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면서 여론이 격화될 태세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이 집단 분쟁조정 절차로 방향을 틀면서 향후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23일 LG전자 전기식 의류건조기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 사태와 관련해 바로 집단분쟁조정 절차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단기간 1372상담센터에 지난주 금요일까지 1500여건에 달하는 소비자 불만 신고가 접수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으로, 사안이 엄중한만큼 해당 제품 설계에 이상이 있는지와 허위 과장 광고 여부를 면밀히 들여다볼 방침이다.

소비자원은 새제품과 함께 지난 19일까지 접수한 피해자 고객 중 50대를 선발해 내시경으로 제품을 개봉한 뒤 살펴보는 방법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이후 신고자들은 집단분쟁조정 절차가 시작되는 날 추가적으로 접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소비자원은 향후 60일 이내 집단 분쟁조절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만 피해 원인 규명에 시험· 검사·조사가 필요할 경우 개시결정기간이 경과한 날부터 최대 60일 범위에서 개시결정이 보류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 논란은 이달 초 네이버 밴드에 ‘엘지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 등에서 LG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에 결함있다는 소비자들의 불만 글이 게재되면서 촉발됐다. 당초 광고했던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것은 물론, 자동세척에 사용되는 응축수가 배출되지 않아 먼지와 악취를 유발한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이 밴드는 현재 2만7000여명이 가입한 상태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글이 올라와 23일 기준 2만9144명이 동의할 정도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에 회사 측은 지난 9일 해당 제품에 한해 10년간 무상보증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수습에는 역부족이었다.

밴드를 만든 소비자 A씨는 9일 “10년 무상으로 100만 소비자 등 돌리게 한 엘지의 처사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여기 올라온 수천 건 영상들은 다 허위인가? 우리는 콘덴서 십년 무상을 원한 적이 없고 사측이 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10년 안에 콘덴서 고장 시 무상교체를 하겠다는 말장난보다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요구한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엘지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 등 네이버 밴드.<br>
ⓒ엘지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 등 네이버 밴드.

문제는 소비자들이 건조기의 자동세척 기능의 결함을 들어 해당 제품에 대해 리콜이나 환불을 요구하고 있지만 과연 리콜을 받을 수 있느냐다. 건조기에서 발생하는 먼지를 10년간 AS받기는 어려울뿐 아니라 1년 무상AS 기간이 끝나면 그 이후 유상으로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문제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자동세척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나 성능 저하 등 건조기 성능이나 유해성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콘덴서 먼지로 악취가 나거나 건조기 성능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며 불편을 느끼는 고객일 경우 서비스 엔지니어가 방문해 제품 상태를 점검하고 무상 서비스를 제공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업계는 자발적인 리콜을 할 경우 회사 측이 비용적인 면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회사 측이 리콜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환불할 경우 1인당 판매가를 100만원씩 잡아도 1조원 이상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됨에 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혹스런 상황만 지속되는 중이다. 회사가 소비자에게 현실적으로 리콜이나 환불 조치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 이유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조기 시장은 신혼부부 등 젊은 층 수요에 힘입어 가파르게 성장했다. 국내 건조기 연간 판매량이 지난 2016년 10만 대에서 2017년 60만대로 작년에는 130~150만대 규모로 큰 폭으로 성장했다. LG전자는 업계 유일 자동세척이 가능한 트롬 건조기의 차별화된 성능을 내세우면서 건조기 시장을 주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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