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11번째 IOC 위원 선출...
“한국 스포츠 외교력 지켜봐 달라”
체육회 15개분과
여성 20%, 30%까지 늘려가겠다
스포츠혁신위 권고안,
“급할수록 천천히 가야한다”

한국의 역대 11번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선출된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여성신문
한국의 역대 11번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선출된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7월 22일 송파구 대한체육회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했다. ⓒ여성신문

기사회생이다. 사퇴설까지 나왔던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64)이 지난 6월 26일 열린 134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위원으로 선출됐다. 한국 역대 11번째 IOC 위원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한체육회의 각종 문제를 지적받았고, 비슷한 시기 ‘골프접대’로 구설수에 올랐다. 연초에는 심석희 선수의 용기와 희생으로 ‘스포츠 미투’가 터져 나왔다. 체육회 수장으로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었지만,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체육계에서 조차 반신반의하며 기대하지 않았던 IOC 위원이 된 것이다.

이 회장 앞에는 체육계 성평등 문제, 미투, 스포츠외교, 스포츠혁신위윈회 요구 등 산재한 문제가 많다. 운동화 끈을 다시 동여맨 이기흥 회장을 대한체육회 집무실에서 만났다.

-IOC 위원 선출을 축하한다. 한국 스포츠 외교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IOC 위원 후보로 나선다고 할 때 말이 많았던 걸 알고 있다. 후보로 나서기 전에 역대 대한체육회 회장과 고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 생전에 상의를 많이 했다. 특히 김 전 부위원장이 IOC 위원을 하던 하지 않던 일단 IOC에 위원이 필요하다는 걸 요청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야 한국에 IOC 위원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했고, 그래서 나서게 됐고 선출이 됐다. 앞으로 유승민 IOC 위원(선수위원)과 함께 국제 스포츠계의 위상과 규정, 규모에 걸맞은 스포츠 외교를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는 발판을 다시 마련하겠다. 내 장점은 공감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진솔한 대화로 한국 스포츠 외교의 경쟁력을 되찾고 싶다.

 

이기흥(왼쪽) 대한체육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선출된 뒤 바흐 IOC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이기흥(왼쪽) 대한체육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선출된 뒤 바흐 IOC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성평등 사회는 시대의 요구다. 체육회는 여전히 남성 중심 조직이다.

내가 회장이 되고, 체육회에 분 가장 큰 변화는 여성의 참여 확대다. 체육회 이사 50명 중 4~50대 여성이 10명이다. 15개 분과위원회 여성 비율도 20%가 넘는다. 앞으로 30%까지 늘려 나갈 거다. 체육회 부서 24개 중 5개 부서에서 여성이 장을 맡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반발이 많았다.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어봤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한다. 여성의 섬세함으로 조직을 잘 이끌어 가고 있다. 사고도 없다(웃음).

-심석희 선수의 용기 있는 ‘미투’ 이후 체육계의 변화는

체육회에 여성 참여 비율이 높아져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체육계에서 일어난 성폭력·성추행 사건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나서야 할 일이 많다. 올해 초 심석희 선수의 일로 정말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고 지탄을 받았다.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다시 (체육계에) 발붙일 수 없게 정보 공유를 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 동안 못된 시대적 상황을 핑계로 축적된 잘못된 것들은 단호한 엄벌해야 한다. 이 문제만큼은 마지막이란 각오로 쇄신하겠다.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 24시간 상담할 수 있는 인권 상담사를 배치하고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수촌 내부에 CCTV를 설치했다. 선수촌에 처음으로 여성 부촌장을 임명했다. 하나의 의지로 봐 달라.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여성신문과의 인터뷰 도중 웃고 있다. ⓒ여성신문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IOC 위원이 된 소감으로 앞으로 한국 스포츠의 외교를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신문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입장은

급할수록 천천히 가란 말이 있다. 학교운동부 개선, 학교운동부 지도자 처우 개선, 학생의 스포츠 참여 확대 등 공감하는 부분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구성원들 간의 대화와 동의를 통해서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융·복합 될 때 완전한 좋은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 서로 보완해야 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공통분모를 찾아내야 한다. 우리 스스로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어도 바로 잡아야 하는 부분은 잡아야 한다. 그 동안 한국이 스포츠 강국이었다면 이제는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하는 시기가 왔다.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추진 이야기 오고 가고 있다.

최근 134차 IOC 총회에서 올림픽 개최국을 (개최)7년 이전에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또 한 개 도시가 아닌 여러 도시가 나눠 개최할 수 있게 됐다. 남북올림픽을 준비하는 우리로서는 아주 좋은 계기다. 평화의 측면에서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김일국 북한 체육상을 세 차례 만난 이 회장은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가올림픽연합 총회 개최 시기를 맞춰 38선 평화구역에서 남북 지도자와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등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추상적인 이야기 같지만 ‘늘 함께하고 있었던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한다. 우리가 힘들 때나 좋을 때나 늘 같이 있었던 사람.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꼭 이루고 싶고 이뤄나가고 있는 목표다.

인터뷰 = 신준철 기자 / 정리 = 김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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