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경 칼럼] 여성 정치인에게 더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면 편견인가?
[정진경 칼럼] 여성 정치인에게 더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면 편견인가?
  • 정진경 사회심리학자
  • 승인 2019.07.24 07:15
  • 수정 2019-07-24 2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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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경 사회심리학자

 

희망인지 편견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나는 여성 정치인이 늘어나면 우리 정치가 좀 더 깨끗해지고 서민과 소수자에게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국회의 몸싸움과 막말도 줄어들어 정치가 비폭력적이고 점잖아 질 것으로 기대했다. 경제부국치고는 아직 적은 편이지만 이제는 여성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이 조금 늘었다. 행정부 고위직도 미약하게나마 증가했고, 시험이라는 객관적 기준이 있는 사법부는 여성의 진출이 폭발했다.

그런데 정치가 발전했나? 요즘엔 여성 정치인에게 더 높은 도덕성을 기대한 것이 나의 편견이었나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오랜 외국 친구가 물었다. 여성이 당선되어 기쁘냐고. 난감했다. 결국 나는 이렇게 답했다. 펄펄뛰며 기뻐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그가 그 기쁨을 앗아갔다고. 그의 정치 이력에는 여성이나 소수자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없었다. 소통과 공감, 배려와 협동의 리더십 스타일을 보인 적도 없었다. 결국 그는 고립과 불통의 상징이 되었고 갖은 비리에 얽혀 탄핵을 당함으로써 오히려 여성 정치사에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근래에는 여성 국회의원들의 막말이 심히 실망스럽다. 정치적 입장은 차치하고, 품위 있는 정치인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나경원 국회의원은 대중연설에서 차마 옮겨 쓸 수도 없는 참담한 여성비하적 표현을 사용했다. 그 뜻을 알고 나는 경악했다. 다른 여성의원들은 5.18 희생자와 세월호 유가족들을 모욕하고 상처 주는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가장 큰 슬픔을 겪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나. 국회에서 수십 명의 의원들이 농성한다고 서로 겹쳐져 누워있는 중에 여성의원들이 끼어있는 광경도 발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런 장면을 보자니 그래도 여성이라 조금은 다를 것이라고 기대한 내가 바보였구나 싶었다.

생물학적 성별이 여성이라고 어찌 다 훌륭하겠나. 그러나 소수자로 차별 받아본 경험, 여성의 역할 때문에 습득한 공감과 배려의 능력, 소통의 기술 등이 있으니 그래도 조금은 다르기를 바랐다. 우리가 정말 원하는 건 여성주의 리더십이다. 페미니즘의 이상을 실현해가는 사람이라면 진보와 보수, 여성과 남성을 넘어서서 여성주의 리더라 할 수 있다. 진정한 여성주의 리더는 목표만 아니라 방법론에서도 페미니즘의 가치를 구현해내기 위해 노력한다. 

사실 우리가 바라온 멋진 여성주의 리더들이 이미 곳곳에서 훌륭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부정부패방지법의 제안자로 한국사회를 깨끗하게 만드는 데 한 획을 그은 김영란 전 대법관이 한 예다. 그는 젊은 여성 법조인들에게 여성이라는 소수자로 살아오면서 개발된 감수성을 젠더의 시각으로 깊이 있게 성찰해서, 세상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힘으로 사용하라고 권면했다. 그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내는 존재가 되기 위해 자신을 고양시키라고 당부했다.

진정한 여성주의 리더십은 조직의 문화를 바꾸고 사회를 변화시킨다. 젠더앤리더십 김양희 대표는 기업에서 조직 전체와 리더직에 여성비율이 높으면 재정적 성과에 이롭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재능 있는 인력을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혁신적 경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젠더통합은 이제 성별 형평성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경쟁력의 문제가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조직의 이런 원리는 정치에도 적용되지 않을까. 여성 정치인의 수가 증가하고, 진정한 여성주의 리더도 증가하면서 우리 정치가 더 깨끗하고 품위 있으며 정의로워지기를 나는 줄기차게 기대하고 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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